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여러 면에서 양자와 같은 도시이다. 백인 가족의 품에서 자랐으며, 동의하지도 않았는데 생물학적 부모인 중국으로 돌려보내졌다. 언어부터 정부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관습까지 엄마와 자식 사이에 공통점은 거의 없다. 아이는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엄마를 향해 애정과 감사를 표하라고 강요를 받으면 받을수록 점점 더 반항한다. 아이는 버림받아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며, 혼자라고 느낀다. ‘일국양제’ 체제는 과거 식민지였던 홍콩이 1997년 중국의 통치 아래로 무사히 넘어갈 수 있게 해 주었지만, 깊어지는 정체성의 위기를 완화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홍콩은 영국의 도시는 아니지만 중국이 되고 싶지도 않으니, 시간이 지남에 따라 뚜렷이 다른 정체성을 내세워야 할 필요성이 점점 커졌다.
---「Act 1: 저항의 얼굴」중에서
그 시위는 사회적 진공 상태에서 발생한 게 아니었다. 중국 정부가 선거제도를 개혁한다는 약속을 어겼고 뒤이은 경찰의 강력 진압이 불안한 상황의 기폭제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시위의 원인은 아니었다. 소득 불평등, 계층 이동 사다리의 붕괴, 그리고 대중을 분노케 했던 여러 사회적 불평등 현상이 수십 년 동안 억눌렸다가 마침내 끓어 넘친 것이었다. 마틴 루터 킹은, 결코 억압하는 자가 자발적으로 자유를 주는 법은 없으며, 자유는 반드시 억압받는 자가 요구해야 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우산혁명은 요구 사항을 관철하려는 우리의 방식이었다.
---「Act 1: 저항의 얼굴」중에서
하루에 두 번 선임 교도관이 식당을 방문해 청소가 전부 완벽하게 이루어졌는지 확인한다. 이때 모든 재소자는 가슴을 펴고, 양손은 주먹을 쥔 채 정면이 아니라 45도 각도로 위를 응시한 상태로 줄 맞춰 서야 한다. 눈을 맞추지 말라는 명령이 나는 이해되지 않는다. 나는 항상 높은 사람을 만났을 때는 눈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확실히 내가 잘못 생각했었다. 한 교도관이 설명해 주었다. “눈을 들어 쳐다보면 희망으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이잖아.”
---「Act 2: 픽욱교도소에서 보내는 편지」중에서
사회적 불평등과 중국 공산당에 의한 정치적 강압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 맞서 홍콩의 젊은이들은 항복을 거부하고, 쉽고 현실적인 방법과 이상을 맞바꾸려 하지 않는다. 어른들처럼 ‘예의 바른 삶’의 자세로 살아가는 대신 소신을 말하고 반발하는 데 모든 것을 거는 쪽을 택한다.
---「Act 2: 픽욱교도소에서 보내는 편지」중에서
신민당은 성공한 기업인들이 모인 정당이다. 신민당의 당원은 홍콩 사회 상류층 인사들로, 한 손에는 잠재적인 퇴로가 될 외국 여권을 쥔 채 애국적 미사여구를 외치며 공산당과 친분을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해외에 고급 부동산을 소유하고, 자녀들은 홍콩 교육을 피해 서구의 대학교에 보낸다. 그래서 중국 정부가 우산혁명 주도자와 친민주주의 활동가를 ‘외세’의 영향을 받아 움직인다고 비난하는 게 더욱 아이러니하다. 그들이 소위 애국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우리 중 그 누구보다 해외에 많은 연줄이 있다.
---「Act 2: 픽욱교도소에서 보내는 편지」중에서
공민광장이라는 그곳 이름은 2012년 국민교육 반대운동을 펼쳤을 때 지었다. 그전까지 그곳은 별다른 특징이 없는 원형의 공공장소로 정부 중앙청사 동관 앞마당이라는 딱딱한 이름으로만 불렸다. 그곳이 철제 펜스로 봉인되었고, 그날 밤 나는 그 장소를 되찾으려다 체포되었다. 그날 이후 공민광장에서는 많은 역사가 탄생했고, 내 마음속에 언제나 특별한 장소로 남을 것이다.
---「Act 2: 픽욱교도소에서 보내는 편지」중에서
여러 면에서 이번에 있었던 대중 봉기는 시민이 이끄는 민주주의라는 세계적 동향의 일부로 보인다. 체코와 러시아에서부터 이란, 카자흐스탄, 에티오피아에 이르기까지 평범한 시민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미약한 표현의 자유라는 걸 이용해 부패와 실패한 경제정책, 시민 자유가 퇴보하는 상황에 대한 좌절을 드러냈다.
---「Ac3 4: 위협에 처한 세계 민주주의」중에서
50년 동안의 카운트다운 기간을 거의 반쯤 지나온 지금, 홍콩은 존재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반백년이라는 시간은 공산주의 중국이 정치개혁 측면에서 민주화하기에, 또는 적어도 홍콩과 중간 어딘가에서 만나기에 충분한 시간일 거라는 예상은 처참히 깨졌다. 2047년이 되면 홍콩은 이 자리에 그대로 있거나(중국 정부가 ‘일국양제’ 체제 정책을 갱신하는 게 이익이라고 생각할 경우), 아니면 중국의 다른 지역과 완전히 통합되는 ‘일국일제’ 체제가 시작될 것이며, 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Ac3 4: 위협에 처한 세계 민주주의」중에서
지금 국제사회에서는 전제주의 체제가 국내외에서 민주적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또 다른 전제주의 강대국인 러시아가 자국 내 반정부 정치활동가를 탄압하고 이웃 나라 우크라이나의 영토였던 크리미아반도를 병합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와 비슷하게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국내 반대파 의견을 묵살하고, 반半자율 지역인 카슈미르 지방을 침공했으며, 터키의 군사정권도 언론인을 투옥하고, 북부 시리아 지방에서 수백만 쿠르드족을 쫓아냈다. 이들의 동기는 하나뿐이다. 스스로 영원한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Ac3 4: 위협에 처한 세계 민주주의」중에서
여러 면에서 홍콩의 ‘일국양제’ 체제는 공산당 지도부가 자신과 세계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 준다.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한 시진핑의 웅장한 계획은 ‘하나의 세계, 두 개의 제국’이라는 체제를 닦는 것이다. 이 체제 속에서 미국과 그 우방은 자유주의적, 권리 기반의 이데올로기를 보호하고, 중국과 여타 일당 국가는 자유세계로부터의 불간섭을 요구하면서 조용히 억압적인 정책과 팽창주의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일대일로 사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동아시아의 방어벽이 된 미국 주도의 일본, 한국, 필리핀, 대만, 오스트레일리아 연합 체제에 대항하여 중국이 이를 전략적으로 차단하려는 아주 은근한 시도이다.
---「Ac3 4: 위협에 처한 세계 민주주의」중에서
세계 어디를 보아도 홍콩만큼 자유의지와 권위주의의 대결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곳도 없다. 환태평양 신냉전 속에서 홍콩은 전체주의 강대국이 일어서는 위험을 저지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속도를 줄이기 위한 제1방어선이다. 탄광 속 카나리아처럼, 쓰나미가 몰려오는 해변의 조기경보시스템처럼 홍콩은 전 세계가 너무 늦기 전에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조난신호를 보내고 있다. 홍콩이 국제사회를 필요로 하는 만큼 국제사회에서도 홍콩이 필요하다. 홍콩의 오늘이 세계 다른 나라의 내일이기 때문이다.
---「Ac3 4: 위협에 처한 세계 민주주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