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죽음은 없다. 한 생명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사실은 당사자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것이 타살이거나 자살인 경우에는 더욱더 그러하다. 그러나 사인은 언제나 정확해야 하며, 모든 과학적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꼭 밝혀야 할 의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기에, 죽음의 원인과 방법을 알아내는 것만큼 골치 아픈 일도 없다. 이는 법의학이라는 학문이 탄생한 배경이기도 하다.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다. 물리학, 화학, 기계공학, 수학, 분광학, 곤충학, 심리학, 범죄학, 생물학, 의학 등 그야말로 현대과학의 총집합이며 첨단기기의 응용이 가장 빈번한 분야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법의학은 응용과학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TV를 통해 볼 수 있는 범죄수사물의 경우 이전에는 뛰어난 주인공의 날카로운 추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과학적 분석 기법을 소재로 삼은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 ‘CSI’가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런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죽음이라는 다가서기 어려운 소재를 일반인들이 그동안 접하기 힘들었던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하지만 법의학은 할 말이 많다?!
냉철하고 집요한 법의학의 관점으로 바라본 기상천외한 사망의 원리.
그것은 당신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지식이기도 하다!
법의학은 가장 냉정한 학문이지만, 인간사의 가장 심각하고 첨예한 갈등을 객관적으로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학문이기도 하다. 그런 법의학자들이 연구하고 수집한 다양한 사례들을 한 권의 책으로 살펴본다면 어떨까? 그것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사례들을 중심으로, 원인과 결과가 명확히 밝혀진 사실들로. 아마도 과학수사를 다룬 픽션들보다 더 선명하고 강한 인상을 받을 것이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과학적 사실과 지식까지 얻을 수 있다면? 에두아르 로네가 이 책 『완벽한 죽음의 나쁜 예(Viande froide cornichons)』를 집필한 이유이기도 하다.
“죽음은 완전한 미지의 세계다. 죽음의 세계에서 돌아와 그 세계가 실제로 어떤지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는 망자는 없다. 증오도, 열정도 없이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이르러 차가운 돌과 같은 객관성을 담아 죽음의 세계를 설명해낼 수 있는 것은 법의학이 유일하다. ‘어떻게 인간은 저세상으로 가는가?’라는 단순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법의학은 생물학자, 물리학자, 화학자, 범죄학자, 심리학자, 곤충학자 등 수많은 전문가들을 규합한다. 우리가 이 책에서 과학의 뒤를 끝까지 쫓는 이유는 그 여행을 통해서 진정 감탄스러운 과학자의 관점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법의학이라고 불리는 분야에 종사하는 법의학자들은 예상대로 보통의 사람들이 가진 감성과는 매우 동떨어진 성향을 보이기로 유명하다. 도저히 자살로 보이지 않을 만큼 스펙터클한 자살,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방법을 동원한 살인 기술,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사의한 우연에 의한 사망은 이들을 열광하게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꽤 많은 법과학 전문지들이 세상에 존재하며, 여기에 법의학자들은 자신들이 발견한 귀중한 샘플들을 논문으로 작성해 열광적으로 싣는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풍부한 소재가 되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과학자들이 그 사실을 기술하는 방식이다. 그들은 전율도, 슬픔도 없이 그저 하나라도 놓칠세라 자세히 기록하는 데에만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 그것이 법의학 전문가들이 갖추어야 할 미덕이기 때문이다. “끔찍하다”고 호들갑을 떨만한 사건에도 법의학자는 태연하게 “특별한 케이스”라고 말할 뿐이다. 자살자가 볼펜으로 눈을 깊숙이 찔러 뇌가 손상되어 사망했다고 쓰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과거에 연필이나 젓가락을 사용한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덧붙일 것이다. 그야말로 디테일한 묘사만큼은 어떤 공포문학도 압도하며, 그 담담한 어조는 문학으로 따지면 최고의 하드보일드다.
에두아르 로네는 과학자들이 객관성을 담아 바라본 이런 죽음의 특별한 사례들을 『완벽한 죽음의 나쁜 예』에 담았고, 그만의 기발한 코멘트를 덧붙여 이 책을 완성했다. 그래서 책의 효과는 독특하게 나타난다. 독자는 등골이 서늘함을 느끼면서 동시에 자꾸 참을 수 없는 웃음이 나와 얼굴이 일그러지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기묘한 경험을 할 것이다.
도저히 믿을 수 없고 납득할 수도 없는 죽음을 향한 인간의 기발한 창의성!
오싹할 수도 있는 법의학이 과학의 새로운 소재로 거부감 없이 다가오는 독특한 경험까지
과학 전문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저자는 죽음의 세계에서 돌아와 그 세계가 실제로 어떤지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는 망자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신을 통해 죽음의 사연을 밝혀내는 법의학이야말로 엄밀하게 가장 죽음을 잘 설명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소설처럼 드라마틱한 과학연구나 시처럼 감동적인 법의학은 존재하지 않지만 사료로서의 가치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과학은 해부대 위에서, 심지어 무덤 속에서도 사실이라는 바늘을 가지고 추측과 망상이라는 ‘거품’을 터뜨릴 수 있다. 지은이가 이 책에서 과학으로 죽은 이들의 뒤를 끝까지 쫓는 이유는 과학의 등 뒤에서 킥킥대는 재미를 얻거나 시체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려는 것이 아니다. 『완벽한 죽음의 나쁜 예』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과학적인 관점’이다.
칼에 120번이나 찔려 죽은 사람을 자살로 규정한 법의학자의 용의주도함(일반적으로 40번 이상이면 타살로 본다), 키우던 사냥개가 방아쇠를 당겨 쏜 총에 사망한 사냥꾼 등 믿지 못할 사례를 소개하며 추측을 배제하고 사실만을 냉정하게 분석하는 과학자들의 감탄스러운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또한 이들 전문가들은 사망과 관련된 부차적 문제도 밝혀내야 한다. 자살인가 타살인가? 사망 시간은 몇 시였나? 사망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얼마나 되나? 공기착암기로도 자살할 수 있나? 상어잡이 작살은? 에폭시수지에 빠져 익사한 시체를 어떻게 건져내야 하나?
이렇게 법과학 전문지에 실린 기상천외한 살인과 자살의 방법은 인간의 기발함이 죽음마저 넘어선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기상천외한 죽음을 블랙코미디의 형식으로 저술한 이 책은 서늘하고 오싹할 수도 있는 법의학이 과학의 새로운 소재로 거부감 없이 다가오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또한 괴짜 같기만 한 법의학자들의 연구를 접하는 동안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사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