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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자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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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자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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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11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432g | 128*188*30mm
ISBN13 9788981338053
ISBN10 8981338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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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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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김인순
1959년 전주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카를스루에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고려대학교 대학원 독어독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와 배재대학교 등에 출강했고, 독일에서 박사 후 과정Post Doc.을 밟은 후 현재 함부르크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꿈의 해석』(지그문트 프로이트) 『깊이에의 강요』(파트리크 쥐스킨트) 『법』(프리드리히 뒤렌마트) 『거짓말쟁이 야콥』(유레크 베커) 『열정』 『유언』 『반항아』 『하늘과 땅』 『성깔 있는 개』
『결혼의 변화』(산도르 마라이) 등이 있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여행자들은 핀란드 사회가 냉혹하다고 입을 모았다. 삭막한 관습이 핀란드를 지배했으며, 핀란드 사람들은 서로에게 잔인하고 질투심에 찌들어 있었다. 탐욕스런 마음이 널리 팽배했고, 완강하게 돈을 움켜쥐기에만 급급했다. 핀란드 사람들은 의심이 많고 음흉했다. 웃는 경우에는 기뻐서라기보다는 남의 불행을 고소해하는 마음이 컸다. 사기꾼, 협잡꾼, 거짓말쟁이들이 많았다.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고, 눈앞이 핑 돌 정도로 많은 집세를 갈취했으며, 터무니없이 엄청난 이자를 우려냈다......몸이 아파 병원에 달려가면, 교만한 의사들이 사람을 당장 도살해야 하는 늙은 말처럼 다루었다. 이런 모든 걸 참지 못하고 신경쇠약에 걸리면, 정신병원의 험상궂은 간호사들이 강제로 환자복을 입히고서 마지막 남은 한 줄기 분명한 생각마저 흐리게 하는 주삿바늘을 정맥에 꽂았다......남자들은 쉴 새 없이 능력을 증명해야 했으며. 심지어는 짧은 휴가 기간 동안에도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혐오스러운 직장 동료들이 기회만을 엿보다가 자신보다 약한 자가 있으면 신경쇠약에 걸릴 정도로 심하게 몰아붙이고 괴롭혔다.
술을 마시면 간장과 췌장이 망가졌고, 음식을 좀 양껏 먹으려 들면 혈관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했으며, 담배를 피우면 치명적인 암세포가 폐 속에 둥지를 틀었다. 뭘 하든 결과는 항상 나쁜 쪽으로 나타났다. 열심히 조깅을 하면 과로로 길에서 쓰러졌고, 조깅을 하지 않는 사람은 지나친 지방질 섭취로 관절이 망가지거나 척추에 문제가 생겼으며 결국에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다.
--- p.195
죽음의 순간에 농담을 하는 것은 금기였다.
“아무도 여러분들에게 굳이 함께 죽으라고 강요하지 않는 사실을 끝으로 한 번 더 강조하고 싶소. 여러분들 모두 각자 자신의 운명에 대해 다시 한 번 조용히 심사숙고해보길 바라오. 버스의 문은 열려 있고, 누구나 자유롭게 그 문을 이용할 수 있소. 저 밖에서 삶은 계속될 것이오.”
대령의 마지막 권유에 당황한 듯 침묵이 이어졌다. 자살자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혹시 누군가가 버스에서 내려 살아남으려는 생각을 품은 것은 아닐까?
--- p.217
저녁을 먹으면서, 흡족한 표정의 집주인이 핀란드 어디에서 온 사람들이냐고 물었다. 손님들의 격렬한 투쟁 정신이 돋보였다고 하며,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알고 싶어했다.
대령이 잔을 높이 들며, 자신은 죽음을 향한 무명인사 단체를 인솔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회원들의 자세한 사정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하려 하지 않았다.
"그렇지요, 우리는 모두 죽음을 향해 가고 있지요."
주인이 맞장구쳤다.
--- p.257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빛과 기쁨의 축제날인 성 요한의 날, 하필이면 이날 파산한 세탁소 주인 온니 렐로넨은 자신의 생을 마치기로 결심한다. 사업은 부도나기 일보직전이고, 그는 외진 곳에 위치한 헛간을 생의 마지막 종착역으로 삼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지독하게 운 좋은 이 남자는 이상한 소리에 놀라 죽기를 잠시 중단하게 된다. 자신이 만들어놓은 올가미에 걸려 거의 목숨이 끊겨가는 한 남자를 구해내기 위해서였다. 이 남자 또한 빛과 기쁨의 축제날, 목숨을 버리기로 작정한 육군 장교였다.
우연치곤 너무나 어이없는 만남을 통해 그들은 잠시 죽겠다는 결심을 미루게 된다. 대신 그들은 며칠 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낚시를 하고, 사우나를 가고, 맥주를 마시고 철학적인 대화까지 주고받기에 이른다. 친구를 갖게 된 그들은 자신 혼자만이 삶에 절망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고서, 자신들과 비슷한 고통을 나누는 ‘동지’들을 더 찾아보기로 결정한다. 자살하려는 사람들이 서로 상부상조할 수 있는 단체를 조직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들이 핀란드 유수의 일간지에 낸 자살단 모집 공고는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삶에 지친 600명 이상의 남녀들이 편지나 엽서로 답신을 보낸 것.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생각을 나누기 위해 그들은 세미나를 개최한다. 그리고 생애 최고의 사건이 벌어진 그날 밤 이후로 사람들은 인생을 고달프게 만드는 핵심을 깨달아 가게 된다. 자살 동지들이 결정한 최종 목표는 노르웨에 있는 유럽의 최 북단 노르카프의 절벽에서 뛰어내려 집단 자살을 하는 것이다. 눈앞에 확실한 죽음을 두고 떠나는 여정, 문득문득 그들에게 새로운 삶의 욕구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버스는 전속력으로 노르카프를 향한다.
작가는 숲과 호수 등 자연을 배경으로, 자살자들의 눈물겨운 하지만 즐거운 일탈여행을 재치있고 기발하게 그려낸다. 자살자들은 삶을 포기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지만, 어느새 그들의 여행은 삶에서 잃어버린 행복과 자유를 되찾기 위한 ‘실존주의적 방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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