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대도시를 벗어나면 조용하기 그지없어 아래층 부엌에서 누가 몰래 음식을 꺼내 먹는지 알 수 있을 정도고, 아직도 토끼와 사슴, 코요테가 고요한 발걸음으로 주택가에 자주 나타나는 곳이 많다. 그러나 뉴욕은 다르다. 빠르게 돌아가는 거대한 각종 기계음을 듣고 있으면 심장 박동이 급해진다. 머리가 빙빙 돈다. 혈류의 속도도 증가한다. 이곳에 살면 인생의 시속이 다른 곳보다 서너 배 빨라진다. 긴장과 흥분, 초조와 강박이 온몸을 지배한다. 경쟁을 채찍질하는 환경 속에서 심장과 위장, 혈류와 신경계는 부담을 느낀다.
(15쪽, 「이렇게 시끄러운 곳에서 어떻게 살까」)
뉴욕대 근처에 유니언 스퀘어가 있다. 광장, 햇살, 각종 사람들, 과일, 채소, 꽃, 빵, 계단, 벤치, 거리 공연, 점쟁이, 체스 판, 이런 것들이 있는 곳, 유니언 스퀘어. 여기에 앉아 있으면 삶의 생생함을 느낀다. 산다는 것은 이런 기분이다. 구경과 어울림. 아무 말 안 해도 서로 쳐다보며 너도나도 여기 살아 있구나, 확인하고 안심한다. 사람들의 피부색도 어찌나 다양한지 60색 크레파스를 살색으로만 채우고도 모자랄 정도다.
(114쪽, 「유니언 스퀘어는 마당놀이 판인가」)
컵케이크 만드는 법에 관한 책이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컵케이크를 잘 만들고 싶은 사람이 이렇게 많을까. 표지의 컵케이크는 강아지 털의 결을 세심하게 표현했다. 컵케이크를 먹으며 강아지와 마음껏 뽀뽀를 즐길 수 있다. 여기서는 케이크가 예술이다. 어느 조각품보다 화려하고 정교하며 귀엽고 아름답다. 웃음과 감동마저 선사한다. 먹을 수 있을까, 너무 예쁘면 먹기가 꺼려지는데. 뉴요커에는 건강식인지 따지는 사람과 음식 모양만 신경 쓰는 사람, 두 부류가 있나 보다.
(141쪽, 「컵케이크는 예쁘기만 하면 될까」)
뉴욕의 길거리는 생동감이 넘친다. 거리예술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몬드리안의 그림처럼 색칠한 피아노를 두드리는 아저씨, 센트럴 파크에서 컨트리 음악을 연주하는 아가씨들, 3인조 밴드에서 맨발인 채 드럼을 치는 백발의 할아버지, 유니언 스퀘어에서 두 개의 작은 드럼을 무릎에 놓고 치는 여인, 지하철역에서 기타 치는 청년들, 배터리 파크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무리, 아이들을 즐겁게 하는 풍선 아티스트, 돈 받고 시를 써 주는 사람….
(180쪽, 「거리예술은 놀이 본능의 부활인가」)
양극화 추세는 여자 신발 굽에도 나타난다. 플랫 슈즈는 점점 더 낮아지고, 킬 힐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여자들의 구두 사랑을 증명하듯이 큰 백화점들은 한 층 전체를 구두 매장으로 꾸민다. 삭스 피프스 애비뉴 백화점은 8층 전체가 구두 전문 매장이다. 세일 기간 중엔 여자들이 게걸스럽게 구두를 시식(?)하느라 정신없다. 요즘 구두는 굽이 화두다. 높이로 경쟁하는 한편, 소재로도 경쟁에 나서 기존 소재 외에 플라스틱, 금속, 나무도 사용한다.
(239쪽, 「치마와 신발의 양극화는 어디까지인가」)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