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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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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 한유주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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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2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85쪽 | 380g | 148*210*20mm
ISBN13 9788932022659
ISBN10 8932022658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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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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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계속해서 같은 말들을 되풀이하는 까닭에 대해, 아무리 공을 들여 당신에게 설명한다고 해도, 나의 언어와 당신의 언어는, 언어라는 단어를 분명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어에 대한, 나에게서 당신에게로의 소유권 이전이 쉽지는 않았고, 소유격이라는 문법의 상황이 변하지 않으므로, 나는 더 이상 자력으로 변호할 수 없다. 언어를 소유하다니, 언어도 사물인가, 나는 문득 쓰기를 멈추고 당신에게 묻는다.---'농담' 중에서

나는 생각했고, 또 생각했지만, 그러한 생각이 거듭될수록, 내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서도 잊을 수가 없었고, 숙부의 겉옷은, 아니 나의 겉옷은, 아니, 나의 것이면서도 숙부의 것인 겉옷은, 발치에 그대로 있었고, 나도 그대로, 아니, 이대로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아무튼, 제자리에 서 있었고, 나는 그렇게 두 발을 지상에 고정시킨 채로,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않으면서, 내게 무언가를 말해주는 것처럼 보이는, 그러니까, 인생의 전환점을 암시하거나, 끝장난 인생을 제시하고 있는지도 모를, 한 장의 사진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었다.---'머리에 총을' 중에서

나는 아무것도 쓸 수가 없다. 내가 글쓰기를 시작하는 순간, 이 글은 이중의 글쓰기가 되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쓰고, 나의 단어가 나의 단어를 지우고, 나의 문장이 나의 문장과 사라지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것도 쓰지 않는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은 내가 아니다.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가 쓰고 있지 않음에도, 이 글은 계속해서 쓰인다.---'도둑맞을 편지' 중에서

국토의 70퍼센트가 산악 지형으로 이루어진 한국은 국토의 70퍼센트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그것은 아무도 웃지 않는 농담 같았다. 간척지와 방조제들이 가장 먼저 수장 의식을 치렀다. 나는 5층 건물의 꼭대기에 살고 있었다. 창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가로수의 맨 윗가지가 섬처럼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에 잠기지 않은 가느다란 나뭇가지마다 새들이 어깻죽지를 늘어뜨리고 앉아 있었다. 수면에 비친 그것들의 그림자는 조금도 일렁이지 않았다.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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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한유주 소설의 ‘나’는 문법적으로 보자면, 1인칭이겠지만 소설의 주제, 내용, 기능 차원에서 보자면 차라리 한국어 문법에는 존재하지 않는 비인칭 주어에 가깝다. 이 익명적인 주어 ‘나’는 소설에서 개진되는 글쓰기의 주체에 대한 실존적 자각 때문에 불가피하게 노출되는 존재론적 공백이자, 서사적 영도다. 이 영도의 자리를 끊임없이 자각하는 주체는 불가피하게 모종의 존재론적 찢김을 감내하지 않을 수 없으니, 종결이 예정되어 있지 않은 유랑을 떠날 수밖에 없다.
강동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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