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공격 능력이 빠르고 효과적이기는 하지만, 이것은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동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바로 갯가재의 공격이다. 갯가재는 투망거미조차 부러워할 만한 시각 체계 등 몇 가지 특징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갯가재의 공격은 그 종만의 독특한 특징이다. 갯가재의 가슴에 있는 두 번째 부속기관 한 쌍이 사마귀처럼 먹이를 잡는 발톱으로 변화했고, 그래서 갯가재와 사마귀의 영문 이름이 같아졌다. 이 발톱의 모양과 기능을 바탕으로 갯가재는 두 종으로 나뉜다. 찌르는 종과 내리치는 종이다. 찌르는 종에서는 발톱 끝이 날카롭고 종종 가시처럼 되어 있는 반면에 내리치는 종에서는 망치 머리처럼 뭉툭하다. 두 종 모두 발톱으로 먹이를 때려서 무력하게 만들지만, 광대사마귀새우처럼 내리치는 종의 공격이야말로 정말 놀랍다. --- p.55 「2. 잡아먹기와 먹히지 않기」중에서
포식자에게 신호를 보내는 유명한 예는 프롱킹(pronkgin, 당신이 남아프리카 사람이라면), 또는 스토팅(stotting, 남아프리카 사람이 아니라면)이라고 하는 행동이다. 두 단어 모두 대체로 가젤을 죽여서 잡아먹으려 하는 다른 동물들에게 추적을 관두라는 신호로 보내는 가젤의 놀라운 행동을 가리킨다. 포식자를 발견하면 스프링복이나 톰슨가젤 같은 동물들은 다리를 몸 아래에서 쭉 펴고 등을 구부리고 고개는 아래쪽으로 숙이고서 마치 기묘한 공중요가를 하는 것 같은 모양으로 특이한 점프를 한다. 가젤은 제자리에서 뛰는 것이 아니라 도망치거나 쫓기면서 이렇게 점프한다. 기묘한 운동학에도 불구하고 점프하는 가젤은 놀라운 높이까지 도달하고(확실치 않지만 그들은 최대 높이 3미터에 너비 14미터까지 뛴다고 추측된다. 하지만 이 수치는 입증되지 않은 것임을 확실히 말해두겠다), 이것은 분명히 의도적일 것이다. 이런 행동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고, 특히 포식자에게 보여주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 p.73 「2. 잡아먹기와 먹히지 않기」중에서
농게는 수컷의 집게발을 사용해 시각적 신호를 정기적으로 보내는 카리스마 넘치는 조그만 생물이다. 수컷에서 두 개의 집게발 중 오른쪽이나 왼쪽 하나가 다른 발에 비해 훨씬 더 크다. 작은 집게발은 먹이를 먹거나 게가 집게발을 사용해서 하는 일반적인 일들을 하는 데 사용된다. 하지만 큰 집게발은 특별하다. 우세한 집게발 쪽이 몸무게의 3분의 1에서 2분의 1에 달할 정도로 클 뿐만 아니라 종종 다양한 색에 각 종마다 다양한 크기와 모양, 색깔의 집게발을 갖는다. 농게는 신호를 보낼 때 수컷이 큰 집게발을 몸 앞으로 내밀고 위아래로 흔들어 바이올린을 켜는 것과 비슷한 동작(fiddle)을 하는 방식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농게의 이런 집게를 흔드는 행동은 자연계의 진짜 장관 중 하나이다. 특히 여러 마리의 게들이 암컷에게 과시행동을 보여주는 첫 번째 수컷이 되기 위해 경쟁적으로 동시에 이런 행동을 해서 거의 똑같이 집게발을 흔들며 이들이 선 개펄이 색색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 때 더더욱 그렇다. --- p.109 「3. 연인과 싸움꾼」중에서
이런 성적이형의 가장 극단적인 예는 아마 거의 암흑인 심해에 사는 아귀의 경우일 것이다. 이 기묘한 동물에서 암컷은 심해 생물체의 특징이자 의무 같은 무시무시한 치아와 기이한 특성을 제외하면 형태적으로는 평범한 물고기 같다. 하지만 수컷은 암컷과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 수컷 아귀는 암컷과 전혀 닮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물고기처럼 생기지도 않았다. 고환을 담은 조그만 살덩어리에 불과한 모양새다. 아주 작거나 거의 완전한 암흑 속에서 영원히 사는 다른 많은 동물처럼 수컷 아귀는 짝을 지을 암컷의 위치를 찾는 것이 몹시 어렵다. 기적적으로 수컷이 암컷을 하나 찾는다면, 조만간 아니 앞으로 영원히 다른 암컷은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수컷 아귀는 마주치는 첫 번째 암컷에게 찰싹 달라붙어서 절대로 높아주지 않는 극단적인 들러붙기쟁이가 된다. 아귀의 크기와 형태가 극단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암컷에게 기생동물이 붙어 있다고 여겨졌는데, 어느 정도는 그렇기도 하다. 운 좋은 수컷은 암컷에게 영원히 달라붙은 채 암컷의 혈액에서 영양소를 빨아 먹고 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어쨌든 이 종의 수컷이고, 절대로 떠나지 않는 짝이다. --- p.125 「4. 여자와 남자」중에서
거미의 성기는 당신이 상상하는 것과는 아마 다를 것이다. 거미의 성기는 다리를 변화시켜놓은 것 같은 촉지 형태로 암컷의 생식관 안에 정자 덩어리인 정포를 놓도록 되어 있다. 암컷과 결합하기 위해서는 이 촉지가 수컷의 덩치에 비해 불균형적일 정도로 커야 하기 때문에, 각 촉지는 수컷 몸무게의 거의 10퍼센트를 차지한다. 게다가 촉지는 두 개가 있다. 이것이 수컷 거미줄거미에게는 문제가 된다. 암컷과 교미하기 전에 우선은 암컷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말은 종종 엄청나게 무거운 성기를 매달고서 (조그만 거미에게는) 먼 거리를 움직여야 하는데, 이 성기가 속도를 느리게 만들 뿐만 아니라 수컷을 지치게 만든다. --- p.135 「4. 여자와 남자」중에서
유기체는 이런 효소들이 최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온도 범위에 있도록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고, 이렇게 하는 최적의 방법은 문제의 동물에서 체온이 너무 높아지거나 낮아지지 않게 심부 체온을 통제하는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우리의 나비처럼 밤사이에 심부 체온 최적 범위에서 너무 많이 벗어나게 놔두는 동물들은 그들의 비행 근육(여러 가지 중에서)에 힘을 공급하는 반응이 이 근육들이 제대로 기능하기 어려울 정도로 느리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깨닫고 비행 전 몸을 데우기 위해 몸 떨기를 시행한다. 비행 전 몸 데우기의 효과는 대단히 크고, 어떤 나비들은 무척 빠르게 몸을 데워서 6분 사이에 23℃나 올릴 수 있다. 꿀벌은 그보다 더 빨리 데울 수 있는데, 이런 능력을 자신들의 벌집에 들어오는 장수말벌을 뜨겁게 만들어 죽이는 방어 전략으로 사용한다. 그들은 침입자 주위에 단체로 모여서 비행 근육을 빠르게 떨어 열기 구슬을 만들어 목표물인 말벌이 과열되어 죽게 만든다. --- p.164 「5. 뜨겁고 차갑고」중에서
코끼리가 달리는 일은 매우 드물다. 이 동물은 일반적으로 걷기와 달리기를 구분하는 이동 중 허공에 떠 있는 단계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다른 사족보행 육상 포유류들은 달리는 속도가 증가하면서 걸음걸이 변화라는 걷는 패턴의 변화를 보이고(예를 들어 걷기에서 속보로, 속보에서 달리기로 바뀌는 식이다), 그래서 속보나 달리기를 할 때는 네 발이 모두 잠시 땅에서 떨어진다. 그런데 코끼리는 언제나 최소한 한 발이 바닥에 닿아 있다. 이것은 아마도 6톤짜리 동물이 허공에 떠 있는 건 몹시 어려운 일이고, 제대로 착지하지 못하는 코끼리는 끔찍한 재앙과 부상을 겪게 될 것이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코끼리는 점프 역시 하지 않는다. 아마 못한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긴 보폭 덕택에 (기술적으로는) 걷는 동안에도 엄청난 속도에 도달할 수 있다. 아시아코끼리는 40km/h라는 최고속도를 기록하고, 아프리카코끼리 역시 꽤 빠르다. --- p.204 「6. 모양과 형태」중에서
펭귄은 뛰어난 수영선수이지만, 육상에서 이들의 걷는 능력은 결과적으로 몹시 훼손되어 느리고 비효율적이다. 이들은 당신이 생각하듯이 [해피피트]에서처럼 훌륭한 탭댄스를 추지 못한다. 여러 바다 및 민물의 새들 역시 두 가지 이동 방법 사이에서 기능적 중간 지대에 존재한다. 물새 40여 종으로 이루어진 가마우짓과는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새들이 자주 다니는 육상과 공중에는 물고기가 거의 없기 때문에 가마우지는 6장에서 다이빙을 하는 케이프가넷이 그러는 것처럼 물고기의 고향에 들어가는 것이 유용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몇몇 가마우짓과는 가넷보다 더 장시간 다이빙을 잘해서 깊이 45미터까지 들어간다. 또한 물갈퀴 달린 발, 뭉툭한 날개, 그들이 사용하는 산소 소모 속도에 비례해 작은 새보다 산소를 더 많이 저장할 수 있는 커다란 몸 크기처럼 다이빙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특징들을 갖도록 진화했다. --- p.257 「7. 한계와 제약」중에서
동물의 왕국에서 가장 뛰어난 총체적 운동선수에게 상을 준다면 (그리고 동물들이 그런 것을 바라도록 진화했다면) 1등은 북미 가지뿔영양에게 돌아갈 것이다. 동물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가지뿔영양은 단거리와 장거리 달리기 양쪽 모두에 뛰어나다. 거의 100km/h에 달하는 최고속도를 가진 가지뿔영양은 치타를 제치고 육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이다. 놀랍게도 가지뿔영양은 치타가 달릴 수 있는 거리를 훨씬 넘어서서 이런 엄청난 속도를 유지하며 달릴 수 있다. 가지뿔영양이 평균 속도 65km/h로 10분 동안 11킬로미터 거리를 달려가는 것을 관찰한 현장 연구가 있고, 쫓아가는 경비행기를 가지뿔영양이 따돌렸다는 일화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지뿔영양의 보행은 놀랄 만큼 연구되지 않았고, 우리는 이 동물이 어떻게 이런 엄청난 성과를 이루는지에 관해 별로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몇 가지는 안다. --- p.263 「7. 한계와 제약」중에서
수영이 비교적 에너지가 저렴한 이유는 물의 밀도가 물 위나 물 안에 있는 동물의 체중을 상당 부분 지탱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수영하는 동물은 중력의 영향에 대응하기 위해서 조금만 일하면 된다. 완벽하게 중립적으로 말하자면, 동물의 밀도는 동물의 주위를 둘러싼 매질의 밀도와 동일해야 한다(두 개의 비율을 비중이라고 한다). 수중 동물의 비중은 일반적으로 1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큰데, 이 말은 동물들이 물에 뜨거나 아주 천천히 가라앉는다는 뜻이다. 어떤 동물들은 기체로 가득한 부레나 상어와 가오리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뼈 대신 연골로 만들어진 더 가벼운 골격처럼 비중을 더 줄이는 방향으로 적응했다. --- p.293 「8. 죽음과 세금」중에서
고양이에서 티로시나아제라는 효소를 생성하는 유전자에 점돌연변이(DNA 서열을 이루는 DNA 뉴클레오티드 ‘글자’ 딱 하나만 바뀐 것)가 발생하면 효소가 약간 다른 단백질 세트를 갖게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티로시나아제는 결함이 있다. 보통 티로시나아제는 대부분의 동물의 세계에서 어두운 색깔을 만드는 색소 멜라닌의 형성에 촉매작용을 한다. 완전히 망가진 티로신은 모든 멜라닌 생성을 방해해서 선천성 색소결핍증을 일으키고, 그래서 파란 눈에 하얀 고양이(대체로 귀가 들리지 않고 시력도 나쁘다. 멜라닌이 뇌와 발달 과정에서 다른 기능도 하기 때문이다)가 탄생한다. 그러나 이 점돌연변이로 만들어진 결함을 가진 티로신은 온도에 민감하다. 차가울 때는 잘 작동하지만 따뜻하면 작동하지 않는다. 이 돌연변이는 주둥이, 귀, 다리, 고리, 특히 고환처럼 몸의 차가운 부분은 짙은 색깔이고, 고양이의 따뜻한 부분은 멜라닌이 전혀 생산되지 않아 색이 아예 없는 샴고양이를 탄생시킨다. --- p.337 「9. 선천성과 후천성」중에서
인간은 영장류 중에서는 유일하게, 포유류 중에서도 아주 드물게, 덥고 건조한 환경에서 과열되거나 피로로 쓰러지지 않고 장거리를 달릴 수 있는 존재 중 하나이다. 멕시코 북서부의 협곡 사이 수백 킬로미터를 달리는 것으로 유명한 타라후마라 인디언부터 인간 달리기 선수들이 말을 탄 사람들과 경쟁하는(그리고 종종 이기는) 웨일스의 연례 32킬로미터 인간 대 말 마라톤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여러 번 궁극적인 지구력 선수들임을 증명했다. 이런 성과는 진화생물학에 설명을 요구한다.
--- p.374 「10. 쥐와 사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