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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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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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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8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608쪽 | 743g | 153*224*29mm
ISBN13 9788984371422
ISBN10 8984371424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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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좀 쳐다보시죠? 당신 눈빛이 사람을 짜증나게 만든다는 걸 모르나봐요?”
“내가 쳐다보는 게 불편해? 난 마음에 들어 할 줄 알았는데…….”
“미쳤어요? 아주 많이 불편하니까 이제 그만 좀 쳐다보라니까요.”
“내 눈빛이 왜 당신을 불편하고 짜증나게 만드는지 생각해봤어?”
“당신은 벌써 10분도 넘게 그 자세로 앉아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고 있잖아요. 당신 혹시 숨 쉬는 로봇이에요? 빌어먹을! 당신이 경찰이라는 걸 무슨 수로 믿죠? 가짜 신분증이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잖아요. 내 집에서 당장 나가요. 경찰을 부를 테니까. 진짜 경찰!”
그녀는 히스테리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지만 남자는 대리석처럼 꿈쩍도 하지 않고 앉아 주머니에서 경찰신분증을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신분증 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기계적으로 직함을 따라 읽었다.
“강력계 수사팀장 알렉상드르 고메즈.”
남자는 여전히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마치 뇌를 스캔해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가 흥미를 갖고 들여다볼만한 내용이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짜증 날 정도의 텅 빈 공백을 들여다보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떨어댔다. 마치 끈 팬티 안에 털 가시라도 집어넣은 듯 잠시도 쉬지 않고 다리를 떨었다. 한 다리로는 박자를 맞추고 있었고, 한 다리를 손가락 마디에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힘주어 잡고 있었다.---pp.33~34

네 생각을 멈출 수 없어.
나도 어쩔 수 없어. 아니,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어. 수많은 여자들 중 너를 선택한 건 바로 나야.
넌 나의 뮤즈, 내 영감의 원천이야.
널 위해 1001가지 고문기술을 만들어줄 수도 있어. 한 가지씩 세심하고 치밀하게 다듬을 거야.
약속할게. 언젠가 널 위해, 그 고문 기술을 한 가지씩 실험해 볼 거야. 너와 나 사이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하나도 남김없이 제거해버릴 거야.
장담하건대 절대로 실망할 일 없을 거야.
널 위해서라면 불가능한 일에도 용감하게 맞설 수 있으니까.
그 누구도 나를 거부할 수 없어.
너는 더더욱…….
물론, 넌 네 가상한 용기와 총명한 두뇌를 앞세워 저항하겠지. 네가 끝까지 저항하리란 것에 대해 의심해본 적 없어. 하지만 결국 패배를 인정하고 내 발 앞에 무릎을 꿇으며 항복하게 될 거야.
나는 널 내 마음 내키는 대로 변화시키고 제단하고 조각할 거야. 살갗을 벗겨내 생살이 드러나도록 만들어줄 거야.
널 서서히 무너뜨릴 거야.
널 조각조각 분해하고 해체할 거야.
넌 내가 만든 아름다운 걸작, 최고의 성공작이 될 거야. 파괴주의에 입각해 만든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나만의 걸작…….
나만의 걸작, 약속할 수 있어.---pp.63~64

“저녁식사는 어땠어? 그 여자와 같이 잤어?”
소피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후 고메즈는 하루온종일 무얼 하며 지냈는지 시시콜콜한 것까지 자세히 이야기해주었고,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다.
“나름 분위기는 괜찮았는데, 같이 자지는 않았어.”
“키스는 했어?”
“아니, 키스도 안 했어. 이제 그 얘긴 그만하고 자자.”
고메즈는 소피를 부축해 침대로 데려가 눕힌 다음 침상 옆 의자에 앉았다.
“당신은 아직 젊어. 그러니까 내가 하늘나라로 가면 다른 여자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거라고 약속해줘.”
고메즈는 눈을 감고 북받쳐오는 슬픔을 다스리느라 안간힘을 썼다.
“당신에게 그 대답을 듣지 않고는 마음 편히 하늘나라로 갈 수 없어.”
소피는 그 다음 말은 억지로 숨겨야했다.
당신이 다른 사랑을 만나야만 내 뒤를 따라오지 않을 거라 확신할 수 있을 테니까.
“소피, 난 그런 약속은 할 수 없어!”---p.136

“세상에! 어쩜 이럴 수가!”
클로에는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복도에서 보다 더 끔찍한 악취가 났고, 실내온도는 30도가 넘을 정도로 푹푹 쪄댔다. 그녀는 질식할 것 같은 더위와 악취를 가까스로 견뎌내며 황급히 외투를 벗어 땟국에 절은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클로에는 마침내 리자 곁으로 다가가 허리를 숙여 이마에 입을 맞췄다.
“안녕, 리자.”
클로에는 창문을 열어젖히고 의자를 끌고 와 리자의 맞은편에 앉아 눈의 초점을 맞춰보려고 애썼지만 몽롱한 시선은 여전히 벽면 어딘가를 향해 있을 뿐 바로 눈앞에 있는 언니를 알아보지 못했다. 클로에는 미아가 된 우주비행사에게 교신을 보내듯 계속 초점을 맞추려고 애써봤지만 끝내 응답이 없었다.
“리자, 내 말 들리니?”
클로에는 리자의 손을 꼭 잡고 다시 한 번 말을 붙였다. 이상할 정도로 손이 차가웠다.
“언니가 너를 본 지 정말 오래 되었지? 그렇다고 너를 잊은 건 아니었어. 사실은 매일이다시피 네 생각을 했지. 매일 네가 나오는 꿈을 꾸었단다.”
클로에는 리자가 끔찍하게 더러운 환경에서 추한 몰골을 하고 있는 모습을 도저히 눈뜨고는 볼 수 없었다. 그녀는 황급히 창가로 가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간신히 참아내며 저 멀리 공원을 바라보았다. 나무들이 울창하게 들어선 푸른 공원이었다.---pp.200~201

엄마가 운전하는 차가 길 모퉁이로 사라지자마자 나는 리자를 데리고 집밖으로 나갔다. 그날도 우리는 위험한 놀이를 하러 공장건물로 갔다. 그곳에 가면 간담이 서늘해지는 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어렸을 때는 누구나 그런 놀이를 즐기지 않을까?
그중에서도 곡예사 놀이는 언제나 재미있었다. 지상 3미터 높이에 가로놓인 낡은 철근기둥 위를 걷는 놀이로 정말이지 매번 짜릿한 스릴이 느껴지곤 했다. 여덟 살짜리 꼬마 리자는 내가 철근기둥을 가로질러 걸어갈 때마다 경이로운 눈빛으로 올려다보았다.
“리자, 그렇게 쳐다보지만 말고 너도 한 번 해봐. 얼마나 재미있는지 해보면 알게 될 거야.”
나는 리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곡예사놀이를 해보라고 종용했다. 마침내 질겁한 표정의 리자가 지상 3미터 높이에 위치한 철근기둥 위에 중심을 잡고 섰다. 나는 잔뜩 겁을 집어먹은 리자를 올려다보며 겁쟁이라고 놀려댔다. 리자는 마치 술에 취한 무용수 같았다.
정작 정신이 나간 사람은 바로 나라는 걸 그때까지 깨닫지 못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불행한 사태가 벌어졌다.
끔찍한 비명소리에 이어 가냘픈 소녀의 몸이 내 발 바로 앞에서 나뒹굴었다. 그때까지 걸린 시간이 딱 1초였다. 그 짧은 1초가 리자와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p.210

바슈킴이 덤불 쪽에서 튀어나온 두 형사를 발견하고 피우던 담배를 내던졌다. 그는 차에 올라탈지 말지 순간적으로 망설였다.
고메즈는 BMW가 서 있는 곳까지 한달음에 달려갔다.
“경찰이다. 토모르 바슈킴, 너를 일나 프로코바 살해혐의로 체포한다.”
바슈킴은 아무런 감정의 동요 없이 고메즈를 노려보았다.
“체포영장은 가지고 왔나?”
“일나 프로코바 살해혐의에 대해 메르시에 검사가 신청하고 파리법원에서 발부한 체포영장을 지참하고 있다.”
바슈킴이 거물답게 여유 있는 웃음을 지었고, 고메즈도 웃음으로 되돌려주었다. 두 사람은 눈에 불꽃을 튀기며 상대를 노려보았다.
“일나 프로코바라고 했나? 나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야.”
“그런 말은 검사 앞에서나 지껄여라.”
라발은 BMW와 대략 5미터 떨어진 곳에서 총을 빼들고 서 있었다.
“나를 체포하기 전에 어느 경찰서 소속인지 밝히는 게 순서일 것 같은데…….”
“발 드 마른느 경찰서 강력계 고메즈 팀장이다.”
고메즈는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며 오른손으로는 시그사우어 손잡이를 잡았다.
“나를 체포하려거든 영장부터 우편으로 보내. 영장을 받으면 내 기꺼이 검찰에 출두해 수사에 협조하지.” ---p.244

파올리 부부의 증언을 들어본 결과 로라가 겪었던 일들이 클로에가 지금 겪고 있는 일과 매우 흡사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로라가 미쳐가는 과정을 주변사람들 모두가 지켜보았다. 어느 누구도 로라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거나 믿어주지 않았다. 결국 로라는 혼자 고통스러워하다 생을 마감했다.
로라를 죽음으로 이끈 스토커는 교활하고 음흉할뿐더러 범죄지능이 대단히 뛰어난 자가 분명했다. 그는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피해자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범죄방식에는 일정한 패턴이 보이기도 했다.
일단 미모가 빼어나고 매력적인 여성을 노린다는 게 특징이었다. 대상을 정하고 나면 다양한 방법으로 정신을 혼란스럽게 해 판단력을 잃게 한 다음 주변사람들로부터 고립시키고, 회사 일도 등한시하게 만들었다. 포식자가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전 먹잇감을 무리로부터 고립시키는 방식이었다. 스토커는 고립감이 사람의 심리를 얼마나 크게 위축시키는지 잘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다만 스토커의 살인방법이 뭔지 알 수 없었다. 피해자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붙여 스스로 죽게 만드는지, 직접 살해하고 자살로 위장하는지 판단할 수 없었다. 월요일에는 로라와 상담했던 신경정신과전문의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로라 건 말고 또 다른 케이스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필요했다. 초범이라고 믿기에는 범죄수법이 너무나 능숙하고 치밀했다. ---p.367

사람이 살다보면 반드시 필요한 게 있기 마련이었다. 사람도 여타의 동물들과 다를 바 없다는 걸 일깨워주는 것들이 있다. 사람에게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삶의 공간이 언제나 포식자에게 노출되어 있다면 이미 생존의 의미를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
사람에게도 몸을 안전하게 숨길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마음을 푹 놓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 이 세상 어디에도 안전한 장소가 없다면 사람 역시 끝없이 도망을 치며 수시로 뒤돌아봐야 하고,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할 틈도 없이 도주의 길을 찾아야 하는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클로에는 자신이 포식자에게 언제든 잡아먹힐 수 있는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목적지도 희망도 없이 도로 위를 한 시간 넘게 돌아다닌 클로에는 결국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가방을 챙겨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 버릴까? 남들이 한없이 부러워하는 회장 자리를 포기하고, 눈물 젖은 빵을 먹어가며 몸이 부서져라 애쓴 끝에 어렵사리 장만한 집을 포기하고 당장 떠날까?
클로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평생 이루어온 가치들을 다 내려놓는다는 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맞서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클로에는 38권총을 손에 쥐고 거실에 앉아있었다. ---p.398

고메즈는 몸을 앞으로 숙이고 여전히 묶여있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런 다음 투우장의 성난 황소처럼 캉탱을 향해 달려다며 머리로 가슴을 힘껏 들이받았다. 캉탱의 몸이 벽으로 밀려 부딪히더니 바닥으로 쿵 떨어졌다. 웬만한 사람이었다면 그대로 숨통이 끊길 정도로 강한 충격이었다.
고메즈는 여세를 몰아 아예 캉탱을 끝장내주고 싶었다. 놈의 몸을 구둣발로 닥치는 대로 짓이기고 싶었다. 다만 그럴 수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 의자에서 빠져나와 몸을 던지느라 마지막 남은 힘까지 다 쏟아 부은 탓에 무릎의 힘이 풀리며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캉탱은 끙끙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빌어먹을! 역시 힘이 장난이 아닌데?”
캉탱은 서서히 숨을 고르며 한 걸음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무릎을 꿇은 채 기절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고메즈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고개 들고 날 쳐다봐! 이제 어떻게 해줄까? 시도는 좋았는데 마취약에 취한 상태로 날 이길 수는 없을 거야. 나머지 일은 걱정 하지 마. 내가 다 알아서 처리해줄 테니까. 경찰이 조사를 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게 깔끔하게 끝내줄게.” ---pp.531~532

간호사들이 내 팔다리를 묶고 있던 가죽벨트를 풀어줬어. 여전히 문은 굳게 잠겨있고, 창문은 쇠창살로 막아두었어. 나는 어쩔 수 없이 시체 안치실처럼 생긴 방구석에 쪼그려 앉아 길 잃은 짐승처럼 몸을 떨고 있어. 추위 때문이 아니야. 사실 여긴 쪄죽을 정도로 더운 곳이니까. 온도 문제 때문이 아니라 두려움과 절망이 나를 반반씩 집어삼켰기 때문이야.
간호사들이 나에게 강제로 약을 먹이고 있지.
약을 먹지 않으면 다시 묶어 놓을 테니 그리 알아요.
간호사들은 자주 그런 협박을 하지. 한마디로 무자비하고 인정머리 없는 인간들이야. 허구한 날 둔기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어. 뇌가 마치 솜뭉치처럼 뒤죽박죽 된 것 같아. 근육은 더 이상 말을 듣지 않고, 마치 산소가 모자라 꺼지는 촛불처럼 내 몸 안의 기력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게 느껴져.
내가 어디에 있는지 또렷이 기억하고 있어. 내가 누구인지도 알아. 난 모든 걸 정상적으로 느끼고, 아무것도 잊지 않았어. 그렇지만 점점 힘이 빠지고, 시야가 흐려지고 있어.
정당방어를 했을 뿐인데 왜 내가 이런 벌을 받아야 하지?
난 미치지 않았는데 왜 미친 사람들과 함께 가두어놓은 거지?
---p.592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광고회사 커리어우먼 클로에는 회사에서 차기 회장으로 유력시될 만큼 성공한 여성이다. 외면적인 성공과는 달리 내면적으로는 어린 시절 실수로 여동생을 반신불수의 식물인간으로 만들었다는 죄책감 때문에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매일이다시피 어린 동생 리자가 3미터 높이의 철근기둥에서 떨어지는 악몽을 꾸다보니 수면제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실정이다.
새벽녘, 파티를 끝내고 귀가하던 클로에는 차를 주차해둔 곳으로 돌아가던 중 이상한 기미를 느끼고 뒤돌아본 결과 수상한 그림자에게 미행당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머리에 후드를 뒤집어쓰고 얼굴에 복면을 하고 스카프로 입을 가린 그림자는 마음만 먹으면 한달음에 달려와 그녀를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을 텐데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뒤따라올 뿐 아무런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 두 갈래 길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든 클로에는 힘껏 달려 그림자의 추적으로부터 벗어났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놓는 순간 눈앞에 나타난 그림자와 정면으로 조우한다.
클로에는 간이 떨어질 만큼 놀라 뒷걸음질 치지만 그림자는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라져버린다. 그 날 이후, 그림자는 집 근처에도 나타나고, 퇴근길에도 나타나 한시도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게 한다. 죽은 새를 현관 문 앞에 버려두기도 하고, 차의 보닛 위 먼지를 이용해 관을 그려놓기도 한다. 집안에 몰래 들어와 물건들의 위치를 바꿔 놓거나 빈 냉장고에 식료품을 채워놓기도 한다. 그 모든 행위들은 클로에를 공황상태로 밀어붙이기 위한 그림자의 치밀한 작전의 일환이었다.
클로에는 매일이다시피 그림자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어 애인인 베르트랑과 친구인 카롤에게 호소하지만 시큰둥한 반응과 함께 신경정신과전문의를 찾아가보라는 말을 듣는다. 그림자가 실재한다는 증거가 없기에 주변사람들 모두가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클로에는 결국 경찰서를 찾아가 그림자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신고접수를 담당하는 형사는 코웃음을 치며 대놓고 미친 사람 취급을 한다. 클로에는 과도한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다 차기 회장 선임 문제와 관련해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그림자마저 끊임없이 나타나 신경을 예민하게 하는 바람에 나날이 심신이 황폐화해 간다.
범죄 해결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베테랑 형사 고메즈는 시한부인생인 아내 소피와 함께 하루하루를 마치 생의 마지막 날처럼 살아간다. 소피는 매일이다시피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들 만큼 극심한 통증을 떠안고 지내야하는 불치병을 앓고 있다. 소피는 자신이 죽으면 새로운 여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부탁을 하지만 고메즈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어느 날 고메즈는 소피로부터 오래 전 읽은 책을 다시 한 번 읽고 싶다는 말을 듣고 헌 책방을 수소문한 끝에 찾아낸다. 들뜬 마음에 책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소피는 이미 숨을 거둔 이후이다. 고메즈에게는 세상 전부나 다름없는 소피였기에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심신은 파탄지경에 이른다. 아내를 따라가기 위해 권총 자살을 기도하지만 끝내 결행하지 못한 고메즈는 결국 상처받은 가슴을 안고 경찰서로 복귀한다.
고메즈는 마역사범 용의자의 은신처를 알아내기 위해 그의 애인을 찾아가 범죄자도 흉내 내기 어려울 만큼 무자비한 폭력과 협박을 가해 정보를 알아내고 잠복근무에 들어간다. 고메즈는 후배 형사 라발과 함께 며칠간의 잠복 끝에 용의자를 체포할 기회를 잡지만 무리한 작전을 펼치다 오히려 공격을 당하고 라발이 차에 깔려 중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병원으로 실려 간 라발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고메즈는 서장으로부터 내사과에서 내사에 착수했다는 말과 함께 휴가를 권고 받는다.
클로에는 두 번째 사건접수를 하러 경찰서를 방문했다가 고메즈의 눈에 띈다. 소피를 빼닮은 여인이 절망한 표정으로 경찰서를 나서는 모습을 본 고메즈는 사건접수를 맡은 형사를 찾아간 끝에 클로에가 무슨 일로 경찰서를 방문했는지 알게 된다. 마침 클로에가 겪은 일은 고메즈의 친구가 근무하는 경찰서에서도 유사한 제보가 있었던 사건이었다.
고메즈는 두 사건이 깊은 연관관계가 있다는 걸 간파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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