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지과학을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오는 인식론적 질문들에 대답하기 위한 통시적이고 경험적인 기반의 노력으로 정의한다. 여기서 질문들이란 특히 지식의 본질, 지식의 구성 요소, 지식의 원천, 지식의 발전, 지식의 구축에 관련된 것들이다. 인지과학이라는 용어가 때로는 광의적으로 모든 형태의 지식, 즉 생물이 가지는 지식뿐만 아니라 무생물이 가지는 지식, 인간이 가진 지식, 그리고 비-인간이 가진 지식까지 포함하는 경우가 있으나, 나는 이 용어를 주로 인간의 지식을 설명하려는 노력에 적용할 것이다. 나는 우리의 철학적 조상들의 흥미를 유발했던 질문들이 분명하게 답변될 수 있는지, 또는 교육적으로 재정의될 수 있는지, 아니면 영구적으로 철회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있다.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인지과학이다. (7쪽)
나는 철학은 변증법적 역할 덕분에 학문적인 매트릭스에 참여한다고 주장한다. 학문 내의 변증법과, 한편으로는 철학자들에 의해 제안된 분석들과, 다른 한편으로는 과학자들에 의해 제안된 경험적 발견물들과 이론들 사이의 변증법 말이다. 이것은 근래에 극적으로 발생해왔다. 철학이 저조해 보였던 바로 그 시기에, 논리경험주의의 기획이 완전히 불신되었던 때, 컴퓨터의 발명과 인지과학의 도래가 갑자기 정교한 분석에 대한 요구를 강조했다. 적절한 개념적 체계를 살피고, 그 후에 새로운 과학적 발견들에 비추어 이것을 수정할 수 있었던 사람은 장구한 철학적 전통―칸트의 표상 개념, 심신 문제에 대한 데카르트의 주장, 본유 관념에 대한 로크의 회의―에 익숙한 사상가들이었다. (...) 나는 한편으로 인지과학의 발명을 철학에 대한 훌륭한 자극으로 보며, 다른 한편으로는 철학을 경험과학자들과 뗄 수 없는 그들의 시녀로 본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철학은 척박한, 혹은 과학적 작업과 무관한 학문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경험적 발견물들에 부지런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124-125쪽)
인공지능이 모든 심리학적(또는 모든 철학적) 이슈들을 다루어야 한다는, 또는 그 어느 것도 다루면 안 된다는 생각은 퇴출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인간을 컴퓨터와 완벽하게 동일한 것으로 생각할 이유가 전혀 없으며, (잠재적으로) 생각할 거리가 가득한 두 유형의 실체들 간에 유용한 유사점이 전혀 없다는 개념에 묶여 있을 이유도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컴퓨터 간의 유사성이 실제 어느 정도인가 하는 문제를 무한정 덮어둘 수는 없다. 최근 인공지능의 주요한 발견 중 하나는 폰 노이만식의 디지털 직렬 컴퓨터가 많은 면에서 인간 인지의 모델이 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것이었다. 이 발견에 더 많은 힘이 실리는 한도까지 우리는 계산론적 패러독스를 확립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은 컴퓨터가 인지를 연구하는 데 유용한 도구일 수 있으며 인간의 사고 과정 일부를 합리적으로 모델링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과정들에 대한 최고의 모델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아주 많이 남아 있다. (257-258쪽)
언어 연구와 다른 인지과학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한 가지 방향은 다른 분야들이 언어를 계속 연구할 가치가 있는 별도의 분야로 간주하면서 언어와 관계가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서 언어는 신경언어학의 연구에서의 언어 생산이나 심리언어학 연구에서의 음소 인식과 같이 비춰진다. 많은 학자들은 통합된 인지과학에서 언어가 가장 좋은 실험기반이라고 생각했다. 비전, 모션, 모터 행동과 같이 다른 영역의 지식을 향하는 학제 간 연구가 병행될 수 있다. 이것은 분명 수직적으로 구축된 인지과학적 모델이며, 나는 이를 지지한다. (3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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