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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 완료 10초 전!”
10초라고 하니 이효리의 노래가 떠오른다. 10분만 있으면 다른 여자의 남자를 자기한테 반하게 할 수 있다고 했었지. 반하게 하기만 하겠나? 다른 일도 할 수 있겠다. 10분이면 화장실에 가고 물도 마시고 잠도 잘 수 있겠다. 입교 전까지 나에게 10초란 가만히 있는 것 말고는 뭔가 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다. 그러나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매번 동작을 마치도록 주어지는 시간이 10초니 그것에 맞춰서 동작이 매우 빨라진다. 그러다 가끔 1분을 주면 세상 모든 여유가 나에게 있는 것 같다. 와, 1분이라니! --- p.46 완전군장 뜀걸음은 그중 난도 최상이다. 군장과 소총의 무게뿐만 아니라 허벅지에 매달린 방독면의 불편함까지, 시작도 하기 전에 체력은 방전 직전이다. 5km를 뛰어야 하는데 시작하고 200m도 채 가기 전에 충전이 필요한 상태가 된다. 오르막에서는 동기가 내 군장을 밀어 올려주지 않으면 제자리뛰기를 할 뿐이었다. 내 몸이 아닌 것처럼 뛰고 있는데 훈육관(생도대 중대별로 훈육 지도를 하는 육군 소령이 한 명씩 있다)님이 옆에서 경고하셨다. “네 군장 네가 안 들고 갈래? 언제까지 군장에 끌려갈 거야!!!!!” --- p.56 성별을 떠나서 업무를 잘하는 사람이 있고 미흡한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소수인 집단은 평가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일을 못하는 남군과 근무하고 나서 남군과 절대 같이 근무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단지 그 사람과 다시 근무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내가 엄청난 사명감과 명예심을 갖고 임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 때문에 후배 여군 장교들이 어떤 자리에 갈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하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 p.165 그러나 역시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야 인생인 것 같다. 육사에 입학하고 한 학기 정도 멈췄던 생리가 정상으로 돌아온 후 예정일에서 일주일 이상 벗어난 적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소식이 없었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테스트를 해본 결과, 너무나 선명한 두 줄.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축하해 주기 바빴다. 솔직히 너무 당황스러웠다. 계획에도 없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아이에겐 미안했지만, 난 전혀 기쁘지 않았다. 3달 뒤면 이동해야 하는데, 어찌해야 할지 전혀 계산이 되지 않았다. --- p.228 군인이면서 엄마인 사람들, 특히 장교인 엄마 중에 아이를 직접 키우면서 부대에 다니는 사람들은 드물다. 출근도 빠르고 퇴근은 기약이 없을 때가 많고, 1~2주 되는 훈련도 가야 한다. 도움을 주는 사람이 없으면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가 어렵다. 도우미를 쓰거나 친정 또는 시댁에 아이를 맡겨야 한다. 이동이 잦은 직업이라 매번 도우미를 구하기가 어렵고, 코로나19와 같은 사태라도 터지면 그마저도 힘들다. 업무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지만 아이를 낳고 나니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은 생각도 절로 들었다. 가족이 모두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이렇게 아등바등 지내고 있는데, 갓난쟁이를 모질게 떼어놓고 ‘이렇게까지 일을 해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 마구 생겨났다. --- p.238 인생에는 나도 있고, 가정도 있고, 일도 있다. 그 인생을 90점 만점이라 할 때 나 자신 30점 + 가족 30점 + 일 30점으로 볼 수 있다. 내가 일에 모든 것을 걸고 매달렸을 때 얻을 수 있는 점수는 최대 30점이다. 대신 가족과 나 자신의 점수는 빵점이다. 그럼 내 인생은 90점 만점에 30점짜리가 된다. 그런데 모든 것을 걸어도 일에서 30점 만점을 얻기란 쉽지 않다. 내 에너지를 일에도 가족에도 나 자신에게도 적당히 분산을 시킨다면 각각 부문에 50%씩만 달성해도 내 인생은 45점이 된다. 일에 모든 걸 걸어서 달릴 때보다도 훨씬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 p.2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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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도 직업인입니다
우리가 몰랐던 직업군인의 세계 군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우선 남성 군인이 전투 또는 훈련하는 모습이다. 여군의 이미지는 아직은 소수자로 후방에서 행정지원을 한다는 것이 강하다. 『대한민국 여군입니다』는 편견과 사실 사이에서 군인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 또 직업군인은 다양한 업무를 하는 직업인이라는 현실도 보여준다. 회사의 부서처럼 군대는 병과가 나뉘어 있으며, 병과에 따라 업무가 정해진다. 남군과 여군 모두 병과에 따라 다양한 업무를 하고 그 과정에서 모든 직장인이 느끼는 희로애락을 그들도 느낀다. 저자 역시 인사병과로 임관 후 전화 받는 법과 보고서 쓰는 법을 배우고, 상관에게 꾸중을 듣기도 하고, 타 부서와 실랑이하기도 한다. 좌충우돌하며 점점 성장하는 모습은 군대 역시 사람 사는 일터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일반 직장과 다른 점이 있다면 컴퓨터 앞에서 씨름하다가도 매년 있는 체력검정을 위해 3km 달리기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여군입니다』에는 잦은 전근, 인사평가 시험 준비, 가정과 일과의 균형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살아가는 생활인이지만,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는 자부심을 품고 사는 17년 차 육군 소령의 이야기가 담겼다. 민간인은 몰랐던, 직업군인의 평범하고도 다양한 모습이 솔직하고 씩씩하게 펼쳐진다. 임관부터 전역까지, 알짜배기 정보를 한 권에 1장은 육사 합격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담겼다. 육사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매일 운동장을 돌고 공부하는 여군 지망생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2장은 육사 생도 시절 이야기다. 1초 단위로 칼같이 돌아가는 일상에서 뜀걸음하고, 얼차려받고, 공부하면서 울고 웃었던 4년의 시간을 들여다볼 수 있다. 3장은 소위로 임관 후 군 생활 이야기다. 부대를 돌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초보 장교로 실수도 하며 경험한 군대 조직 내 이야기가 펼쳐진다. 4장은 아이를 낳고 일과 가정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현실이 담겼다. 대한민국의 모든 워킹맘이 공감할 만한 애환을 털어놓는다. 5장은 군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전하는 조언이다. 군대에서 꼭 갖춰야 할 필수 능력을 알려주고, 일도 좋지만 무엇보다 스스로를 아끼라는 애정어린 조언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부록에서 다양한 정보를 담았다. 군인이 되는 여러 가지 방법, 모집인원, 정년, 복지 등 구체적인 내용을 정리, 군인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방향을 제시한다. 여군으로 산다는 것 군대라는 남초 집단에서 여군으로 살기란 쉽지 않다. 작가 역시 육사 입학부터 성별의 한계를 끊임없이 느껴야 했다. 아무런 특혜나 배려를 원하지 않았음에도 ‘여자 대접받을 거면 왜 육사에 온 거냐?’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고, 임관 후 성별과 상관없는 보직임에도 여군은 받고 싶지 않았다는 말을 상관에게 듣기도 했다. 또 갑작스런 임신으로 원하는 자리를 포기해야 했던 경험과, 아이를 낳은 후에도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자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군인이 아니더라도 모든 워킹맘이 공감할 수 있을 법하다. 그럼에도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는 일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일이 아니라 두 필의 말을 갈아타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는 저자는 일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방법을 경험을 통해 알려준다. 또한 여군이란 이유로 벌어지는 숱한 어려움 속에서 자신을 지키고군인답게 살아가는 지혜를 이 책을 통해 나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