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말에는 나라 안의 ‘한국어’와 ‘조선말’ 및 국외 700만 동포들이 간직해 오는 모국의 언어들이 있다. 국외 동포들의 언어 가운데 주요 지역 언어로는 중국 땅에 사는 200만 동포의 ‘조선말’과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옛 소련 지역에 살아오는 40만 동포의 ‘고려말’이다. 남과 북의 언어는 지난 60년 동안 서로 다른 정치, 사회, 문화 환경에 따라 자라 온 언어이기에 둘 사이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났다. 그 차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어휘 면이다. 남녘 지역어와 표준어, 북녘 지역어와 문화어, 또 이를 적는 맞춤법과 발음에서의 차이 등이 모두 어휘와 관련되는 문제들이다. 어휘의 차이에는 서로 다른 형태의 낱말뿐만 아니고, 같은 낱말끼리라도 그 뜻바탕 등에서 드러나는 차이도 있다. 그러한 차이를 이질적인 현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각각의 특성으로 보는 것이 좋을 듯싶다. 한 언어권에도 말은 지역 따라 사람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분단으로 빚어진 남과 북의 두 지역 언어를 살피어 한 언어 체계로 정리하는 일이 시급하다. 어휘 수집은 주로 문헌 조사로 하였다. 남북한 및 중국 등지에서 나온 언어 사전들과 1980년대 후반부터 볼 수 있었던 중국, 중앙아시아 등지 동포 작가들의 문예 작품들, 그리고 관계 어문학 논문집들을 통하여 찾은 것이었다. 또한 사전 본문 이외, 붙임으로 ‘중국, 옛 소련 지역 한인들의 한글 문예 작품론’을 더해 보았다. 먼 이역, 거친 세월 속에서 겨레의 말로 꽃피운 동포 문학의 자취를 더듬어 본 것이다.

걀-쑴-하다<북> <형> 깜찍스러우면서도 트인 맛이 나게 갸름하다. *턱이 빨면서 걀쑴하게 생긴 소년은 퍽 령리해(영리해) 보였다. <조대> |참고| 골-숨-하다[-쑴-]<북>.

두설-두설<북> |부| 낮은 목소리로 간간이 시원스럽게 들려오는 말소리, 또는 그 모양을 나타내는 말. *그 집에는 어디에서 손님이 왔는지 밤새껏 두설두설 이야기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조대>
두설-두설-하다 |동|(자) *두설두설하는 이야기.

물퉁-게<북> |명| 열이 몹시 나거나 피로가 심할 때에 입술이 부르터서 물집이 생기는 것, 또는 그 물집.
을-비치다<북> |동|(자,타) ① 무엇을 거쳐서 좀 희미하게 반사되어 비치거나 내비치다. *창문으로 달빛이 우렷이 ∼. *어깨살이 을비치는 살핏한 적삼. |비슷| 얼-비치다②.
② 희끄무레하게 얼비치다. *달빛이 울창한 숲을 ∼. *항구와 같은 읍내의 전등불이 검푸른 밤을 을비친다. <장편소설: 고향>
|참고| *저편으로 항구와 같은 읍내의 전등불이 검푸른 밤을 깜박인다. 정거장 위로 외따르게 켜진 불은 마치 섬 속에서 반짝이는 등대와 같이 명멸한다. <이기영: 고향>(국어원 말뭉치) |비슷| 얼-비치다③.
|참고| ‘얼-비치다’는 <남><북> 공통어로서, 아래에 보이는 <조대>의 ①②③은 <남>에서도 통용되는 뜻갈래임. <북>의 ‘을-비치다’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④⑤⑥은 <북>에서 쓰는 뜻갈래로 좀 다르다. (

제로라 하다·제로라-하다<남> : 제노라 하다<북>. ('저-이로라 하다<남> : 저-이노라 하다<북>'가 줄어진 말로) '젠체하여 뽐내다'를 이르는 말. |같은| 내로라 하다·내로라-하다<남> : 내노라-하다<북>.
칼칼-하다<북> |형} ① (얼굴이) 살기가 적고 선이 날카롭다. *고춘경은 … 얼굴이 본시 칼칼한데 요즘 더욱 해쓱해지고 도래선이 날카로워졌다. <소설: 서산대사>
② 얼굴 표정이 심각하거나 차다. *문이 벌컥 열리면서 영식이 칼칼한 표정을 짓고 씽 들어 왔다. <조대>
허청-대고 |부| 확실한 계획이 없이 마구 <큰사전>. *(왕은) 앞에다 신부 혜비를 앉혀 놓고 보니 그대로 공주와 허청대고 이야기하던 때보다도 책임감은 열 곱절 백 곱절 컸다. <박종화: 다정불심>

후듯-후듯<북> |부| ① 내리비치는 햇볕이 후덥고 푸근한 모양. *해볕(햇볕)이 후듯후듯 내려 쪼이는 초여름 어느 날에 있은 일이였다(-이었다). <조대>
② 인정이나 사람의 손길이 후더운 모양. *경애는 그를 껴안아 준 보배의 따뜻한 손길이 아직도 허리에 후듯후듯 느껴졌다. <조대>
|참고| 호듯-호듯.

<b>우리말 어휘의 보고(寶庫) </b><br/>이 책은 남북한, 중국, 중앙아시아에서 3만 어휘를 가려 모은 겨레말 사전으로 <남북한말 사전>(2000)을 개정, 증보한 책이다. 사전 본문 이외 붙임으로 ‘남북한 표준말의 차이와 공동 표준말 가꾸기’, ‘중국, 옛 소련 지역 한인들의 한글 문예 작품론’을 더했다.<br/><br/>이 책은 남북한 및 중국, 옛 소련 지역 동포들의 우리말 어휘 가운데 서로 차이나는 것에 대한 비교와 새 어휘(남녘 어휘보다 북녘의 문화어, 토박이 방언 및 동포 작가들의 문혜 작품 어휘를 집중적으로 다룸)를 중심으로 엮었다. 올림말은 남한의 ‘한글 맞춤법’ 자모 차례에 따라 배열했으며, 올림말에는 되도록 형태소 단위로 분석하여 붙임표를 주기로 했는데, 두 지역 어휘에 대한 비교를 말의 됨됨이를 통해서 살펴보게 하기 위해서였다. 올림말은 ‘올림말/발음/어원/지역/품사/전문어갈래/뜻풀이/보기글/관련말/참고란’ 등의 차례로 엮었고, 한자와 로마자는 특별한 것 외에는 생략하기로 했다. <br/>올림말의 유형에는 비교를 보이는 경우(맞춤법, 발음, 표준말<남>과 문화어<북>, 뜻바탕의 차이)와 서로 다른 새 어휘를 보이는 경우(북한의 문화어로 독특한 말, 토박이 방언, 중국?옛 소련 지역 동포들의 토박이말, 남녘 어휘, 관련 어휘끼리 함께 보이는 경우)로 나누어 설명했다.<br/>사람들은 언어를 기반으로 상상한다고 한다. 어휘가 풍부하면 풍부할수록 상상력도 커진다는 의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남북한말의 비교는 물론이고, 글과 관련 있는 사람들 즉, 작가, 학자, 교사, 학생들에게 어휘의 보고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