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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풀 끝에 앉은 새
중고도서

[중고] 풀 끝에 앉은 새

남상철 | 한솜 | 2009년 09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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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153*224*30mm
ISBN13 9788957481875
ISBN10 8957481877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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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남상철
경북 울진에서 태어났다. 작품으로는 시집 『아름다운 것은 그 이름만으로도 아름답다』, 『당신이 있어 난 행복합니다』가 있고, 동인 시집 『빈터에 바람이 분다』외 다수의 작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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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가슴이 뭉클해지더니 따뜻함이 온몸 구석구석으로 스미어 들었고, 급기야 뜨끈한 눈물로 나왔다. 그 여인이 들어가자, 누군가를 기다렸던 아파트의 불빛도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하나 둘 꺼져가고, 더불어 그의 작은 기대도 꺼져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집을 올려다봤다. 그래도 자신을 기다리는 아내의 불빛만은 자신이 들어갈 때까지 밤새 켜져 있기를 아주 작은 바람으로 기대했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바람일 뿐이었다. 마치 발로 담뱃불을 짓이겨 끄듯이 그의 작은 기대는 여지없이 뭉개지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희망이 하나 둘 꺼져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희망의 불이 꺼진 창들이 어둠에서 위태롭게 매달려 떨고 있었는데, 그것은 마치 들어가고는 싶으나 들어가지를 못하고 이제나 저제나 열까 싶어 밖에서 엿보고 있는 자기 자신 같았다.
그가 다시 하늘을 봤을 때, 인정머리라고는 눈곱만큼도 없게 생겼을 것 같은 초승달이 날을 더 세워 그를 노려보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의 애절하게 갈망하는 눈빛을 보았던 것일까? 밤이 깊어지자 가끔씩 구름을 핑계로 그에게로부터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이제 남아 있는 빛이라고는 가로등뿐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믿을 것이 못 되었다. 그마저도 얼마 못 가서 소리 없는 서리 무리에 에워싸여 제 빛을 잃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발 나에게 작은 빛이라도 남겨두렴.’
그는 작은 빛이 자신의 희망이 되어 주기를 바랐지만, 오히려 굶주리고 추운 영혼들은 따뜻한 그의 차창에 붙어서 그에게 애걸하고 있었다. ‘저 영혼들 틈에 그 친구도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는 문을 열지 않았다. 아니, 열 수가 없었다. 저들을 다 들여다보면 정작 자신이 추위에 떨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의 냉정에 애걸하던 영혼들이 분노하여 그의 차창에 한을 한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이제 밖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장님이 되었다. 굶주리고 추운 영혼들이 그를 하얀 어둠 속에 가둔 것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따뜻한 방에서 단꿈에 빠졌을 시간에 그는 땅속으로 들어가야 할 때를 놓친 나방처럼 절맥하듯 눈을 감았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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