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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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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조건

: 플랫폼과 알고리즘으로 지배하는 인지자본주의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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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496쪽 | 616g | 140*210*25mm
ISBN13 9791160809893
ISBN10 1160809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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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자본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기술적 산물인 인공지능은 인간과 다양한 관계를 맺는다. 어떤 인간에게는 유용한 도구로, 또 다른 인간에게는 통제의 수단으로 다가간다.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은 통제이자 제약인 동시에 최적화된 해법이다. 독과 약의 결합체, 곧 ‘파르마콘(Pharmakon)’인 알고리즘은 위계서열에 따라 배분됨으로써 차별적인 효과를 낳는다. 알고리즘의 차별적인 효과가 계급·세대·능력·성별로 나뉘고 그로 인해 사회적 불평등이 고착되는 방식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분석이 요구된다.
---「들어가며_‘인간 이후’의 존재 앞에 선 인간, 9쪽」중에서

사이버네틱스는 자동화와 되먹임을 통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독립적인 자동화기계의 단초를 제시했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간-기계 관계에서 조종의 주도권이 인간에서 기계로 옮겨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계를 매개로 인간을 조종하는 집단과 조종받는 집단은 엄연히 구분된다. 인공지능은 스스로 독립된 개체처럼 활동하면서 그러한 인간 집단 간의 차이를 가린다. 인공지능에 관한 논의에서는 여전히 물질적 기계의 자동성과 지능화에 방점이 찍힌다. 인간 활동의 결과물을 수치기호로 처리해 디지털 비트로 회수하는 기호 사이버네틱스 체제는 재매개(Bolter and Grusin, 1999/2006)된 상징표현물과 ‘비(非)기표적 기호(Lazzarato, 2014/2017)’의 데이터를 결합한 통제체제다.
---「1장. 사이버네틱스가 촉발한 정보사회, 30쪽」중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결합은 데이터가 정보로 변환되는 과정을 가속한다. 변화가 수동적이고 환경주도적인 양태전환이라면, 변환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양태전환을 의미한다. 정보화(information)는 ‘형태를 갖게 만들기’ 혹은 ‘정보로 만들기’라는 의미에서 적극적 실행이다. 정보화를 진행하는 주체는 알고리즘을 구상하고 만드는 인간 집단이다. 그런데 비록 알고리즘은 인간이 구상했지만 빅데이터-머신러닝의 결합체에서는 구상과 실행이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적으로 이뤄진다.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실행절차로서의 알고리즘은 데이터라는 전(前)개체화 단계의 요소를 개체화한다. 만약 알고리즘이 정해진 수준을 벗어나서 자율적으로 학습해, 인간 주체가 예측하지 못하게 움직이거나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수행한다면 인간과 인공지능 간에 이뤄지는 ‘인간의 구상과 기계의 실행’이라는 관계는 무너질 것이다.
---「2장. 통합적 관점에서 보는 정보이론, 94쪽」중에서

빅데이터가 크라우드소싱과 클라우드컴퓨팅을 통해 집적되면서 디지털 아카이브는 민주적인 성격을 잃는다. 빅데이터가 생산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축적을 위한 원료가 저장되는 동시에 이용자층이 분화된다는 이중적 의미에서 본원적 축적이 발생한다. 거대 독점 플랫폼은 이용자의 활동 결과물을 자동으로 전유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기 위한 원료를 축적한다.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데이터의 정보화와 지식화를 수행하고 수익분할이나 수동임금, 창작경제 등을 활용해 이용자를 창작자와 소비자로 양극화한다. 그러한 이용자의 분화는 플랫폼 안에서의 활동이 플랫폼 노동으로 변화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3장. 빅데이터, 인공지능 시대의 한복판에 서다, 114쪽」중에서

알고리즘을 만드는 알고리즘은 의식을 바라보는 의식(즉 자기의식)과 마찬가지로 반성적이어야 한다. 우리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신경망컴퓨터의 등장으로 스스로 작업하는 인공지능이 곧 등장할 것이라는 주장을 곧잘 듣는다. 예를 들어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를 며칠 간의 자기학습으로 이긴 알파고 제로(AlphaGo Zero)는 상대의 수에 대응하는 능력이 인간보다 월등해 최고의 프로 기사도 두지 못하는 수를 계산해낸다. 하지만 인간의 지능은 단지 무엇을 할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축적된 경험을 연결하는 의식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른 개체와 다르다. 그래서 인간의 지능은 역사적인 자장 안에 존재한다. 역사의 슬픔과 기쁨 안에서 작동하는 지능과, 무역사의 텅 빈 공간 안에서 주어진 직무를 수행하는 인공지능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4장. 인공지능은 문화를 창조할 수 있는가, 161쪽」중에서

인간과 기계 간의 제어관계가 사라지는 순간 사이버네틱스의 종말과 포스트휴먼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제까지의 제어관계는 인간이 기계를 이용해 더 이상 잉여가치를 생산하지 못하거나, 기계 자체가 기계를 제작해 인간의 개입이나 예측이 불가능한 사회 조건에서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과 기계 간 제어관계의 종말은 포스트휴먼의 단초가 된다. 인간 이후(posthuman)의 시대란 새로운 종이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를 뜻한다. 인간은 실제로 서서히 무언가로 대체되고 있다. 산업혁명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했고 컴퓨터는 인간의 구상노동을 대체했다. 인간의 구상과 실행의 전면적인 기계적 대체가 이뤄진다면 인간은 더 이상 스스로의 몸과 머리를 지탱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5장. 인공지능의 존재론, 176~177쪽」중에서

서비스 플랫폼은 이용자 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에서 가시성과 발화성에 입각해 이용자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고 그들의 힘과 주체화를 강화하는 것처럼 작동한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이용자들의 활동 결과물을 수취하고 그들의 활동을 추적하며 통제한다. 서비스 플랫폼이라는 장치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들리지 않는 것을 들리게 할 수도, 정반대로도 할 수 있다. (…)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소프트웨어는 플랫폼의 가시적 영역인 이용자 인터페이스로 작동하면서 수집(흡수)과 추적(포획)이라는 역할을 바꿔가며 수행한다. 소프트웨어 기반 알고리즘은 그것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 그것을 활용한 권력, 그것을 이용한 가치증식이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근대 규율사회의 장치인 파놉티콘을 뛰어넘는다.
---「6장. 플랫폼 장치는 우리를 어떻게 인지하고 포획하며 착취하는가, 209쪽」중에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개체가 수치로 환원되는 과정이 분할체화라면, 분할체로 이뤄진 데이터세트가 개인에게 되먹여지면서 생각과 행태를 만드는 과정을 조각주체화라 부를 수 있다. 플랫폼에서 이뤄진 구매행위의 흔적은 회로를 떠돌다가 다른 데이터와 결합해 내게로 되돌아와 다른 상품의 구입을 유도한다. 내가 올린 글에 달린 댓글과 ‘좋아요’는 다음에 쓸 글의 행방을 유도한다. 내가 본 유튜브의 영상은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화면 오른쪽에 길게 늘어선 ‘관련 콘텐츠’에 반영된다.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편의를 극대화하기 위해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자본의 효율성을 위해 운용될 뿐이다. 플랫폼은 개체의 분할체화와 조각주체화를 반복하면서 개인의 사고와 행위를 자동화한다. 오늘날 디지털 플랫폼은 자동화된 계획과 통제를 완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이버네틱스의 이상을 달성하고 있다.
---「7장. 개체의 분할체화와 분할체의 조각주체화, 236쪽」중에서

웹3의 주창자들은 이용자의 활동 데이터를 독점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거대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저항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낸다. 그들은 웹3 환경에서는 이용자가 데이터를 온전히 소유할 수 있기 때문에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점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 그들은 정부, 거대 플랫폼 기업, 은행 등 중앙집중식 기관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면서, 인터넷 초기 자유주의자들의 이상을 반복한다. 하지만 그와 같은 주장이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블록체인 생태계만 보더라도 이미 코인 채굴업체나 거래소라는 중앙화된 요소가 자리 잡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나 채굴업체는 더 이상 P2P도 아니고 분산된 탈집중화의 대표성도 지니지 못한다. 그것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암호화폐의 투기화를 유지할 뿐이다.
---「8장. 인터넷의 변화로 들여다보는 기술혁신의 이면, 279~280쪽」중에서

챗GPT와 같은 생성 인공지능에서는 데이터세트, 즉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같은 기표적 기호와 측정치 같은 비기표적 기호 모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기업들은 특정한 작업을 위해 데이터를 모아 데이터세트를 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자체 데이터세트를 확보하고 있는 거대 기업 간의 경쟁도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 인공지능 생성물이 폭증한다면 공장에서 생산된 상품이 장인의 제품을 시장에서 퇴출시켰듯이,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생성한 콘텐츠가 인간이 만든 콘텐츠를 몰아낼지도 모른다. 생성물의 독창성이나 품질을 논외로 한다면, 생산가격이라는 측면에서 인간이 생산한 콘텐츠가 인공지능 생성물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인간이 만든 콘텐츠는 대량생산체제의 틈바구니에서 고급 상품으로 자리 잡은 수공업 제품과 같은 지위를 얻는 데 만족해야 할지도 모른다.
---「9장. 공유와 가상까지 사고파는 인지자본주의 시대, 310쪽」중에서

인지과정과 결과물의 상업화는 디지털 보편시장을 만든다. 그것은 탈물질화된 상징과 기호의 세계를 시장경제의 틀로 포섭한다. 다양한 플랫폼과 서비스를 통해 이뤄지는 이용자들의 인지활동과 소통·정서·판단·동의·감정 등은 디지털 데이터를 남긴다. 자본은 이용자의 활동 데이터를 축적하고 통계적 예측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면서 탈물질화된 부분을 재물질화하고, 탈상업화되었던 부분을 재상업화하면서 보편시장의 범위를 더욱 확장한다. 이처럼 지식자본주의 또는 정보자본주의의 핵심에는 데이터가 놓여 있다.
---「10장. 인지자본주의를 어떻게 비판할 것인가, 339~340쪽」중에서

플랫폼 이용자나 피고용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장소와 시간을 달리하며 디지털 어셈블리라인에 결합되어 있다. 우리는 은행 계정의 생산소비자로, 하부 노동을 지탱하는 유령노동자로, 말단 택배 운수노동자로, 아마존 창고의 분류노동자로, 페이스북 공장의 모듈엔지니어로, 인형 눈알을 달아주는 디지털 하청노동자로, 가짜뉴스를 만들어 수동소득을 노리는 유튜버로, 그리고 검색 이용자로 생산-소비의 여러 측면에서 노동과정에 예속되는 한편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거대 플랫폼의 노예로 전환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사람들은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인공지능 기반 사회시스템에 복종한다.
---「11장. 플랫폼 자본주의 속 노동의 변화, 370~371쪽」중에서

서비스 플랫폼으로 매개되는 지대관계의 현대적 형태는 봉건지대의 현물 형태가 실현되는 모양과 유사하다. 물론 현대적 지대관계에서 경제 외적 강제는 작동하지 않는다. 이용자는 플랫폼에서 할당받는 각종 서비스와 편의의 대가로 디지털 흔적과 활동 결과물을 서비스 제공자에게 양도한다. 이러한 양도가 쉽게 이뤄지는 이유는 기업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서비스 이용자가 자신의 활동 결과물을 양도하지 않는다면 플랫폼 자체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공동의 것을 이용한 소셜미디어에서는 이용자 활동 결과물 자체가 플랫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용자 개개인에게는 자신의 활동 결과물과 다른 이용자 활동 결과물의 일부만 제공되는 반면, 서비스 제공자는 이용자 활동의 전체 결과물을 배타적으로 전유한다.
---「12장. 디지털 서비스 플랫폼의 핵심, 플랫폼 지대, 399~400쪽」중에서

팬데믹 사회의 국가권력은 이처럼 과학기술과 정보를 결합해 인구를 관리한다. 국가는 인간 개체의 정동과 심리를 제어하면서 사회적 복종의 기반을 만들고, 질서와 안전 유지라는 명목으로 사회관계를 통제하며, 질병 퇴치라는 틀로 바이러스의 움직임에 개입한다. 이렇게 확보된 데이터는 인공지능과 결합하면서 사회적 통제를 위한 원료가 된다. (…) 사회적 몸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은 감시와 조기 통제체제를 만든다. 그리고 기존의 치료체계를 동원하고 조절한다. 이처럼 국가기구는 감염병에 대한 사회적 안전이란 명목으로 기존 의료자원의 재구성과 분배를 통해 사회적 몸의 건강을 돌보거나 관리한다.
---「13장. 팬데믹 시대는 어떻게 기계적 예속과 사회적 복종을 강화했는가, 435쪽」중에서

개체는 사회적으로 복종하고 분할체는 기계적으로 예속되어 있지만, 복종과 예속의 틀에서 틈새를 비집고 새로운 대항을 조직하거나 탈주할 수 있다. 비록 기계적 예속은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분할체의 연대와 저항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것을 무시하면 분할체의 노예화와 개인의 예속만 남고 출구는 없는 디스토피아에 빠진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또한 얼마나 관념적인가. 이를 구체적인 현실로 연결하는 고리를 모색해야 한다. 그래서 인공지능 플랫폼에 대한 비판적 분석 작업과 더불어, 기계적 예속과 사회적 복종이 어디서 연결되는지, 주체가 그로부터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지를 탐색해야 한다.
---「나가며_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조건을 생각한다, 456쪽」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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