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나는 늘 궁금했다. 왜 어떤 사람은 어릴 때 천재였는데 나이가 들수록 평범해지고, 어떤 사람은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는데 창의적이고 빼어난 논문을 쓸 수 있을까? 왜 나이든 사람들 가운데 보수가 많고 젊은 사람들 가운데 진보가 많을까? 왜 화가나 소설가, 영화감독 중에는 좌파나 아나키스트가 많을까? 진보와 창의성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인문학과 예술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당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도대체 누가 훌륭한 학자가 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함께 공부한 학생 가운데 중국 베이징대 물리학과 출신의 천재가 있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훗날 시카고대 총장을 역임한 휴고 소넨샤인 교수가 펜실베이니아대 물리학과에 있던 그를 데리고 왔다. 역시 천재는 달랐다. 그는 오자마자 치른 대학원 첫 학기 미시경제학 중간시험에서 1등을 하였다. 그런데 그 뒤 논문 쓰기에는 실패했다. 이와는 반대로 문화혁명文化革命때문에 공부를 못한 탓에 영어 강의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던 40대 늦깎이 학생이 있었다. 필기를 못해 항상 클래스메이트의 노트 빌리기에 급급하던 학생이었다. 그런데 그는 훗날 미국 최고의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고 훌륭한 학자가 되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알고 보니 위대한 예술가, 철학자의 90% 이상이 좌파였다. 피카소, 사르트르, 오웰 등 예술가, 철학자 중에는 좌파가 많다. 여기에 중요한 창조성의 비밀이 숨어 있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려면 진보적 관점에서 세상을 보아야 한다. 그게 잘 안된다면 의식적으로 좌파가 되어야 한다. 내가 배부른 부르주아 우파에서 진보주의자가 되려고 노력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에게는 보수와 진보를 명백하게 나눌 수 있는 기준이 있다. 바로 정신적 노화가 보수라는 것이다. 아무리 육체적으로 젊어도 정신이 늙으면 보수주의자이고,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생각이 젊으면 진보주의자다.”

“예술을 하면 왜 진보적 감수성이 생기는가? 예술의 대전제는 틀을 깨고,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저항이다. 예술가는 모든 것에 저항하는 사람이다.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최근 주목받는 「기생충」이나 「살인의 추억」, 「설국열차」를 비롯한 봉준호 감독 영화의 대부분도 저항 코드를 내장하고 있다. 예술가는 저항하고 분노하고 혁신을 꾀해야 한다. 기존의 질서나 체제를 넘어서야 한다.”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창의적인 ‘나’만의 생각을 내라는 것은 무의미하다. ‘나’만의 생각이 나올 수 없다. ‘나’의 생각이라는 것이 알고 보면 내 것이 아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얻어들은 것이다. ‘나’만의 생각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만의 생각이라고 하는 것을 버려야 한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얻은 것들로 꽉 채운 지저분한 생각들을 버려야 한다.”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라.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 예술적인 실험을 해 보라. 여러 언어를 익히라. 특히 한 분야는 깊이 공부하라. 고전을 읽으라. 작은 질문에서 섣불리 답을 찾지 말고, 큰 질문을 찾으라, 질문이 답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보주의자가 되라.

“평범한 사람이 정신의 노화를 극복하고 진보주의자가 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주 간단하다. 진보 정당에 투표하는 것이다.“

“폭력으로 시작된 대한민국 역사에서 채무를 진 사람은 당시 폭력을 가했던 사람들에 그치지 않는다. 해방 이후 광주까지 이어진 일련의 폭력에 현재를 살아가는 대다수 한국인들은 책임을 져야한다.”

“한 달만 진보주의자가 되어 보라. 방법은 총선이든, 대선이든 진보 정당, 진보적인 정당에 투표하는 것이다. 그것의 중요성과 효과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개인적으로는 예술과 인문학과 창의성으로 향하는 길이 열리고, 세상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나이에 관계없이 젊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는 역사의 법정에 진 채무를 갚는 길이기도 하다.”

<b>어떻게 해야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br/>어떻게 하면 나이에 관계없이 젊어질 수 있을까?</b><br/><br/>이 책은 주장한다. 진보주의자가 되라. 그게 어렵다면 한 달 진보주의자가 되어 보라. 진보주의자가 되면 예술과 인문학과 창의성으로 향하는 길이 열리고,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나이에 관계없이 젊어진다. 저자는 피카소나 사르트르, 오웰 등 세계적인 작가, 예술가, 철학자에서 봉준호나 박찬욱 등의 국내 영화감독에 이르기까지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의 대다수가 좌파라며 그 이유를 설명한다. “새로운 것을 만들려면 기존의 질서나 체제를 넘어서야 한다. 창의는 기존 질서에 저항하고 분노하며 혁신을 꾀하면서 나온다. 예술가들이 진보적인 것은 이 때문이다.” <br/><br/>저자 또한 직접 예술 창작을 하고, 인문학을 공부하며 실험해 본 결과 창의성이 생겨나면서 자신도 모르게 진보적인 감수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밝힌다. 당초 우파였던 저자가 약자, 소수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면서 진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진보가 무엇인가? 사실, 기존의 진보와 보수 구별법은 모호하고 복잡하다. 이를테면 국내 보수 세력이 추종하는 박정희의 범국가적인 사업에 반시장적 사회주의 정책이 많았는가 하면 생전에 좌파라고 매도된 노무현의 한미 FTA 추진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전형으로 볼 수도 있다. <br/><br/>그렇다고 박정희가 진보, 노무현이 보수인가? 그건 아니지 않은가? 저자의 구별법은 간단하다. 정신적 노화가 보수라는 것이다. 육체적으로 아무리 젊어도 정신이 늙으면 보수이고,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생각이 젊으면 진보라는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진보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혁신하는 사람인데 반해 보수는 나이에 관계없이 정신이 노화한 사람을 의미한다. 저자 스스로도 “노력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보수로 밀려가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한다.”고 고백한다.<br/><br/>하지만 보수가 진보로 되긴 쉽지 않다. 진보나 보수는 인간의 가치 체계이자 신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술을 창작하고 인문학을 공부하면 자신도 모르게 진보가 될 수도 있지만 직장과 가정 일에 치어 가뜩이나 바쁜 사람들이 예술 창작까지 실험하며 진보주의자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런 사람들에게 저자는 권한다. “진보 정당에 투표하라 … 투표 한 차례로 진보주의자가 될 수 있다. 단 한 번이라도 어렵고 중요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크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다. 진보 정당에 대한 투표는 간단한 행동이지만, 진보주의자가 되기 위한 가장 극단적이고 결정적인 선택이자 진보주의자로서의 첫 걸음이기도 하다.”<br/><br/>저자에 따르면 진보주의자가 되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삶이 가능해지는 것에 더해 부수적인 소득도 있다. 특히 당신이 만약 60~70대 이상이라면 그동안 대화가 통하지 않아 자녀들과 소원했던 관계가 살아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단순히 진보주의자 되기를 연습하는 것만으로 가정의 평화, 가족의 화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젊은 친구들과 대화도 훨씬 더 풍성해질 것이다. ‘틀딱’이니 ‘꼰대’ 같은 말로 은근히 당신을 비하했던 적잖은 청년들이 눈을 비비고 당신을 다시 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나이 들면서 커졌던 소외감이나 분노도 줄어들 것이다. <br/><br/>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에서 우리 근현대사의 비극과 역사적 책무에 대해 이야기한다. 구한말 동학농민전쟁 이래 제주 4.3사건, 보도연맹 학살사건, 광주민주화운동 등의 비극에 우리 모두는 책임이 있다. 물론 큰 책임은 이를 명령하거나 실행하거나 동조한 자들에 있을 것이다. 현재의 보수는 이들에 뿌리를 두고 있는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여기에 침묵하거나 방조한 자, 외면한 자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진보주의자가 되는 것은 비극으로 얼룩진 역사의 법정에서 준엄하게 책임을 묻는 일이자 자신의 채무를 갚는 길이기도 하다. 진보주의자가 되는 것이 개인의 창의적인 삶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국가 사회 차원에서도 중요한 책무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