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까지는 생계를 위해서 필요한 돈을 버는 이외의 시간은 오직 혼자서 책을 읽으며 공부할 것이다. 마흔 살까지는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한눈팔지 않고 공부할 것이다. 마흔 살까지 나는 오직 공부에만 미칠 것이다. 마흔 살까지의 내 삶은 언제나 내가 꿈꾸던 교통수단이 없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것과 같으리라. 저녁의 광장에 희미한 불이 켜지는 시간이면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와 책을 펼칠 것이다. 신문이나 방송도 멀리할 것이다. 사람을 만나거나 직접 대화하는 것도 피할 것이다. 한국에서 살 수 없는 읽고싶은 책들은 외국의 출판사에서 직접 주문하고 그렇게 읽은 모든 책들에 대해서 독후감을 쓸 것이다. 나는 술도 마시지 않고 영화관에 가거나 바닷가에 놀러가지도 않을 것이다. 결혼이나 사랑도 필요하지 않으며 어느 순간에 타인들을 상대로 뭔가 아는 척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해지더라도 자신을 엄하게 꾸짖을 것이다. 그러다 이윽고 마흔 살이 되면, 그때 나는 스스로 만든 대학을 졸업할 것이다. 그때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선명한 존재가 되어 있을 것임을, 나는 의심하지 않겠다.
--- 본문 중에서
이 책에서 나는 이제까지의 내 작업 스타일과는 매우 다르게 나의 주인공, 젊은 안토니우스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더더욱 그를 가시적인 아도니스로 만들어주고 싶지 않았고, 가능하면 그의 영혼을 대중의 눈으로부터 멀리 두기를 원했으며 또 그리해야만 그가 사막으로 홀로 사라질 결심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독학자』에서 작가가 하고 싶었던 것은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에 대한, 세상을 향한 직설적 발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배수아는 의도의 차원에서 타동사적인 것을 자동사적 글쓰기로, 오늘날 한국 사회 자체와 그 구성원들을 향한 발언을 개인의 관찰과 고백과 사색으로, 글쓰기의 사회적 책임 의식을 그것의 성실성으로 전환시켜 놓고 있다. 『독학자』라는 성장소설의 배후에 광배처럼 투박하게 놓여 있는 작가의 성숙성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고, 윤리와 미학의 양면에서 『독학자』가 거둔 개가가 아닐 수 없다. 좋은 소설에서 이것들은 결국 하나다.
--- 권오룡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