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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 병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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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3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152*225*20mm
ISBN13 9788997372492
ISBN10 8997372491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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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stayy5   평점4점
  •  출간 20150310, 판형 152x225, 쪽수 240
  •  특이사항 :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아버지의 군대 이야기 -한국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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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안치환
1958년생. 1979년 4월 입대하여 1982년 2월 제대하기 까지 34 개월 동안 논산훈련소와 수송대대에서 군대생활을 했다. 몸소 겪었던 병영생활 중 가장 애환이 깃든 것들만을 발췌해서 기록한 병영일기임.
현재 공무원으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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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역에서 오전에 출발하여 땅거미가 질 무렵에야 논산의 연무역에 도착한 기차는 칸칸마다 삭발들을 토해내듯 뱉어 내놓았다. 이미 그곳에 대기하고 있던 또 다른 완장들의 호루라기소리는 삭발들의 정신을 빼놓을 정도로 요란하였다. 목포에서 삭발들을 후송한 완장들은 논산 훈련소에서 나온 새로운 완장들에게 인계인수하였다. 몇 번이나 반복된 인원점검을 마치자, 새 완장들은 삭발들을 마치 미운 오리새끼 대하듯 오리걸음을 시켜가며 연무대 안으로 몰아넣었다.
연무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이들 중 한 완장이 삭발들에게 “이 시간부터 너희들의 육체는 너희들의 것이 아니라 국가의 것이다. 이제부터 너희들의 육체에 스며든 사제(私製)를 완전히 제거하여 국가에서 필요로 한 물건으로 만들어 놓겠다.”라고 엄포를 놓았다.
위압적인 분위기에 잔뜩 주눅이 들어 풀죽어 있었건만 완장들은 표독스런 들개처럼 삭발들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렸으며 손에 하나씩 들고 있는 긴 막대는 춤을 추듯 하였고 그들의 군화 또한 삭발들의 가슴과 옆구리를 가리지 않고 공격하였다. 이들은 삭발들을 목포에서 논산까지 후송하였던 그 완장들과는 사뭇 달랐다.
입대하기 전부터 일찌감치 군에서의 고생을 각오하지 않았던바 아니었으나 이들의 만행에 숨쉬기조차 어려웠다. 삭발들의 흉측한 몰골들이 비록 하찮게 보였겠지만 이들 중에는 사회에서 주먹께나 쓰는 왈패들도 있었을 것이고 더러는 군대갈 나이를 훨씬 넘긴 형님 같은 분도, 사회적 지위를 가진 자도 있었을 터였다. 별의별 사람들이 다 모여 있건만 어느 누구 단 한 사람도 이들 앞에 나서서 완장들의 이러한 만행에 대하여 불평한 사람은 없었다.
그럴만한 분위기도 상황도 절대 아니었지만 만약 누군가가 불만을 토로하였다면 분명 뼈도 못 추릴 송장신세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완장들은 혹시 조금이라도 있을 만한 사제의 완력을 배춧잎에 소금 뿌리 듯 그렇게 죽여 놓고 있었다.

우리는 훈련소의 한 내무반 안으로 몰아넣어졌다. 수용연대의 내무반과는 별 차이가 없었으나 양 침상의 가운데에는 목재탁자가 길게 자리 잡고 있었고 그 탁자 밑에는 탁자길이 만큼의 긴 목재의자가 뻗쳐있었다. 그리고 통로 맨 끝 쪽 벽면에는 하나의 책상과 의자가 머지않아 부여될 임무를 대기라도 하듯이 내무반을 지키고 있었다. 내무반 입구 쪽 양 침상 끝에는 목재로 제작된 총과 금속재로 보이는 총이 수십 정씩 구분되어 목재 받침대에 가지런히 기대어 놓여있었다. 나는 이를 처음 본 순간 섬뜩함을 느꼈다. 이것들이 별도의 무기고에 보관되지 않고 침상에 놓여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얼마 후에 목재로 된 총이 M1이고 금속재질로 보이는 총이 M16임을 알았으며 M16은 겉으로 보아도 M1보다 훨씬 성능이 좋아 보였다.
내무반 입구에는 군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하사와 병장이 버티고 있었다. 침상 삼선에서 부동자세로 서있는 우리들을 한 사람씩 훑어보면서 가지고 있는 지휘봉으로 배꼽부위를 찔러댔으며 이럴 때마다 관등성명을 목청껏 소리 질러야만 하였다. 지금까지 삭발들에게 불려지던 ‘장정’은 ‘훈병’으로 바꿔졌다.

곧바로 내무반 안으로 줄이 서너 개 그어진 노란 완장이 들어섰고 교관과 조교가 그 뒤를 따랐다. 완장이 위엄 있는 몇 마디를 남기고 간 뒤 교관의 추궁이 이어졌다. 교관은 아직까지 사제복을 입고 있던 훈병들에게 팬티까지 벗게 하였고 그때마다 동작이 느리다고 하여 몇 번이고 반복시켰다.
침상 삼선에 서서 마주하고 있는 반대편 침상의 발가벗은 모습은 삭발한 탓인지 생선가게의 자판대위에 놓여있는 생선처럼 매끈매끈해 보였다. 교관은 한사람 한 사람씩 남성의 모양새를 관찰하고 있었고 포경 앞에서 그의 지휘봉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발가벗은 상태에서 앉아 있던 중에 나는 한 곳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주보고 있던 반대편 침상의 한 친구가 곤혹스런 표정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그는 앉은 채로 차렷 자세에서 한 손으로 자신의 남성을 억누르고 있었다. 마주보고 있는 나로서는 금방이라도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으나 내무반의 분위기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임이 틀림없었다. 상황파악을 못한 그 주책없는 남성은 수그려 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내 옆 친구가 마침내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만 “크큭” 소리를 내고 말았던 것이다.
내무반 입구 쪽에서 그 웃음소리를 들었던 교관은 감히 지금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나며 너 잘 걸렸다는 식의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웃음소리의 발원지로 다가가자 옆 친구가 턱 끝으로 맞은편 침상을 가리켰다. 희한한 모습을 보게 된 교관은 이미 웃음소리에 대한 징벌은 안중에도 없이 그 친구에게만 “차렷” 명령을 내렸다. 그 친구가 한 손으로 자신의 남성을 누르고 있는 모습을 교관이 보았기 때문이었다. 명령과 동시 그 친구의 남성은 용수철처럼 순간적으로 교관을 향해 곧추들었으며 마치 억압에서 풀려나 그간의 억울함을 따지듯 저돌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 친구의 곱상한 외모와는 아주 딴판이었다.
또한 그것은 별개의 신체기관으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그 친구의 의도와는 전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풀죽은 뭇사람들의 그것들을 마치 제압이라도 하듯이 당당하였다. 그야말로 독불장군이었다.
수모를 감내할 수밖에 없는 당사자의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이 불쌍하기까지 하였다. 교관은 군대생활 몇 년 동안 너 같은 놈은 처음 본다고 하였고 지금 이 상황에서 딴 생각이 나냐며 늘 가지고 다닌 막대기로 아랫배를 쿡쿡 찔러댔다. 의지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살벌한 분위기에서의 발현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친구에 대한 얘기는 훈련기간 동안 늘 웃음거리가 되곤 하였다.

---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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