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딸 문제로 오셨다구요?''
그녀의 물음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따님이 헤브론 고등학교에 다니는 게 맞습니까?''
''맞아요.''
헤브론 고등학교는 이 도시 교육시설의 자랑으로, 꽤 큰 공립학교였다. 그레이스는 애초에 제시카가 작은 사립학교에 가기를 바랐었다. 하지만 결국 제시카의 간절한 바람에 꺽이고 말았다.
''따님의 친구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그가 물었다. 비난하는 듯한 어투였다.
그레이스는 더 이상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것 보세요, 형사님.''
그녀는 한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지난 3년 간 몸에 벤, 날카로운 판사의 시선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당신 태도는 정말이지 참을 수가 없군요. 난 당신이 누군지 몰라요. 당신도 날 모르죠. 당신은 내가 딸을 어떻게 키우는지에 대해 간섭할 권리가 없어요.''
그는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는 어젯밤 따님을 발견한 마약단속반 경찰이고, 따님을 엉망으로 만든 건 제가 아닙니다.''
마침내 그가 예의를 갖춰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몸을 일켜 잠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때, 따님은 20달러로 막 이걸 사고 있었습니다.''
그는 주머니에서 봉지를 꺼내 보였다. 그 비닐봉지 안에는 마른 잎을 갈아놓은 것 같은 내요물이 들어 있었다.
그레이스는 숨을 멈추었다. 온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 꼼짝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말없이 그 불쾌한 물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게 뭔지는 아실 겁니다. 멕시코를 통해 들어온 콜롬비안산 대마초지요.''
그가 봉지를 다시 잠바 주머니에 넣으며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에!.''
---p.62~63
'나중에 봐,형.'
그는 전화 통에 열중인 형에게 말했다.
'가기 전에 농구 한 게임 하지 않을래?'
도미닉이 수화기를 귀에 댄 채 올려다보며 물었다.
경찰서 뒤쪽 주차장에 한 구럭에는 농구 골대가 세워져 있었다. 벌써 몇 년째 그와 도미닉은 거기서 농구 연습을 해왔었다.
토니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안돼. 우리 아가씨들한테 가봐야 하거든.'
도미닉의 표정을 본 순간에야 그는 자신이 뭐라고 말했는지 깨달았다.그는 형이 입을 열기 전에 서둘러 사무실에서 나와버렸다. '우리아가씨들'이라고.....그의 삶이 고통으로 소모되기 전 ,행복했던 시절의 한 조각 같은 단어였다. 그 말을 했다는 사실을 그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레이스와 제시카를 그렇게 불렀다는 사실을,,,,,. 우리 아가씨들,,,,,.
--- p.339
그가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그레이스는 돌아서서 그를 바라보고 싶은 마음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계속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누구와 통화했는지 너무 궁금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 어머니가 당신과 제시카를 점심식사에 초대하셨소.'
그레이스는 깜짝 놀라 그에게로 돌아섰다. 그는 아직도 한 손을 수화기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당신 어머니라고요?'
그녀의 말투에 놀라움이 그대로 묻어났는지 그는 다시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며 침실로 들어갔다.
'여섯 명의 경찰을 아들로 둔 어머니 기억나죠?'
'네, 하지만......난 요양원 같은 곳에 계신 늙고 병든 할머니를 상상했는데......전화 목소리로는 전혀 나이든 여자 같지 않았어요.'
--- p.268
'그 사람 이름으 토니야. 토니 마리노, 그가 요즘 우리하고 같이 지내는 건 사실이지만, 네가 생각하는 것하곤 달라.'
그레이스는 가스레인지의 불을 켜고 소스냄비에 물을 부어 불 위헤 올려놓았다.
'건강한 남자하고 한 집에 살고 있는데, 내가 생각하는 거하고 다르다고?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집없는 경찰과 개들을 돌보고 있기라도 한 거야?'
'그가 재밌구나.'
--- p.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