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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두 나라
중고도서

천상의 두 나라

: 카잔차키스의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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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493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8902387
ISBN10 8988902386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영원한 자유인 카잔차키스의 중국, 일본 기행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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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영원하다. 봄이면 에메랄드 빛을 띤 초록색으로, 여름이면 은회색으로 바뀌는 끝없이 비옥한 평원. 어머니처럼 젖이 넘치는 연민에 찬 대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개미 떼. 파란 면 작업복을 입은 대지의 아이들이 대지의 젖을 빨기 위해 몸을 숙인다.
쌀과 면화와 사탕수수와 뽕나무와 차〔茶〕. 거대한 강이 대지를 적시며 무겁게 움직인다. 중국의 모든 것이 현란한 장식이라고는 없이 단순하고 조용하게 천천히 움직인다. 이곳에서는 사나운 감정의 폭발도 없고, 파괴와 창조라는 충동적인 격정이 지배하는 열대 지방의 초조하며 불안정한 성급함도 느낄 수 없다. 이곳 중국의 리듬은 인내심이 있고 깊다. 중국의 모든 것이 서두르지 않으며, 불멸인 듯 행동한다. 빠르고 초조한 움직임이 얼마나 덧없으며, 그것이 대지의 진지함과 영원함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 pp. 99 ~ 100
이렇게 여러 절을 다니면서 나는 일본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일본인의 가장 작은 움직임도 세상을 반사하고 있는 신사의 반짝이는 수면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나는 이제 일본인의 그림을 이해한다. 그건 그들이 꽃과 아이들을 너무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나는 일본인의 입술 주위에 떠오른, 아직까지도 해독하기 어려운 미소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일본 여자들이 왜 굽이치듯 걷는지, 그들의 못생긴 입과 구부러진 무릎에 대해 잊게 만드는 매력이 과연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만드는 가장 순수한 것들―나무 상자와 칼과 작은 잔, 인형과 게다―속에 어떤 깊은 주문과 사랑과 이해와 아름다움과 단순함이 있는지를 알고 있다. 그리고 내가 신사의 물 위로 몸을 숙이며 내 얼굴을 일본의 얼굴과 함께 보는 지금 그들의 춤과 극장과 다도와 정원과 집으 진정한 의미를 지닌다.
수년 전 나는 한 여자와 함께 우물 위로 몸을 기울인 적이 있다. 서로 닿은 우리의 두 얼굴은 잠시 어둡게 반짝이며 떨고 있는 물 위에서 움직였다. 그리고 문득 내가 그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진정으로 일본을 사랑하기 시작한 것 같다.
--- pp. 313 ~ 314
그 순간 구석에 승려 하나가 보였다. 그는 작은 전등을 켰다. 그러자 갑자기 절 뒤쪽에서 값비싸고 투명한 마노에 조각된, 탄력 넘치는 가슴이 드러나는 심홍색 승복 차림의 젊은 부처가 가부좌한 채 신선하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모습을 나타냈다. 어떤 조각상도 그보다 더 큰 기쁨을 준 적은 없었다. 아니 기쁨이라기보다는 내가 증오하는 자아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해방이자 자유였다. 그것은 내가 울타리를 부수고, 끝없이 투명한 무(無)와 하나가 되었다는 점에서 기쁨이기도 했다. 춤과 음악과 하늘 가득한 별들만이 줄 수 있는 기쁨을 이곳에서 느낀 것이다.
나는 조용히 꿈 속에서, 투명한 초록색 물 속에서 수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거기에는 보름달이 있다. 처음으로 나는 부처의 가르침을 이해했다. 열반이란 무엇인가? 완전한 소멸 또는 우주와의 불멸의 조화? 2,000년 동안 철학자들과 신학자들은 열반의 의미를 알아내기 위해 싸우고 논평하고 분석하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 마노 부처를 보면 마음은 확신으로 가득 차며 열반에 든 듯한 느낌이 든다. 소멸도 불멸도 없다.
--- pp. 114 ~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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