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부터 5년. Time and tide wait for no man.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뭐, 여러 일이 있었다는 얘기지. 위대한 작가라면 더 좋은 말을 할 테지만, 내게 이런 취미란 없기 때문에, 이런식으로밖에 표현 못 해. 아니, 잠깐. 더 좋은 말투는 없을까? '백만의 사랑이 흘러, 백만의 성교가 흘렀다.' 안 되겠어, 이건. 느낌이 안 와. 너무나도 통속적이야. '사랑은 없어져도, 야구는 남는다.' 이건 어때? 우리들한테 딱 어울리잖아. 사랑은 없어져도, 야구는 남는다-라. 너무나 딱 맞아서눈물이 다 나네.
--- pp.159-160
'그거 어떤 작품이야, 아빠?' 소년이 말한다.
'적어도 제목만은 완벽히 갖추어져 있어. 그게 소설의 필수 조건이니까. 이것만 있으면, 쓰고 있는 작품이 택시 영수증이나 도큐핸즈의 24페이지 광고하고 구별이 안 될 염려만은 없어져. 타인은 차치하고라도 쓴 당사자조차 맨날 구별을 못하니까. 그리고 나로서는 획기적인 일이지만, 시작하는 행과 끝나는 행은 이미 완성되어 있고, 가운데 부분도 몇 갠가는 되어있어.
'뭐, 그런 작품이야.'
--- p.140
1969
4월, 모 국립대학에 입학했지만, 가 보니 학교는 존재하지 않았다(데모 중이었다). 얼마 지나서 다시 한 번 가 봤지만 역시 학교는 존재하고 있지 않았다(폐쇄 중이었다). 최근, 마음을 고쳐먹고 확인을 위해 다시 한 번 가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다른 장소로 이전된 상태였다). 그러니까, 아마도 졸업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연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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