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날, 다 큰 딸이 자기한테 왜 그런 짓을 했냐고 물으면, 그는 그것이 알라의 뜻이었다고 말할 것이다. 우리 민족의 전통대로 한 거라고. 그래야만 훌륭하고 충실한, 순결한 아내가 될 수 있다고. 그렇지 않다면 괜찮은 신붓값을 낼 남편감을 절대 찾지 못했을 거라고. 너 자신의 안전을 위한 일이었다고. 네가 속한 부족에서 늘 행해졌던 일이고, 앞으로도 쭉 그럴 거라고. 여자가 되는 길에는 고통과 복종이 수반된다고. 그 모든 것을 나는 안다. 어마어마한 분노가 내 안에 쌓인다. 울화와 절망의 눈물이 차올라 얼굴을 타고 떨어진다. 내 머릿속은 오직 하나의 생각으로 가득하다. 이것을 멈춰야 한다. 여기에 영원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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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마티 쌀 50kg 한 포대
밀가루 50kg 한 포대
파스타 10kg 한 상자
식용유 5L 한 상자
홍차 2kg
설탕 50kg
토마토소스 한 상자
분유 2.5kg
비스킷 24상자
말린 참치캔 48개
주방 세제 한 상자
세제 한 상자
두 달 치 등유와 라이터
최초 배달 시 추가 항목: 증기솥 1개
“위에 적힌 모든 물품을 사파의 18세 생일 전까지 두 달 간격으로 보낸다. 이에 더하여 사파가 성인이 될 때까지, 재단은 학교 등록금, 통학 비용, 교복, 교과서, 공책 및 종이, 개인 지도교사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그 대신 사파의 부모는 딸이 성기훼손을 당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한다. 또한 1년에 6회 사파가 소아과 검진을 받도록 하여 성기의 훼손 여부를 확인받는 데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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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리스.” 엄마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내가 소말리아에서 네 조카 하오를 같이 데려온 거 알지. 그 애를 같이 유럽에 데려가 줘. 너만이 그 앨 구할 수 있어. 네 올케가 그 애의 할례를 계획 중인데 곧 저질러 버릴 것 같아. 우리 가족 중에선 누구도 말릴 사람이 없어.”
방금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건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우리 엄마가, 수년 동안 늘 할례를 옹호하며 나와 말다툼을 했던 그 엄마가, 이제는 손녀를 지키려 나선 것이다. 여전히 레온을 안은 채, 엄마는 기대를 담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정말… 진심으로… 생각이 바뀌셨어요, 엄마?” 마침내 더듬거리며 내가 물었다.
어머니는 내 눈을 똑바로 보더니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그리고 말했다. “와리스, 여자애들이 겪는 건 우리의 전통이자 문화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할례를 안 한 여자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지. 그리고 이젠,” 어머니는 말을 이어갔다. “다른 삶도 있다는 걸 알아. 괴로움도 고통도 없이 사는 삶 말이다. 그리고 내 손주들이 걱정이야. 할례 때문에 너무 많은 아이들이 목숨을 잃어. 내 힘으론 하오를 구할 수 없어. 하지만 넌 할 수 있잖니! 제발, 와리스, 그 앨 데려가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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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슨 비현실적인 순간인가! 내가 고통 속에서 그 끔찍한 성기훼손 장면을 떠올리는 동안, 이 젊은 남자는 별과 꽃을 노래하며 자기가 얼마나 ‘순결한 그대’를 사랑하는지 고백하고 있었다. 이 무슨 기만인가! 수백만의 여아가 바로 그 ‘순결’을 구실로 잔혹하게 성기를 훼손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여기 ‘사랑’을 노래하는 인간이 있다. 깊은 분노가 내 안에서 끓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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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필요한 생명은 죽이는 게 아니에요. 도와야죠.” 내가 나뭇가지를 가져와 딱정벌레에게 갖다 대자, 그 곤충은 거기에 매달려 가느다란 다리로 몸을 일으켰다.
그 작은 벌레가 움찔거리다 곧 날개를 펴고 어둠 속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이드리스는 놀라워하며 지켜보았다. 그는 웃었다. “당신은 정말 모두를 돕는군요. 그저 벌레일 뿐이었는데.” 그가 고개를 내저었다.
“모르시겠어요?” 내가 대답했다. “우리가 생명을 존중하지 않으면, 우리의 세계 전체가 흔들려요. 작은 벌레조차도 죽기 싫어하잖아요. 어떠한 생명도 죽거나 불행하길 원치 않아요. 아주 단순한 얘기죠. 그리고 그게 바로 내가 싸우는 이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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