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1지망 인생’이란 1지망을 선택한 모든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이 무엇이든 그것에 최선을 다한 사람들에게 내려지는 축복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인생은 선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선택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p. 7
김PD는 갑자기 혼란스러웠다. 스스로 2지망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과 아버지가 떠올랐다. 지금 하는 일 혹은 직장을 좋아하지 않고 힘들어 하며, 언젠가는 반드시 큰일을 하고 말 거라는 생각이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삶이라고 김PD는 생각해왔다. 사실 이번 인생역전 프로그램도 그런 사고의 바탕 위에서 기획한 것이었다. ---p. 56
“제 생각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성공은 일의 연속선상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들어요. 선배 얘기처럼 세속적인 관점에서 정 사장의 역경기를 2지망으로 치고, 성공기를 1지망으로 친다고 하더라도 정 사장은 전혀 새로운 일, 전혀 뜻밖의 일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예를 들어 정 사장이 농사를 짓다가 임대업자가 된 것이 아니란 이야기죠. 비디오를 빌려주며 학업을 하다가 중고물품 임대업을 하고, 또 쌓아놓은 인맥을 통해 주택과 빌딩 임대업을 하게 된 거니까요.” ---p. 63
“제가 몇천 원을 주는 건 그냥 제가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받는 사람도 어찌됐든 기분이 좋겠죠. 양이 좋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p. 68
김PD와 유 작가의 차이는 명확했다. 유 작가는 자신의 감정대로 행동하며 마음의 평안을 얻고 있었고, 김PD는 자신의 감정을 거슬려 행동하며 불편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유 작가가 세상의 참여자였다면, 김PD는 관찰자였던 것이다. 김PD는 문득 ‘자신이 실천하지 못하는 관념은 지적 허영심의 사생아일 뿐이다’라고 말한 선배 최 목사의 말이 떠올랐다. ---p. 68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까운 상대에게 가깝다는 이유로 항상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가 봐요. 상대가 힘들어 하고 지칠 거라는 걸 알면서도 가까우니까 상대가 다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죠. 견디다 못해 제발 나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말라고 애원하면 상대는 내가 너를 그만큼 사랑하니까, 좋아하니까, 네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다고 해명하죠. 그런 것들이 때론 큰 비극을 초래해요. 대입시험 때가 되면 꼭 몇 명씩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목숨을 끊는 청소년들이 있잖아요. 그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죠. 가까운 사이, 사랑하는 사이라면 상대가 못 가진 부분을 포기해주는 게 저는 참 사랑이란 생각이 들어요.” ---p. 71
서로 열등감과 우월감을 느끼는 친구사이는 오래 유지되기가 힘들다. 늙어가면서 비슷한 환경 속에 살아야 우정도 깊어진다는 현실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p. 117
“하지만 재기야, 대의명분이 성립되지 위해선 전제가 있어. 가장 큰 목적이 전체를 위한 것이어야 돼. 이타성이 목적이 되지 않는 명분은 힘이 없어. 너는 그 일을 회사를 위한 거라 말하지만, 실제로는 너의 이기심이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잖아. 조 국장이란 사람이나 사장도 그렇고. 또 한 가지, 너는 너의 직업에 충실해야 돼. 프로근성을 잊으면 안 돼. 너는 PD지 로비스트나 정치인이 아냐. 프로그램의 충실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재료가 있는데, 그걸 외면한다면 그런 이미 프로가 아니지.” ---p. 139
맞는 말이었다. 사람들은 대개 남이 이룬 것의 겉만 보는 경향이 있다. 속으로 얼마나 골병이 들었는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는지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한의사 친구의 말은 다른 친구들을 머쓱하게 만들었지만 많은 생각의 단초도 제공했다.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다들 조금씩은 철이 든 것 같았다. ---p. 189
“내가 지난번에 이야기한 게 있지. 마음이 불편한 성공은 불행이라고. 양심은 매수되지 않는 유일한 고발자야. 네 양심대로 행동해라. 그래야 큰 후회가 없을 거야. 그리고 그 와중에 잃는 것들은 어떻게 보면 보다 큰 것을 얻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라 생각해.” ---p. 221
“나는 대법관이 되는 꿈을 꿨단다. 그 꿈을 못 이루고 고시학원 원장을 한다는 게 못 마땅했지. 항상 2지망 인생이라 생각했던 거야. 지금 생각하면 이것도 참 괜찮은 일이었는데 말이다. 법 공부했던 걸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의 법관이 되려는 꿈을 키워주고 말이다. 어떻게 보면 원했던 일의 연속선상에 있는 일이기도 하지. 학원일을 좋아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무슨 일이든 애착이 없으면 안 되게 돼 있어. 그 진리를 지금 내가 깨닫고 있는 듯하구나. 하나 뿐인 자식인 네가 내 못 이룬 꿈을 이루어 주었으면 했다. 자신의 꿈을 남에게 강요하는 게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너한테 참 미안하구나.” ---p. 232
“그럴 겁니다. 첫사랑을 말씀드린 건, 그것은 아련한 느낌만으로 만족해야지, 현실 속에서 찾으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직업도 그런 것 같아요. 50대 친구들끼리 만나면 사정이 안 좋은 친구들이 가끔 그래요. ‘그때 다른 걸 했으면 더 잘 됐을 건데…….’ 과연 그럴까요? 그런 친구들은 아마 그 길로 갔더라도 지금쯤 다시 후회할 겁니다.” ---p. 274
“꿈과 현실은 분리된 게 아닙니다. 분리됐다면 그건 망상이겠죠. 제가 드리는 말씀은 명확한 꿈이 있지도 않으면서 곁눈질하지 말라는 겁니다. 명확한 꿈이 있는 사람은 아마도 1퍼센트도 안 될 겁니다. 그런 사람들은 그 꿈이 동력이 돼서 노력할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명확한 꿈이 없어요. 대개 상황이 주어지는 대로 선택한 뒤, 일이 잘 안되면 ‘애매한 꿈’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뒤늦게 그걸 선택하려 하죠. 그렇게 해서 이직하거나, 사람을 바꾸면 또 후회할 수밖에 없어요.” ---p. 276
“듣다보니 법정 스님의 말씀이 떠오르네요. 행복한 삶을 마무리하기 위한 조건으로 ‘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이 나를 성장시켜주었음을 긍정하는 것이다.’라는 말씀 말이죠.”
---p. 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