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와 물처럼 넘치고 넘치는 자원이 거대한 인류 활동 앞에서 고갈되고 있다. 이것이 지구의 현실이다. 『침묵의 봄』의 저자로 유명한 레이첼 카슨은 “세상의 모든 구불구불한 해안, 모든 모래 알갱이에 지구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라고 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찾아가 보겠다.
---「머리말, 7쪽」중에서
애초에 모래는 주인이 없는 것이라 여겨, 모래를 채취하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현재 쟁탈전이 전개되고 있는 자원 모래는 『사이언스』지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코먼스의 비극’ 그 자체다. 국제적 규칙이 없는 가운데, 국가나 기업이나 특정 조직이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로 키우기 위해 서로 빼앗고 있다.
---「제1장 모래 코먼스의 비극, 20쪽」중에서
공개된 위성 사진에는 북한 남부의 해주시 항구에서 중국 깃발을 단 279척의 배가 모래를 담고 있는 현장이 찍혀 있다. 유엔의 조사위원회가 4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9년 5월부터 12월 말까지 100만 톤 이상, 돈으로 환산하면 2,200만 달러에 상당하는 모래를 중국으로 수출했다. 한국의 NGO 북한민주화네트워크에서 간행하는 신문 『데일리NK』는, 유엔 결의 후에도 북한이 모래를 수차례 중국에 수출해서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북한의 모래 자원이 얼마나 고갈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제2장 자원 쟁탈의 현장에서, 54~55쪽」중에서
모래 자원이 사라지고 있다는 위기를 말하면 “사막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는 반론이 돌아온다. 그런데 사막 모래는 콘크리트의 골재로 사용할 수 없다. 사막 모래는 바람으로 운반되는 도중 모래 입자끼리 서로 부딪혀서 아주 작아질 뿐 아니라, 표면이 만질만질해진다. 이런 사막 모래는 시멘트에 섞어 쓰기에는 너무 곱고, 모서리가 없어서 서로 엉키지도 않는다. 그래서 시멘트와 섞어도 콘크리트의 강도를 얻을 수가 없다. 강모래는 입자 하나하나의 모양이 달라 마치 지그소 퍼즐처럼 맞추어져, 시멘트에 섞으면 단단하게 고정된다. 강모래를 굵은 소금이라고 한다면, 사막 모래는 쌀알과 같은 모양이라고 할 수 있다.
---「제3장 모래는 어디에서 왔을까, 106쪽」중에서
UNEP의 보고서에 따르면, 불법으로 채굴한 모래는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멕시코, 카보베르데, 케냐 등 약 70개국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중 인도,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이탈리아 등 적어도 12개국에서는 ‘모래 마피아’라고 불리는 강력한 범죄 조직이 모래 채굴과 매매에 관여하고 있다. (…) 대형 건설 회사와 손을 잡고, 단속 사법 당국이나 감독 기관을 매수해서 당당하게 불법 행위를 하는 경우도 많다.
---「제4장 은밀하게 활동하는 모래 마피아, 140~141쪽」중에서
공업 지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 하천에 댐을 차례로 건설하면서, 상류에서 운반되는 모래를 차단했다. 모래 보급이 끊어지자 해안 침식이 가속화되었다. 침식을 막기 위해서 해안에는 제방, 테트라포드 등 인공물을 설치했고, 사람들은 바다에서 멀어졌다. 이렇게 일본인들이 사랑해 온 모래사장과 해안의 아름다운 경관은 자취를 감추었다. 과거 100년 동안 자연 해안의 약 60%가 매립되었고 인공화되었다.
---「제5장 ‘백사청송’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218쪽」중에서
모래만이 아니라 주변 자원의 현재 상황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모래가 만든 세계The World in a Grain』의 저자 빈스 베이저는 “어떻게 하면 모래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모든 자원을 줄일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우리는 목재, 물, 수산물 등 모든 천연자원을 너무 많이 사용했다. 모래도 그 목록 중 하나일 뿐이다. 앞으로 이 행성에 사는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도 자원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6장 이후의 모래 문제, 257쪽」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