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내용은 『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이라는 제목이 나타내는 것처럼 세계 영화사에서 시대를 초월한 걸작 영화들의 명장면을 집중 분석한 것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세계 영화사, 걸작 영화 관련 서적과는 다르게 이 책은 영화 자체에 대한 줄거리, 설명이나 비평보다는 곧바로 왜 그 장면이 명장면인가에 초점을 맞춰 내용과 형식적인 측면에서 유기적으로 연관시켜 분석하고자 했다. 이러한 부분이 명화를 다루고 있는 다른 책과는 차별성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정판을 내면서 특히 보완한 점은 그 영화의 기본적, 특징적인 정보들이다. 왜냐하면 이 책이 교재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그 작품이 갖고 있는 영화사적인 특성이나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의 의미, 그리고 후대에 끼친 영향 등에 신경을 썼다. 그리고 특별히 그 작품 속에 어떤 논점이 있는 경우에는 다소 그 내용이 길더라도 언급하고자 했다.
--- 「개정판 머리말」 중에서
세계 영화사에서 영화 탄생의 기점은 1895년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Louis and Auguste Lumiere)가 발명한 시네마토그라프로 삼는다. 영화는 그 탄생일까지도 이야기할 수 있는데, 1895년 12월 28일 파리에 있는 ‘그랑 카페(grand cafe)’에서 시네마토그라프가 유료로 대중들에게 첫 선을 보인 것을 말한다. 이것은 영화가 과학적 발명품에서 상품으로 출발했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 「무성 영화 시대, 유성 영화 초기」 중에서
사실 〈전함 포템킨〉은 유명한 장면과 시퀀스만을 추려서 보여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래서 전 편을 보면 이 영화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지니는지, 그 스토리가
얼마나 극적이고 감동적인지 일종의 충격으로 다가간다. 그렇게 새롭고 순수하게
이 영화에 다가간다면 이미 우리가 익숙해져 있는 그 이미지들의 진정한 의미를 깨
닫게 될 것이다.
--- 「무성 영화 시대, 유성 영화 초기」 중에서
〈메트로폴리스〉에서 돋보이는 랑의 정교한 세트 구성은 미래 산업 사회의 모습
을 완벽하게 창조해 내는 미학적 성과를 이룩하면서도 한편으로 당시 독일 사회를
짓누르고 있던 파시즘과 나치의 전조를 표현하는 듯 불길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내
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거대 도시의 디스토피아적 이미지, 자본가의
테크놀로지 지배에 의한 계급 갈등, 그리고 미치광이 과학자에 의해 탄생하는 안드
로이드 등은 이후 〈블레이드 러너〉 등 SF 영화들에 하나의 원형이 되었다.
--- 「무성 영화 시대, 유성 영화 초기」 중에서
〈모던 타임스〉의 주제는 산업화 물결 속에서 기계 같은 삶을 사는 인간의 조건
에 대한 풍자다. 대공황 직후인 1936년은 가난과 실업, 파업, 정치적, 경제적 불평등,
기계의 횡포와 마약이 야기하는 불안에 직면해 있었다. 채플린은 이 영화에서 기
계문명이 가져올 비인간화 현상과 극단적인 자본주의 병폐, 그리고 대공황이 가져
올 암울한 미래를 자신의 시각으로 그려냈다. 채플린은 1931년과 1932년, 18개월에
걸쳐 세계여행을 하며 민족주의의 대두, 대공황과 실업, 자동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
향을 관찰했다.
--- 「헐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