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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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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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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9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322쪽 | 352g | 130*185*18mm
ISBN13 9788997170524
ISBN10 89971705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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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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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지도 않을 일을 어떻게 해 보려면, 수단을 가리고 있을 겨를이 없다. 가리고 있다가는 남의 집 담벼락 아래나 길바닥 위에서 굶어 죽기 십상이다. 그리고 여기로 실려 와 개처럼 던져질 게 뻔하다. ‘가리지 않는다면…….’ 사내의 생각은 몇 번이나 똑같은 길을 배회한 끝에 어렵사리 이 지점에 봉착했다.
--- 「라쇼몬」중에서

도적이 그 말을 하자 아내는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나는 그때까지 그렇게 아름다운 아내를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아내가 당장 묶여 있는 내 눈앞에서 도적에게 뭐라고 대답을 했냐고? 나는 중유(中有)를 떠돌면서도 아내가 대답한 말을 떠올릴 때마다 증오에 불타오를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분명 이렇게 말했다, “그럼 어디든 데려가 주세요.”
--- 「덤불 속」중에서

나는 모든 것이 시시해져 읽고 있던 신문을 던져 놓고 다시 창틀에 머리를 기대고 죽은 듯이 눈을 감고 꾸벅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분인가 지났다. 갑자기 무언가에 놀라 눈을 떠 주위를 둘러보니 여자아이가 어느새 내 옆자리로 옮겨 와 일부러 닫아 놓은 창문을 열려고 끙끙대고 있었다. 계속 애를 쓰고 있지만 무거운 창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 「귤」중에서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피아노를 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친다.’라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건반을 건드리는 소리 같았다. 나는 무심결에 발걸음을 늦추어 황량한 주변을 둘러보았다. 피아노는 마침 달빛 아래 길쭉한 건반을 드러내 놓고 있었다. 무성한 명아주 사이에 놓인 피아노, 그러나 사람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 「피아노」중에서

셋은 다시 토롯코에 올라탔다. 토롯코는 바다를 오른편에 끼고 나무 아래를 달렸다. 그러나 료헤이는 아까처럼 재미있지는 않았다. ‘이제 그만 집에 가고 싶어.’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목적지까지 다 가지 않으면 토롯코나 인부나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료헤이도 잘 알고 있었다.
--- 「토롯코」중에서

도시히토가 씩 웃으며 일부러 고개를 돌리고 가만히 말을 걸렀다. 길가의 인가가 점차 드문드문해지더니 이제는 황량한 겨울 밭을 뒤지는 까마귀만 보이고, 산그늘에 남아 있는 눈은 푸르스름한 빛을 내뿜었다. 해가 떠 있는데도 가시 달린 옻나무 가지들이 날카롭게 하늘을 찌르고 있는 광경이무척이나 을씨년스러웠다.
--- 「죽」중에서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간다타는 무심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하늘 저 멀리서 은빛 거미줄 한 가닥이 반짝거리며 적막한 어둠을 뚫고 마치 다른 사람의 눈에 뜨일까 조심스럽게 그의 머리 위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를 발견한 간다타는 자기도 모르게 손뼉을 치며 기뻐했습니다.
--- 「거미줄」중에서

그리스도는 먼지와 땀으로 범벅이 되어 때마침 지나가고 있던 그의 집 문 앞에 발을 멈추고, 잠시 숨을 돌려 쉬고자 하였다. 그곳에는 무두질한 가죽띠를 두르고 손톱을 기른 바리새인들이 있었고, 머리카락에 푸른 분을 칠하고 나드 기름향을 풍기는 창녀들도 있었을지 모르겠다. 아니면 로마 병사들이 들고 있던 방패가 좌우에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한낮의 빛을 받아 반사시키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 「방황하는 유대인」중에서

그해 여름, 진다유와 기사부로는 운슈 마쓰에 읍내로 들어갔다. 오하시 다리에 처음 올라서서 신지코 호수의 하늘에 둥실 떠 있는 뭉게구름을 바라보자 두 사람 모두의 가슴 속에 비장한 감격이 일었다. 돌이켜보니 두 사람은 고향 구마모토를 떠나 어느덧 네 번째 여름을 맞이하고 있었다.
--- 「어떤 원수 갚기 이야기」중에서

그는 〈어느 바보의 일생〉을 쓰고 나서, 우연히 한 골동품 가게에서 박제 백조를 발견했다. 백조는 머리를 들고 서 있었지만 누레진 날개마저 벌레에게 파 먹힌 모습이었다. 그는 그의 일생을 떠올리며 눈물과 냉소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의 앞에 있는 것은 오직 미치든가 자살하는 것뿐이었다. 그는 저녁의 거리를 혼자 걸으며 그를 파멸시키기 위해 서서히 다가오는 운명을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 「어느 바보의 일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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