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수님은 미래 세대의 과학자들에게 어떤 조언을 건네고 싶으신가요? 젊은 과학자들에게는 과학에만 지나치게 몰두하지는 말라는 조언을 하고 싶습니다. 과학에 마음이 이끌리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절제하지 않는다면 과학에 매몰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인문학과 예술, 그리고 외국어 강의를 최대한 많이 들어두길 바랍니다. 인문학이 인생의 여러 문제에 딱 들어맞는 명확한 해답을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질문을 던지며 인간 존재에 관한 가장 중요한 질문들은 과학으로는 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줍니다. 그런 겸손함과 공감하는 마음, 인간적인 호의가 나름의 역할을 합니다.
---「로알드 호프만, ‘Chapter 1 화학은 쉽다, 인간답게 사는 것이 어렵다’」중에서
― 스톡홀름에서 전화가 걸려왔을 때 무엇을 하고 계셨나요? 스톡홀름은 볼티모어보다 여섯 시간 빠릅니다. 이곳 시간으로 새벽 5시 반에 전화가 걸려왔으니까 그때는 자고 있었죠. 수상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 샤워를 했고 아내 메리는 미네소타에 계신 내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화학 교수였던 아버지는 이미 8년 전에 돌아가셨고 시골 출신인 어머니는 혼자 살고 계셨습니다.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얘야, 정말 기쁜 일이구나. 그래도 너무 자만하지는 말라고 피터에게 전해주렴.” 진솔하고도 실용적인 조언이었죠.
---「피터 아그리, ‘Chapter 2 휴가지에서 찾아온 발견’」중에서
― 노벨상 증서와 메달은 어디에 보관하십니까? 그냥 구두 상자에 넣어서 벽장 안에 두었는데, 어느 날 스위스 TV에서 똑같은 질문을 받고는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서 소중한 보물이 그대로 잘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그 후로 더욱 조심하게 되었고 이제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노코멘트로 일관합니다.
---「리하르트 에른스트, ‘Chapter 3 예술과 과학은 서로 통한다’」중에서
― 박사과정 졸업을 앞두고 파스퇴르 연구소에 있는 선배 과학자들에게 조언을 구하셨는데요. 그중 한 사람이 여자가 잘할 수 있는 일은 가정을 돌보고 육아를 하는 것밖에 없다며, 교수님께 과학자가 아닌 다른 커리어를 택하는 편이 더 나았을 거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아직도 이렇게 끔찍한 생각과 행동을 하는 남자들에게 어떤 말씀을 전하고 싶으신가요? 그건 완전히 틀린 생각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를 증명하는 사례가 수없이 많습니다. 40년 전에는 사회 전반에 그런 사고방식이 만연했었죠. 파스퇴르 연구소뿐만 아니라 프랑스 안팎의 수많은 연구기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그동안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졌습니다. 내가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처음 일하던 시절에는 여성 교수가 불과 다섯 명도 안 됐는데 지금은 교수진의 약 50퍼센트가 여성입니다. 여성들이 얼마나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지 남성들에게 증명해낸 덕분에 이렇게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요즘은 여성들이 능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사실 인정받는 건 쉽지가 않거든요. 남성과 비교하자면 젊은 여성 연구자들은 제대로 인정받기가 아마 두 배는 더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노력해야겠죠.
---「프랑수아즈 바레시누시, ‘Chapter 4 타인을 돕는 열정이 나를 돕는다’」중에서
― 노벨상 수상 10년 후에 스톡홀름의 노벨 주간에 교수님을 뵈었을 때 제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과학자는 노벨상 수상이 아니라 커다란 발견을 해내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요.오로지 노벨상을 위해서 산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죠. 노벨상을 탈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지 생각해보세요. 아마 100만분의 1 정도 될 겁니다. 상을 타고 싶어서 연구한다면 그건 부정적인 동기입니다. 나는 인생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성과를 이뤄낼 때 진정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통찰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으로 살펴보아야 합니다. 당연히 주변을 둘러보고 비교하고 판단해서 어떤 것이 훌륭한 과학인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독창성이 필요하지요.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연구에 대한 내적 판단과 통찰력의 문제입니다. 상을 타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휘둘린다면 부정적인 동기의 영향을 받는 것입니다. 열심히 연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을 받게 됩니다. 상이라는 건 이 사회가 누군가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수단인데 사실 과학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아론 치에하노베르, ‘Chapter 5 목표를 세우지 말고 인생을 즐겨라’」중에서
― 교수님의 연구와 삶을 이야기할 때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를 빼놓을 수는 없겠지요.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왓슨과 크릭, 허블과 비셀과 더불어 가장 유명한 과학 듀오입니다. 아모스는 교수님이 노벨상을 수상하기 6년 전에 세상을 떠났는데요, 만약 살아 계셨다면 그분도 노벨상을 받았을 겁니다. 아모스와의 파트너십은 어땠나요? 두 분의 공동 연구와 그처럼 공동 연구가 가능했던 핵심 요인들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핵심 요인이라면 함께하는 시간이 서로에게 즐거웠다는 것을 들 수 있겠네요. 둘 다 상대방이 흥미롭고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꺼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그게 정말 중요한 요인이었죠. 스스로 즐기면서 일할 때는 완벽주의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어떤 것에도 지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일은 즐거움이었고 기쁨이었습니다. 그게 한 가지 요인이었습니다.
---「대니얼 카너먼, ‘Chapter 12 혼자서는 해낼 수 없다’」중에서
― 교수님이 멘토링을 해준 제자 중에서 스톡홀름에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이름을 나열해보자면 조지 애컬로프(George Akerlof), 피터 다이아몬드(Peter Diamond),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 로버트 먼델(Robert Mundell),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장 티롤(Jean Tirole)이 있습니다. 혹시 깜박하고 빠뜨린 사람이 없어야 할 텐데요. 물론 그중에는 나와 더 가까이에서 함께 연구한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로버트 솔로, ‘Chapter 19 에덴동산을 떠나지 않았다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