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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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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 종군기자의 시각으로 쓴 이순신의 7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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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8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72쪽 | 654g | 176*226*30mm
ISBN13 9788962464009
ISBN10 896246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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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에 대한 기자적 시각의 해석에 붙여

처음 ‘난중일기’를 읽었을 때는 이해할 수 없었다. 1년을 단위로 복사한 뒤 하루 종일 손에서 놓지 못하고 백여 번을 넘게 읽었다. 1년의 기록이라고 해봐야 그리 많지도 않은 분량, 포기하다 다시 읽었다. 아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아, 이것은 전란 후 본격적인 저술을 위한 메모장이었구나. 그렇다면 메모의 이면에는 무엇이 담겨 있었을까, 알 수 없었다. 임진년을 거치고 한산도의 외로운 시절을 감당하고 파직과 백의종군, 어머니와 자식을 잃어버린 통제사가 그래도 전란을 다시 떠맡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런 후세의 궁금증은 노량해전에서 통제사가 전사하면서 바다 깊숙이 가라앉아 풀 수 없게 되었다. 통제사가 후세에게 전하고 싶었던 기억의 유전자가 그날 영원히 사라졌다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었다.

통제사는 장문의 거침없는 장계를 수도 없이 써내려가고 하루에도 수십통의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난중일기는 ‘임진장초’에 비해 너무 짧고 단순했다. 그가 만난 사람들은 기록되어있지만 숱하게 오고 갔을 대화는 남겨 있지 않았다. 차라리 마지막 전투에서 몸을 사렸다면 이 뼈대를 토대로 살과 피가 만들어져 민족의 소중한 교훈과 기억의 유전자가 되었을 것이다. 통제사는 그러지 않았다.

하지만 전란의 와중에서 통제사가 꾸준히 해온 일상적, 군사적 업무는 가감 없이 적혀 있었다. 따라서 피상적인 관찰은 가능하지만 통제사의 사고는 복원할 수 없는 한계, 이 때문에 심층적인 분석이 아닌 관찰자 시점인 르포 형식의 기사를 택했다. 수백 년이 지난 후, 더구나 비전문가의 관찰 기록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기자는 본래 비전문가이면서 전문가의 주변을 기웃 거린다. 그래서 가볍지만 편견에서 자유롭다.

이 과정에서 이순신과 동시대를 살아온 걸출한 인물들의 도움을 받았다.
유성룡의 징비록을 비롯, 잡록, 행록 등을 저술한 분들도 시대의 아픔을 공유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미사여구가 군인 이순신의 기록과는 달랐다. 선조실록 또한 참고했지만 군왕을 중심으로 시각과 관점이 맞추어지면서 사실에 대한 기록은 부족해 보완 자료로만 활용했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시대와 관점에 따라 늘 달라진다. 사람에 대한 사람의 평가가 같을 이유도 없다. 우리가 통제사에 대해 영원히 열광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감동을 주는 보편성이 존재하기에 지금까지 후손들에게 살아 숨 쉬는 영웅일 것이다.

‘난중일기’를 보면서 통제사가 아주 사소하면서도 구체적인 삶속에서 공감을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농사와 어업, 소금 굽기 같은 일에 아주 몰두하고 있다. 전쟁은 그러한 여러 가지 일상의 업무 중에 하나일 뿐이었다. 애초부터 전쟁만을 위해 태어난 영웅은 아닌 듯 보였다. 또 사람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주어진 현실에 충실할 뿐 타고난 영웅의 모습도아니었다. 그리고 어떤 한 사람을 줄기차게 편애하거나 미워하지도 않는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상대방의 잘잘못에 대한 의견을 감추지 않았다. 잘하면 기뻐하고, 못하면 화를 낸다. 아마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일과 삶을 바라보는 통제사만의 잣대가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도원수 권율에 대해 통제사는 여러 가지 평가를 담고 있었다. 존중하면서도 잘잘못을 정확하게 드러낸다. 통제사의 놀라운 전공은 자신의 원칙과,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바로 잡는 부단한 노력의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통제사는 성웅(聖雄)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원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유년을 거쳐 무술년에 이르면 ‘이런 지도자도 있구나.’라는 어쩔 수 없는 공감대에 빠져든다.

일기를 수백 번 읽었지만 이후의 일기로 이전의 일기를 짜깁기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결과를 토대로 과정을 하나의 연속선 위에서 모두 묶어두려 한다면 해석학적 시도를 스스로 저버리는 처사이다. 그래서 총체적인 인과론의 시야에서 보지 않고 시간 시간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시각에서 과거를 보려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일기에 담긴 사실을 기초로 추론적, 직관적 상상을 통한 복원에 주력했다. 통제사는 인과적으로, 운명적으로 영웅이 될 수밖에 없는 자질을 타고났다는 식의 함정을 최대한 경계하며 일기를 읽었다. 마치 로또의 당첨 번호를 이미 알면서도 사지는 않으려는 노력일 것이다. 그래서 르포 기사라는 형식의 틀에 가두었지만 군데군데 실패한 서술이 드러난다. 기사는 늘 현상에 국한되는 저널리즘의 한계에 봉착하지만 때로 이러한 경박함이 학문적인 진지성이나 인과론보다 삶의 본질에 다가 설수도 있지는 않을까, 이런 만용으로 글을 써 보았다.
--- 「머리말」 중에서

장대에 묶인 낫과 창, 갈고리가 연못의 물고기를 잡아내 듯 사냥감에 쏟아진다. 바다는 금세 피로 물든다. 평생 알지 못하던 두 사람이 죽고 죽이며 찰나의 인연을 맺는 것이다.
--- p.55 임진년 6월 기사, ‘당포 해전’ 중에서


부모는 자식과 헤어지고, 자식은 부부간에 헤어지고, 결국 그 자식의 늙은 부모마저 끌려가면서 어린 손녀는 비로소 더 이상 헤어지는 아픔을 겪지 않아도 된다. 외톨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 p.77 임진년 12월 기사, ‘도탄에 빠진 백성’ 중에서

이달 들어 봄기운이 완연하다. 병사들의 가슴에는 아지랑이와 더불어 봄기운의 신명이 지핀다. 바로 밭을 갈고, 보리에 거름을 주고, 파종을 준비하는 농사꾼의 본능이 주체할 수 없이 솟아오른다. 하지만 병영에 매인 몸, 집안일은 모두 아내의 몫이다. 전란 통에 겨우 지켜낸 아이들을 건사하며 하루 종일 논과 밭을 오가며 먹지 못한 얼굴은 노랗게 떠 있을 것이다. 몸은 군영에 있지만 마음은 고향의 논밭과 가족으로 향한다.
--- p.240 병신년 2월 기사, ‘고향을 그리는 병사’ 중에서

바다 속 왜병을 최후까지 찾아내 도살하는 전투의 막바지, 조선 수군의 광기어린 살기로 한낮의 여름바다가 서늘하게 식고 있다. 짚단과 불화살, 신기전이 왜선을 향해 날아가고, 편전과 화살이 숨 돌릴 틈 없이 바닷물을 가르고, 갈고리와 낫이 계속 바다를 찍어댄다. 낫에 찍힌 푸른 바다는 금세 시뻘건 피를 흘린다.
--- p.353 무술년 7월 기사, ‘절이도 해전’ 중에서

깨진 왜선이 노량 해역 일대에 멈추면서 적과 우군을 구별하기조차 어려운 혼전(混戰)의 양상, 조총의 철환은 사방에서 날아온다. 포기한 고향 길, 무기력과 절망감이 이 밤 내내 죽음 길의 동행을 집요하게 찾는다. 가리포첨사 이영남의 투구에 철환이 박힌다.
--- p.364 무술년 11월 기사, ‘노량 해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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