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이제 여름철마저 조용한 편이다. 대부분의 휴가철 관광객들은 이제 클럽이나 고층 호텔 그리고 확실한 즐길 거리들이 있는 코프스하버나 바이런베이로 향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우린 대부분 그 편이 더 잘됐다 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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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해안의 위아래 동네 이웃들이 돈을 많이 벌어들이는 과정을 지켜보아왔다. 그들은 성공에 따른 예상치 못했던 결과물들까지 끌어안고 살아가야 했다. 교통 체증, 술 취한 휴가객들, 끝없이 이어지는 업데이트와 리노베이션의 압박. 바로 평화의 상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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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은요?” 마이크가 라이자 쪽으로 몸을 약간 내밀며 조용히 물었다. “그쪽도 고래를 추격하나요?”
“나는 아무것도 추격하지 않아요.” 그렇게 말하는 라이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조차도 알 수 없는 얼굴이었다. “나는 고래가 있을 만한 곳으로 가서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요. 대개는 그게 가장 현명한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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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그것 자체가 하나의 풍경 같다. 시야의 세 면을 끝없는 바다가 다 채울 정도로 멀리 나가면 당신의 시선은 물의 거대한 움직임에 길을 잃고, 태양이 구름 사이로 비추는 눈부시게 빛나는 지점으로 빨려들기도 하고, 저 멀리에서 높이 솟아오르는 하얀 파도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나는 육지에 익숙한 인간이므로 긴장이 전혀 안 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내 발밑으로 느껴지는 철썩임과 삐걱거림을, 그 불안정함을 극복하고 나니 혼자라는 느낌이, 다른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움직이는 배의 자유로움이 좋았다. 나는 탁 트인 바다와 하늘을 받아들이며 라이자의 얼굴에서 내내 팽팽하던 경계심이 차츰차츰 풀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좋았다.
--- p.122
“만약 자네가 일만 똑바로 했다면, 그래서 이 개발 건이 그 불황 지역에 얼마나 환상적인 기회인지, 모두가 얼마나 많은 돈을 손에 쥐게 될지 충분히 강조하기만 했어도 이미 얘긴 다 끝났을 거야.”
“돈이 다가 아니에….”
“모든 게, 언제나, 돈이야.”
“네, 네. 하지만 여기 한번 와보시면, 느끼시게 될 거예요.” 나는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렸다. “…고래가 얼마나 중요한지.”
--- p.212
라이자는 이제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돌아봤다. 그리고 고개를 저으며 쓰게 말했다. “당신 정말… 당신이 말한 모든 게 거짓말이었어. 모든 게.” 그러자 그가 처음으로 화가 난 것 같았다. “아니에요.” 그가 손을 뻗으며 다급하게 말했다. “전부 다는 아니에요. 얘기하고 싶었어요. 지금도 얘기하고 싶은데….”
--- p.235
그것은 삶, 죽음 그리고 순환에 대한 메시지였다. 모든 것이 덧없으며, 모든 것은 결국 지나간다는 깨달음을 줬던 것 같다.
--- p.284
나는 모니카에게 레티와 새끼 고래의 죽음, 그리고 라이자가 그 청음기를 바다로 던져 넣었을 때 들었던 소리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리고… 마른 금발의 어떤 여자가 점점 작아지던 모습을 백미러로 지켜보던 얘기를 하는 대목에 이르러서야 나는 비로소 알게 됐다. “내가 사랑에 빠졌구나.” 그 말이 그냥 그렇게 무심코 튀어나왔다. 나는 멍해져서 소파에 기대 앉아 다시 한번 말했다. “맙소사. 사랑에 빠진 거였어.”
--- p.292
어느 날 밤, 함께 누워 조용히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라이자가, 아이를 가지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과 가장 큰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는 얘기를 했다. 이제 나는 그 얘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나의 그녀를 발견하고 나니 그녀를 다시 잃는다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 pp.393~394
“이해하기 힘들다는 거 잘 알지만, 나는 이제야 무언가를 한다는 기분이 들어요. 내 평생 처음으로 나는 내 삶을 주관하게 됐어요.” 어둠 속에서 그녀의 용감한 미소가 보이는 것 같았다. “이제 내가 배의 키를 잡고 있어요.”
--- p.395
나는 많은 일들을 겪었고, 비록 나의 가장 깊은 곳에는 그 누구도 대신 채워줄 수 없는 빈 공간이 있지만, 내겐 가족이 있었다. 그 생각에 나는 불현듯 행복감을 느꼈다.
--- p.405
한참 바다를 내다보다 보면, 바다의 천변만화의 감정과 광란, 그 아름다움과 공포를 보고 있으면, 모든 이야기들이 거기 다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사랑과 위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삶이 우리의 그물에 가져다주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키를 잡고 있는 당신의 손이 모든 걸 조정할 수 없기도 하며, 모든 게 다 잘될 거라는 믿음을 붙드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도 있다는 것을.
--- p.4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