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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좋은 농담처럼
중고도서

사이좋은 농담처럼

김철 | 아시아 | 2023년 04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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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176g | 115*188*20mm
ISBN13 9791156626268
ISBN10 1156626269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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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수뗑이   평점4점
  •  출간 20230410, 판형 115x188, 쪽수 156
  •  특이사항 : -한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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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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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수습딱지를 지나 대리를 달고
다시 과장 대우가 되는 동안 내가 아는 그는
가장 높은 인간이었다
심지어 그는 몇 년 동안 한 번도
그 높은 곳에서 내려온 적이 없었다

그랬던 그가 드디어 그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임하듯 내려왔다
무중력으로 가득한 평지,
내려오는 과정에 받은 환영이라면 수건 한 장이 전부였다
처음 평지인간이 된 것처럼 며칠간은 어지러웠다는 그
이 땅의 땅은 세상 어느 곳보다 높고 비싸서
누구든 휘청거리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했다
알고 보면 그는 아주 높은 사람으로 몇 년을 사는 동안
사실은 가장 낮은 인간이었다
그 낮은 곳에서 폭염과 호우가 도르래를 타고 지나가는
기상일보를 바라보았다고 했다
---「평지인간과 높이의 인간」중에서

일정한 때가 되면 연못들이 날아오른다
한여름 치솟은 끝들을 위해
잠자리를 날려 보내고
온갖 곤충들로 여름의 채도는
한층 어둑해진 저녁을 불러온다
반딧불 움직이는 지시등을 따라
프로펠러가 수면 위에 파동을 만들고
수심에서 쏘아올린 구름을 움직인다
사실 연못처럼 단단한 곳도 드물다
---「연못이 날아간다」중에서

할머니는 이제 걸어야 하는 걸음을 다 쓰셨고요
눈이 침침해서 그려
이가 없어서 그려
손이 떨려서 그런겨
핑계는 언제나 할머니 몫이지만
그래요, 다 할머니 탓이에요
아버지를 보며 한숨 쉬는 할머니
할아버진 누가 버렸나요
할아버진 언제 벼려지셨죠
그래요, 할머니를 버릴 곳은 이미 정해져 있고요
다음번 지팡이는
아버지가 들고 다닐 거예요
마지막으로 이 산을 오르는 걸음은 쓰지 않아도 되니까요
---「고려장」중에서

방 보러 다니다가 본
가지런히 쌓인 연탄 위로
흰 눈이 어색하니 내려앉고 있었다
싸늘한 하늘을 뒤집어쓴 골목 어귀
어쩌다 저 깊은 지층은 이 동네까지 올라와 있나
반나절 동안 바깥의 문고리만 만지는 사이
돈이 좁지 방이 좁을까
---「반가운 연탄」중에서

오로지 나아가는 인간은 멸종이 되어야 끝날 테지만 우리는 따뜻한 쪽과 추운 쪽을 다 사용하고 또 사막과 설산과 심해를 다 망가뜨리고 나서도 멀고 먼 별들을 향해 침략의 기술을 경쟁한다

반면 곤충과 새들과 몇몇 물고기들은
다만 덜 춥고 덜 더운 곳에 머물려는 것뿐이다
세대들, 가장 가기 싫은 죽음을 향해
전력을 다하여 뛰어가고 있다
---「제왕나비 편도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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