내 고향 하제마을 서쪽 바닷가 높은 화산(花山)은 진달래꽃도 따서 먹고 망둥어 낚시도 하던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오르는 곳이다. 하지만 군산비행장 철조망에 막혀있어 안타까운 심정일 뿐 통일되기 전에는 가지 못할 것 같아. 이제 내 나이 85세 고령이라 당장에도 가지 못할 일이지. 요즘 내가 아끼는 물건은, 이제 어쩌면 영원히 못 가게 될, 눈 덮인 내 고향 하제마을의 사진이야. 그때는 참 눈도 많이 내렸다. 어릴 때 여름이면 당산나무 그늘에서 매미 잡고 놀던 그 300년, 600년 된 커다란 소나무와 팽나무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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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생활할 때 여러 가지 일을 해보고 싶어서 많은 것을 시도해보고 도전해봤어. 어린 마음에 그때 조금만 잘했으면 연예인이 됐을지도 몰라. 어느 날은 영화 촬영하는데 아는 사람이 있어서 나보고 촬영장에 와서 일 좀 도와달라고 했어. 그래서 가서 가방 짊어지고 다니고 사람들 다 구경하는데 큰 반사판 그거 들고 서 있고 하는 게 그땐 챙피하더라고. 그래서 아이고, 이건 내가 할 것이 아니다 해서, 그만두고 시골로 다시 내려와서 아내를 만나가지고 결혼한 것까지가 내 젊은 날들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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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힘든 것이 인생이라 하잖어? 하지만 난 스트레스 받으면서 산다고 생각 안 해. 힘들 때마다 스트레스받고 있다고 계속 생각을 하게 되면 더 힘들어지고 아무것도 못해. 그러니까 그런 생각을 잘 안 하지. 그러면 마음이 그나마 좀 나아지는 거야. 나는 어렸을 적부터 집안이 많이 가난해서 학생 때는 어른 돼서 돈 많이 벌어야지, 이 생각뿐이었어. 거의 일만 하고 돈 벌기에 급급할 뿐이었지. 그게 가장 아쉽더라. 그런 시절을 이길 수 있던 것도 이 덕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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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나이가 94세가 되어서 내 희망과 모든 것은 우리 자식 손자들이 다 잘되길 바라는 것과 지금 현재까지 건강하게 잘 살아있지만 세상을 떠날 때는 큰 고통 없이 언제나 언제나 잠자듯이 가는 것. 그뿐이야. 이 말은 꼭 해주고 싶어. 나는 나는 무엇보다 건강을 중시하는 사람이야. 공부 좀 못해도 좋으니까 몸만 건강하면 다 벌어먹고 살 수 있어. 그거를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

<b>의미 있는 연결을 통한 배움을 꿈꾸며</b><br/><br/>몇 달 동안에 거쳐 진행된 자서전 쓰기는 세대 간 소통 채널의 확대, 세대 간의 접촉면 확대를 통한 세대 간 오해 해소, 세대 문화 간접 경험 및 전수, 공감을 통한 유대감 형성 등 다양한 교육적 가치를 가진 교육 활동으로 세대 통합의 가능성, 어르신들의 이야기와 삶을 통한 지역사회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 우리 학생들의 자신감 및 대인관계 능력 향상, 어르신들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한 자연스러운 예절 교육과 인성 교육, 어르신들과 우리 학생들이 진솔하게 소통하는 가운데 배움이 학교 밖으로 확장되어 세대의 연결, 인간과 인간의 연결, 과거와 현재의 연결, 학교와 마을의 연결, 배움과 실생활의 연결 등의 교육적 성과를 거둘 수 있었고, 그동안 자서전 함께 쓰기를 통해 85명의 작가를 배출하였습니다.<br/><br/>이 자서전이 어르신들께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시대의 숙제를 풀어내는 징검다리의 네 번째 디딤돌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동안 이 자서전이 발간될 수 있도록 기꺼이 자신의 삶을 나눠주신 어르신들과 학생들을 다독이고 응원하며 지도해 주신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자서전을 쓰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하며 의미 있는 것인지를 깨달으며, 어르신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공감하고, 더러는 함께 기쁨과 아픔을 나누기도 하며, 어르신들의 삶 속에 담긴 여러 내용들, 땀, 노력, 추억, 눈물, 교훈, 다양한 경험, 격려와 당부의 말씀을 듣고 글로 옮겨 쓰면서 그 느낀 분량만큼 성장·성숙하는 가운데 고생했을 우리 학생들의 수고에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br/>감사합니다.<br/><br/>2020년 2월<br/>회현중학교 교장 이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