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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언 마말레이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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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언 마말레이드 4

백서하 | 동아 | 2021년 03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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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592쪽 | 694g | 148*210*24mm
ISBN13 9791163024699
ISBN10 1163024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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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를 여왕으로 만들어서, 네가 얻을 수 있는 게 뭐야? 너는 어차피 로튼의 주인이고,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재부를 끌어안았어. 네 동생은 죽었고 네 오빠도 죽었어. 이 세상에서 네가 가진 것들을 빼앗으려는 자는, 그저 권리 하나 더 생겼다고 가만히 손을 놓고 있지 않아.”
“아마도.”
“그럼, 대체 원하는 게 뭐야?”
로건의 물음에 비비안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뭐인 것 같아?”
로건은 답하지 못했다. 그녀에게는 이제 한평생 써도 써도 사라지지 않는 돈과 절대적인 지위를 가진 상단이 있다. 그녀는 이제 영원히 바첼론 역사서에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설사 여왕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그녀는 아마 평생 그렇게 이겨 나갈 것이었다.
그런데 왜?
로건은 비비안의 생각을 알 수 없었다. 그는 그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 비비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나는 사실 네 자유로움을 꽤 사랑했어. 하지만 네가 왕자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그 모든 것들이 다 끝을 맺었지.”
“널 속인 건 미안해.”
“날 속인 게 문제가 아니야.”
“…….”
“나는 너를 지독하게 질투하고 있는 거야.”
로건은 미간을 좁혔다. 그는 비비안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가진 거로 치자면 이디에트 공도 만만치 않아.”
“……그래, 그 남자는 그래서 가진 모든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고 있지.”
“…….”
“로건, 권력의 가장 정점에 있는 사람이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
비비안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살짝 일그러진 얼굴로 답을 내뱉었다.
“포기할 수 있는 권력과 방심할 수 있는 오만함.”
순간 로건은 탁 숨이 막히고 말았다. 그는 비비안이 하는 말을 온전히 귀에 담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하는 말이 어떤 것을 지칭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비안은 그의 안색을 살피다가 다시 여유롭게 의자에 등을 기댔다.
“크리스티나를 잘 위로해 줘. 하지만 거기까지야.”
“…….”
“그 아이를 더 비참하게 만들 게 아니면, 네 그 여유와 오만함을 그 아이 앞에서 드러내지 마. 너는 호의였겠지만, 그것이 그 아이를 더욱더 절망에 빠뜨릴 게 뻔하거든.”
비비안의 눈을 빤히 응시하던 로건은 걸음을 옮겼다. 그는 더는 비비안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그저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을 선택했다.
그녀가 이 모든 것을 꾸몄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그녀를 포기하지 못했다. 로건은 이 모든 상황이 우습기 그지없어서 한숨을 쉬었다. 그저 속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던 것을 확인받았을 뿐 그 이상의 파란은 없었다.
탁.
문이 닫혔다.
비비안은 그저 얼어붙은 듯 가만히 문을 응시했다. 방 안에 적막이 찾아왔다.
그리고…….
“하아.”
길게 숨을 내쉰 그녀가 입을 꾹 다물었다. 이 며칠간 언제나 그렇듯 평온하고 여유로움으로 무장되었던 모든 껍질들이 한 까풀 두 까풀 차례로 벗겨졌다. 그러나 아무리 벗겨 내도 그녀는 여전히 평온했다. 그러다가 결국 생각해 보니, 어느 순간 그녀는 그녀가 연기하는 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결국 로건은 모든 사실을 알고 그녀를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심한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이쯤이면 욕이 나갈 법도 하지만, 이 방에 찾아왔던 수많은 남자들, 심지어 위그마저도 그녀에게 뒤통수를 맞았던 그날 그녀에게 욕을 내뱉었던 것 같은데 로건은 끝까지 두려움 하나 없이 그렇게 그녀를 보다가 걸음을 돌렸다.
그녀가 다시 한번 길게 숨을 내쉬었다. 울렁거리는 속이 이제야 점점 진정이 되었다. 그녀는 오늘 신문에 실린 내용을 보다가 눈을 감았다.
크리스티나가 이번 일로 크게 타격을 입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엘리미아가 제이슨을 죽이기 위해 아등바등한다는 것 또한 알았다. 결국 모두가 제 목적을 위해 그렇게 목숨을 걸고 달려든다. 그녀가 했던 것처럼.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하나도 기쁘지 않다.
비비안은 천천히 테이블의 서랍을 열고 종이 한 장을 꺼냈다. 펜에 잉크를 묻힌 뒤 그녀는 편지에 몇 줄 적어 내려갔다. 그리고 곧, 클로에를 불렀다.
“왕녀에게 전해.”
“알겠습니다.”
비비안은 펜을 다시 잉크병에 넣었다.
종이에는 딱 두 줄 씌어져 있었다.

[저는 제 체스판에 있는 그 어떤 말도 아웃시킬 생각이 없어요.
퀸을 포함해서.]

그러니, 결국 그녀는 무사하게 적을 체크메이트시키고, 여왕을 올려 이 판의 승리자가 될 것이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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