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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글쓰기 혹은 글쓰기 너머의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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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글쓰기 혹은 글쓰기 너머의 인간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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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0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688쪽 | 732g | 140*200*38mm
ISBN13 9788967357689
ISBN10 8967357680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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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saboni   평점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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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들의 세계에는, 어느 곳이든 어느 것이 있고, 아무 곳이나 아무것이 있다. 전통의 맥과 성숙이 가능하게 만드는 안정감과 깊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은 부유한다. 이들의 집짓기, 글쓰기 그리고 마음쓰기의 모토는 ‘주변은 돌보지 않는다’이다. 주변을 돌보다가는 집은 올라가지 않고 글은 나아가지 않고 마음은 소득 없이 번잡할 뿐이다. 이는 식민지 학생들의 지상 명제인 ‘오직 책만 볼 것이며 그 주변은 돌보지 않는다’는 말과 정확히 일치한다.
--- p.144

잡된 글쓰기는 우리 인문학의 미래를 위한 하나의 제안이다. 그러나 만일 글쓰기가 마음속의 인식을 표출하거나 마음 밖의 풍경을 반영하는 활동에 지나지 않는다면, 글쓰기를 통해서 인문학의 활로를 개척하려는 시도는 별 성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글쓰기는 삶의 단순한 반영이 아니다. 그 활동은 자신을 확인하며 자신이 갇힌 타율의 굴레를 벗겨내기도 하고 아울러 삶을 구성하고 새롭게 변화시키는 노력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잡된 글쓰기는 글쓰기를 억압했던 현실, 혹은 글쓰기를 통해서 우리를 억압했던 조건들에 대한 가장 지속적인 저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p.249

글을 그야말로 순수하게 통과해서 뜻만을 그야말로 순수하게 드러내겠다는 발상은, 사실 말 그대로 ‘자기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문체와 수사, 전개의 테크닉이나 구성의 묘妙가 직접 메시지에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글 쓰는 이의 상식이고, 이 상식이 지켜지는 한 형식과 내용 사이에 순일무잡한 갭을 상정하는 것은 ‘아둔한’ 짓이다.
--- p.509

글쓰기를 비관하는 자는 대체로 스스로 나태한 줄 모르는 나태한 자다. 글쓰기에 무능한 혹자들, 혹은 글쓰기에 지레 비관하는 혹자들은 자신의 나태를 권태라고 부르면서 일상의 문고리를 두드리고 있는 허무를 지레 느낀다고 교만을 떤다. 그러나 글쓰기의 낙관이란 글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하염없는 비관을 바로 그 비관의 무게로써 이겨낸 결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p.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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