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무작정 공부를 많이 한다는 뜻이 아니라, 학업성취도가 높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시험을 잘 본다는 얘기고, 성취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이 성취력의 근원이 바로 그릿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공부를 많이 하는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을 잘 보는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가 공부 잘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 보면 100점 맞는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것이다. 물론 공부를 열심히 많이 하는 아이가 시험을 잘 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공부를 열심히, 많이 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적이 오르는 건 아니다. 속된 말로 무조건 많은 내용을 머리에 때려 넣는 것이 능사가 아니란 말이다. 공부를 잘하려면 투입과 산출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즉 그릿을 적절히 발휘하여 공부할 내용을 머릿속에 잘 집어넣고, 이를 시험 때 잘 꺼낼 수 있어야 한다. ---「진짜 공부를 잘한다는 것」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편견이 부모라면 모름지기 아이에게 공부를 ‘시켜야’ 한다고 굳게 믿는 것이다. 잘못된 믿음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일류 대학에 가기를 원한다. 그런데 일류 대학에 갈 만큼의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중고교 시절에 공부를 집중적으로 열심히 해야 한다. 그것도 공부에 재미를 붙이고 상당한 멘털 에너지를 발휘하면서 ‘자발적’으로 열심히 해야만 가능하다. 고3 때까지 계속 강제로 공부를 ‘시킨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얘기다. 중학교 1,2학년 때까지야 어떻게든 강제로 시킬 수도 있겠지만, 그 이후는 거의 불가능하다. 아이 스스로 열심히 해야만 한다. 그렇게 스스로 열심히 하려면 높은 수준의 자기동기력과 자기조절력을, 즉 그릿을 길러줘야 한다.---「일찍부터 선행학습을 시켜야 유리하다?」
비인지능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그릿(grit)이다. 그릿은 자신이 세운 목표를 위해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릿은 자신이 세운 목표를 위해 열정을 갖고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이다. 그릿은 스스로에게 동기와 에너지를 부여할 수 있는 힘, 즉 ‘자기동기력’과 목표를 향해 끈기 있게 전진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조절하는 힘, 즉 ‘자기조절력’으로 이루어진다.
그릿은 간혹 투지, 기개, 용기 등으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모두 그릿이라는 말의 원래 의미를 제대로 담아내지는 못한다. 나는 이 책을 쓰면서 ‘그릿’이라는 말을 어떻게 번역하면 좋을까 오랫동안 고민하던 끝에, 차라리 그냥 번역하지 않고 그릿이라 부르는 편이 오해의 소지를 최소화하는 길이라 판단했다. 그릿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것은 스스로 노력하면 더 잘할 수 있으리라는 능력성장의 믿음(Growth Mindset), 역경과 어려움을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회복탄력성(Resilience), 자기가 하는 일 자체가 재미있고 좋아서 하는 내재동기(Intrinsic Motivation), 목표를 향해 불굴의 의지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끈기(Tenacity) 등이다.
이 네 가지 요소의 앞 글자를 따면 역시 그릿(G.R.I.T)이 된다. 이 네 가지 요소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끊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다. 능력성장믿음(G)과 내재동기(I)가 있어야 자기동기력이 생겨나고, 회복탄력성(R)과 끈기(T)가 있어야 자기조절력이 생겨난다. 그릿은 자기동기력에서 시작해서 자기조절력으로 완성되며, 그릿을 발휘해야 구체적인 성취를 이뤄나갈 수 있다.---「그릿이란 무엇인가」
중3 정도까지는 부모와 교사가 강압적으로 공부를 시킬 수 있는 나이다. 배우는 내용 또한 난이도가 그렇게 높지 않아 내재동기(학업흥미도)나 자율성(자기주도학습능력)이 높지 않아도 억지로 머릿속에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학업성취도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내재동기와 자율성이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이러한 한국식 ‘강제학습’은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어진다. 실제 우리나라 중학생의 학력수준은 세계 최고이지만 대학생의 학력수준은 형편없이 낮다. 중학교 3학년 이후부터는 급격하게 학업성취도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내재동기와 자율성을 길러주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강압적으로 공부를 시켜 일단 성적만 올리는 데 성공했을 뿐, 장기적으로 스스로 무언가를 성취할 그릿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부에 대한 열정과 끈기를 꾸준히 발휘하려면 자기동기력이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내가 원해서, 내가 하고자 해서, 내가 택해서, 나의 의지로 공부한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확고하게 자리 잡아야 하는데 말이다.---「한국 학생들이 중학교 때까지만 공부를 잘하는 이유」
중상위권에서 늘 맴돌던 학생이 최상위권으로 성적을 대폭 올리려면 상당한 초월적 행동을 해야 한다. 늘 해오던 습관과 주변 환경에 의해 결정되어온 자신의 행동을 능동적으로 확 뜯어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상당한 정도의 신념과 행동의 변화가 필요하다. ‘내 실력은 이 정도겠지’, ‘나는 지금 이 정도밖에는 공부할 수 없어’, ‘이 정도면 많이 한 거야’, ‘이쯤 했으니 이제 딴짓 좀 해야지’ 등등의 고정관념에서 확 벗어나야 한다. 고정관념은 우리가 가진 일종의 습관이다. 누구에게나 나의 오늘은 나의 어제와 제일 비슷하고, 나의 내일은 나의 오늘과 매우 비슷하게 마련이다.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일상의 관성을 깨고 생각과 행동의 습관을 확 바꾸려면 초월적 행동이 요구된다. 자신이 마음먹은 일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인 자기조절력은 초월적 행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집념의 원천, 자기조절력」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그릿이 필요하다. 그런데 공부할 때 이상으로 시험 볼 때도 그릿이 필요하다. 시험이라는 긴장되고 제한된 시간 안에 그동안 공부했던 내용을 효율적으로 인출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려면, 자기조절력과 자기동기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릿은 긴장된 시험의 순간에 침착하고 차분하게 평정심을 유지하며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힘을 가져다준다. 그릿으로 인해 열정과 집념이 활활 타오르는 사람은 시험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그릿은 용기, 기개, 투지를 가져다준다. 반면 피동적으로, 강압에 의해서, 하기 싫은 공부를 마지못해 하는 아이들은 시험을 두려워하게 마련이다. 스스로 즐거워서가 아니라 엄마 아빠에 대한 의무감 때문에 공부하는 아이에게 시험은 한없이 두려운 존재가 된다. 시험이라는 괴물 앞에서 한없이 나약하고, 작아지고, 위축된다. 많은 학생들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릿이 부족해서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한다.---「시험에도 그릿은 필요하다」
시험에서 강력한 그릿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목표설정을 제대로 해야 한다. 등수나 점수를 목표로 삼는 것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굳이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등수보다는 점수를 목표로 삼기를 권한다. 등수나 점수에는 모두 운이 따른다. 내가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사항을 목표로 세우면, 자연히 마음이 불안해진다. 따라서 등수나 점수가 아니라 ‘내가 세운 시험공부계획의 100% 달성’을 학업목표로 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좀 무리다 싶을 만큼의 공부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하루하루 실천해가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으면 된다. 스스로 세운 계획을 지키는 것은 굳은 의지로 노력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다. 학습계획 자체를 목표로 삼아야 스트레스 없이 즐겁고 신나게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법이다.
---「등수가 아닌 계획을 목표로 삼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