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쯤에 보면 유리를 찾아 마을로 들어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벌거벗고 가지요. 그리고 보리수 아래에서의 살해, 스승, 유골, 여자, 촛불, 촛농으로 눈을 가리움, 나무 위에서 죽음, 오줌을 저림, 여인의 꿈에서 앞으로 일어날 상황 등이 떠오르네요. 한 여자의 손을 10대 세개 때리는 장면이 책 중간쯤에 있습니다. 음탕한 손을 때려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상하권으로 나뉘어져 나오기 전의 책이어서 페이지는 적을 수 없고 예전에 읽을 책이라 지금 책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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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종류로든, 스님도 머지 않아, 혹간 스님 자신도 모를, 어떤 타의로부터 말입지,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아실 때가 올지도 모릅지. 소승에게는 말입지, 이 세상 산다는 일이 말입지, 누군가가 배후에서 철사줄을 놀리고 있는 그런 말입지, 무대에 선 한 꼭둑각시 같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말입지, 그 철사줄을 끊고 말입지, 그 꼭둑각시가 무대 아래로 내려서려고 한다면입지, 그건 꼭둑각시의 죽음과 연결되는 것입지. 꼭둑각시의 자유와 초월은 말입지, 철사줄에 계속 붙들려 매어져 있을 때라야만 말입지, 가능한 것일지도 모릅지. 거역이나 반항도 그렇습지, 철사줄을 쥐고 있는 누군가가 말입지, 왼손을 쳐들라고 하는데입지, 꼭둑각시 당자가 왼발을 쳐들 수 있는, 그런 말입지, 거역과 자유도 말입지, 그 철사줄과의 연결 아래서 가능된다는 말입습지.
--- 본문 중에서
신은, 유토피아나, 위대한 사회를 살기에 걸맞도록 사람을 지은 것이 아니라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끝없이 투쟁하도록 지은 것일 것이라는 것이, 나의 믿음이다. 사람을 그렇게 설계하기 위해, 신은 뭘 끙끙대고 고심했어야 할 필요도 없었음이 분명한게, 그가 사람의 코에다 '숨'을, 또는 그의 '뜻'을 불어넣고 있었을 때, 그 '뜻'을 '욕망'의 모양으로 슬쩍 바꿔놓기만 했으면 되었을 것이다. (사람들로부터, 밑에 구멍 뚫린, 저 '욕망'의 주머니를 뽑아내보라, 그러면 유토피아가 바로 거기에 있다고 알게 될 것을,....그러나, 이것은 동시에, 인세의 종말이기도 할라.)
--- p.15
공문의 안뜰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깥뜰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수도도 정도에 들어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상살이의 정도에 들어선 것도 아니어서, 중도 아니고 그렇다고 속중도 아니어서, 그냥 걸사라거나 돌팔이중이라고 해야 할 것들 중의 어떻 것들은, 그 영봉을 구름에 머리 감기는 동녘 운산으로나, 사철 눈에 덮여 천년 동정스런 북녘 눈뫼로나, 미친 년 오줌 누듯 여덟 달간이나 비가 내리지만 겨울 또한 혹독한 법 없는 서녘 비골로도 찾아가지만, 별로 찌는 듯한 더위는 아니라도 갈증이 계속되며 그늘도 또한 없고 해가 떠 있어도 그렇게 눈부신 법 없는데다, 우계에는 안개비나 조금 오다 그친다는 남녘 유리로도 모인다.
--- p.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