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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252g | 138*205*10mm
ISBN13 9791156752868
ISBN10 1156752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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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신문사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마리에. 하지만 학교 신문에 관심을 가지는 아이들은 나날이 줄어들고, 떨어지는 조회 수에 위기감을 느낀 편집장은 긴급회의를 소집한다. 그리고는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더욱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쓰며, 마리에에게는 현재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3학년 타리예이를 인터뷰하라고 지시한다.

마가 선배가 마우스를 움직이더니 뭔가를 클릭했다. 그러자 노트북과 연결된 빔 프로젝터 화면에 예전 호 기사가 떴다. 여름 방학 때까지 수영장 사용 불가. 선배가 다시 우리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이 제목의 문제점을 아는 사람?”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화면으로 향했다. 이번에도 선뜻 입을 떼는 사람이 없었다. “사실 딱히 문제는 없어. 아주 기본적인 제목이니까. 하지만 지루하잖아? 만약 이렇게 썼다면 어땠을까?”

(…) 물 없는 수영장에서 수영해 보려던 학생, 발목 부상 입어. 몇몇 부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마가 선배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순간, 공기가 차가워졌다. 회의실 내의 산소가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이딜도 온몸이 굳은 듯 꼼짝하지 않았다. “그것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잖아요!” “맞아, 하지만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야. 그건 동의하지? 기자들의 일이란 바로 이런 거야. 조회 수를 올리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관심이 필요해」중에서

걱정과 달리, 타리예이 선배와의 인터뷰는 좋은 분위기로 끝이 난다. 그 후 마리에는 평소처럼 솔직한 기사를 쓰려고 했지만 아이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편집장의 지적에, 원래 의도와는 다른 의미의 제목을 지어 붙인다. 편집장의 예상대로 기사는 높은 조회 수를 얻었지만, 왠지 마음 한편이 찝찝하다. 하지만 타리예이 선배는 도리어 마리에의 기사 덕분에 체고 진학을 허락받았다며 고맙다고 말하고, 이 또한 예상 밖의 결말로 마무리된다.

타리예이 선배가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인터뷰 기사에 왜 이런 제목을 붙인 거야?” 나는 고개를 떨구었다.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애를 썼다. 마가 선배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말할까도 생각했지만, 따지고 보면 결국 제목을 쓰고 엔터키를 누른 사람은 나였다. 내가 생각해 냈고, 심지어 스스로 만족해하기까지 했다. “좋은 반응이 필요했거든요. 어쩔 수 없었어요.” “좋은 반응? 누구를 위해서? 이 기사만 보면 내가 엄청나게 불행한 사람 같아.” 선배가 화면 속에 떠 있는 자신의 사진을 내려다보았다. 화가 난 듯 무표정하게 굳은 얼굴…….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마가 선배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편집장’. 편집장이라면 이런 위기를 스스로 해결해 넘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 사실 다른 애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 없어.” 선배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으며 말을 이었다. “……이 기사를 보고 부모님께서 속상해하셨거든.” 아, 원래 기사 얘기 중이었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선배가 입술을 달싹이며 한참이나 말을 골랐다. 따가운 햇살이 눈을 찔렀다. 내 고개는 점점 아래로 떨어졌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예상 밖의 결과를 가져왔어. 부모님이 죄책감을 느끼셨는지, 내가 원하는 대로 체육 고등학교에 지원하라고 하셨거든. 네 기사 덕분에 고민이 해결된 셈이지.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말이야.” 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조금 전과 달리, 선배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 번져 있었다. 살짝 벌어진 앞니가 보일 만큼 아주 환한 웃음이었다.
---「예상 밖의 결과」중에서

마리에는 인터뷰 이후 타리예이 선배와 부쩍 가까워진다. 그러다 드디어 선배로부터 영화를 보러 가자는 제안을 받고, 한껏 설레는 마음을 안고 첫 데이트에 나선다. 하지만 따뜻한 분위기도 잠시, 영화관 앞에서 다른 3학년 선배들을 만나자마자 타리예이 선배의 표정과 태도가 어색해진다. 상처받은 마리에는 그때의 행동을 따져 묻고, 선배는 당황하며 상상하지도 못했던 고백을 건넨다. ‘널 좋아해서 그랬다’라고.

〈난 네가 그날의 만남을 데이트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봐 걱정했어. 네 생각이 어떤지 모르는데 나 혼자 데이트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잖아.〉 〈그래서 좀 어색하게 대했던 거야.〉 〈그날 일을 다시 생각해 보니 오해할 만했네. 미안.〉 선배로부터 쏟아지듯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러니까 내가 부끄러워했던 건...... 네 짐작과는 정반대의 이유였어.〉 〈무슨 뜻인지 알겠어?〉

하얀 화면 속에서 회색점 세 개가 계속 깜빡였다. 선배가 계속해서 뭔가를 쓰고 있는 중이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선배가 말한 정반대의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에 대한 답이 무엇인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은 무언가를 예감한 듯, 심장이 제멋대로 쿵쿵대며 불규칙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순간, 대화 창의 회색 점들이 사라지고 짧은 메시지가 도착했다. 〈널 좋아해.〉
---「뭐, 나를 좋아한다고?」중에서

상상도 하지 못했던 고백과 연달은 기사 대박까지, 마리에는 그 어느 때보다 꿈같은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마리에가 소꿉친구인 에스펜과 타리예이 사이에서 어장 관리를 하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익명의 거짓 글이 학교 게시판에 올라온다. 당황한 마리에는 증거 없는 뜬소문이라면 예사 그렇듯 금방 가라앉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신문사로 한 장의 사진이 도착했기 때문이다. 에스펜과 키스하는 것처럼 보이게끔 교묘한 각도로 찍힌 사진이…….

“마리에, 누군가가 네 소문을 퍼뜨리고 있어.” “뭐?” 이딜이 휴대폰을 꺼내 내밀면서 조용히 속삭였다. “수업 시간에 기삿거리를 찾고 있었는데, 학교 게시판에 익명으로 글이 올라왔어. 이걸 좀 봐.” 〈2학년 마리에가 2학년 에스펜과 3학년 타리예이를 저울질한다는 소문을 들었어. 그렇게 안 봤는데, 어장 관리를 꽤 대담하게 하네.〉 순간, 보이지 않는 손이 심장을 쥐어짜는 듯 숨이 턱 막혔다. 대체 누구지? 설마 어제 일을 누가 보고 오해라도 한 건가? 그 일은 누구도 알아선 안 되는 일이었다. 심지어 이딜이라 할지라도.

(…) 하지만 금방 가라앉을 거라고 생각했던 뜬소문은 이내 현실로 바뀌어 내게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쉬는 시간에 급히 보자는 마가 선배의 호출을 받고 신문사 회의실로 갔다. “어서 와, 마리에. 다음 호 기사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하려고. 조금 전에 우리 학교에 새로운 커플이 탄생했다는 제보를 하나 받았어. 이딜의 칼럼에 딱일 것 같던데?” 그걸 왜 나한테 말하는 걸까? 불안감이 엄습했다. “제보요? 어떤……?” 선배가 몸을 뒤로 젖히며 의자를 옆으로 뺐다. “직접 봐.” 나는 선배 옆으로 가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비명을 터뜨렸다. 화면에 떠 있는 것은 에스펜과 나의 사진이었다. 벤치에 앉아 있는 우리 둘의 모습, 심지어 에스펜이 다가오던 바로 그 순간에 찍힌 사진이었다. 그때 나는 몸을 곧장 뒤로 뺐지만, 그 순간은 전혀 담기지 않았다. 멀고 어두워서 당황한 내 표정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사진 속의 우리는 누가 보아도 키스하기 직전의 연인이었다.
---「익명 게시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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