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지금까지 어떤 남자들을 만났던 겁니까?” 갑작스러운 태경의 질문에 유진은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네?” “남자한테 얼마나 많이 데였으면 결혼 자체를 싫어하게 된 거죠?” 유진이 대답을 하지 못하자, 태경이 낚싯대에서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내가 알아서 떨어져 나갈 줄 알았겠죠?” 태경은 기분 나쁜 표정이 아니라,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 웃고 있었다. 유진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자신의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말하기로 결심했다. “맞아요. 난 독신주의자거든요. 결혼 같은 건 흥미 없어요.” 잠시 후, 태경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동지를 만났군요.” “뭐라고요?” “나도 유진 씨처럼 결혼에 관심이 없었다고요. 그런데 달라졌어요. 당신에게 흥미가 생겨버렸거든요. 그래서 결심했어요. 어차피 언젠가 해야 하는 결혼이라면, 당신과 하고 싶다고요. 같이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거든요.” “이봐요. 진짜 왜이래요? 이건 아니잖아요. 그 쪽만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끝날 일이에요. 설마 본인들이 서로 마음에 안 든다는데 부모님들이 강제로 결혼을 시키시겠어요? 그러지 말고 저한테 협조 좀 해주세요. 저 같은 여자 싫다고, 너무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해주세요. 조금 나쁘게 부풀려서 말해도 상관없어요.” 태경은 너무나 간절한 유진의 눈빛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것이 자신을 진저리가 쳐질 정도로 싫어하는 그녀 때문에 생긴 오기인지, 아니면 기분 나쁜 말들에 대한 분노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왠지 순순히 그녀의 말대로 해주기가 싫어졌다. “유진 씨 하는 거 봐서요.” “네?” “유진 씨가 협조적으로 나오면 나도 유진 씨말에 협조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유진 씨가 계속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유진 씨와의 결혼 적극적으로 추진해 볼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