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은 사실, 보기와는 달리 아주 마음이 여리고 착하답니다. 수줍음도 많이 타고요. 하나님이 처음 생명을 주셨을 때, 다른 동물들은 "고맙습니다!" 소리치며 기뻐 뛰어나갔지만 도마뱀은 살짝 눈을 들어 한번 쳐다보고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얼른 바위 뒤로 숨어 버렸지요. 도마뱀은 누가 가까이 오는 기척이라도 나면 언제나 후닥닥 바위 뒤로 뛰어들갔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친구를 사귀고 싶어 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도대체 발이 말을 안 듣는 거예요. 무슨 소리만 나면 저절로 움직여져 숨게 되는 걸 어떡해요. 그러던 어느 날 도마뱀은 드디어 발한테 이겼습니다. 누군가 가까이 오는 소리를 듣고도 달아나지 않고 그냥 서 있을 수 있게 된 거죠. 게다가 먼저 말까지 걸었다니까요! "안녕?"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인사부터 하고 눈을 든 도마뱀은 깜짝 놀랐습니다. 눈앞에 보이는건 커다랗고 억센 발톱뿐이었거든요, 그건 바로 타조의 발이었어요. 타조는 발 밑에 도마뱀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그냥 지나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