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서울대학교 채소학교실에서 딸기, 마늘 등 세인들이 관심을 가지는 작물을 제쳐 두고 미나리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선생님께서 미나리를 연구과제로 내놓으셨을 때만 해도 주변에서는 다소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왜 하필이면 미나리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학계에서 소외된 작물로서 그 누구도 돌보지 않았던 미나리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선생님이 보시기에 미나리는 우리 국민이 즐기는 아주 중요한 채소의 하나였고, 누군가 돌보지 않으면 안 되는 의미 있는 채소였습니다. 무엇보다도 관행의 미나리 재배가 힘들고 일부는 비위생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평소 안타깝게 생각해 오셨던 것입니다. 비위생적 이미지와 악성 노동의 질곡에서 벗어나게 하는 새로운 청정 미나리 생산기술 개발이 절실하여 미나리를 선생님께서 직접 챙기신 것입니다.

이 책에는 선생님께서 그간 심혈을 기울여 오신 연구 성과를 중심으로 미나리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의 발간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미나리에 관한 정보를 집대성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2002년은 선거의 해이다. IMF 구제금융 이후 나라의 경제는 거덜나고 농사를 짓는 국민이나 공장의 노동자, 일반 서민들까지 고달픈 삶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데 나라의 지도자로 나선 사람들은 한가하기 이를 데 없다. 나라의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 후보로 나서겠다는 어느 정치인은 자신이 농민의 아들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어린 시절 미나리를 뜯어 팔아 생계를 꾸린 미나리 소년임을 자랑하고 있다. 새삼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가는 미나리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중앙정치 무대에 등장시킨 것은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나라의 지도자를 자처하는 이가 자신이 미나리를 캐던 농촌 출신임을 자랑하는 것에 그쳐야 하는가. 그가 해야 할 말은 미나리가 사라져 버린 농촌, 농민이 떠나 버린 농촌을 살리고 우리 경제를 일으켜 세우는 일이 아닌가.

물러가는 기성세대가 이들에게 줄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이들에게 미나리에 얽힌 이야기만 들려 주고 말 것인가. 그들이 생활 주변에서 미나리와 만나 자연과 교감하고, 농업에 기반한 전통사회의 체취를 누끼면서 공동체의 미래에 대해 생각할 계기를 마련해줄 방법은 없는가. 서온돌 온실의 미나리는 오늘도 변함없이 푸르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