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관광객, 류진태, 무슨 관련이 있지?”
잠시 책상을 검지로 때리며 생각을 정리하던 주혁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장수림을 척출할 당시, 류진태는 일본으로 한국 연예인 연습생을 속여 넘기고 있었어…… 이거 설마.”
순간 뒤죽박죽이던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기 시작했다. 주혁은 다이어리를 꺼내 무언가 적다가 음성 파일을 다시 재생했다. 류진태의 입에서 박종주의 이름을 나왔다. 주혁이 턱을 쓸었다.
“여기서 박종주가 등장한다…… 류진태가 왜 박종주의 움직임을 궁금해하지?”
이윽고 그가 확신했다.
“박종주는 류진태와 최근까지 교류가 있었던 거야.”
그리고 류진태가 일본의 원숭이 새끼라 칭한 인물. 이 부분에서 주혁은 황 실장의 보고를 떠올렸다. 공항에서 박종주와 처음 보는 남자가 찍힌 사진. 심지어 박종주가 따까리처럼 보였다.
“이 원숭이 새끼는 박종주와 공항에서 찍힌 그 남자일 가능성이 커.”
짧게 읊조린 주혁이 다시 음성 파일을 재생했다.
“아예 한국으로 들어왔다? 미친 약돌이 새끼…… 야. 내가 따로 챙겨두라던 자료들, 증거들 어딨어?”
이어서 꼬리를 잘랐다는 류진태의 말로 음성 파일이 끝났다. 주혁은 ‘자료, 증거, 버스사고로 즉사’ 따위의 혼잣말을 뱉으며 다이어리에 무언가 적어 내려갔다. 강주혁이 허리를 펴며 입을 연 것은 10분은 지난 시점이었다.
“잘만 하면 박종주, 잘라낼 수 있겠어.”
--- p.7
“주혁아, 아니 강 사장님.”
“예, 선배님.”
“심사, 살살 하자. 살살.”
살살 하자는 말이 무슨 뜻인지 단박에 알아차린 주혁이었지만, 굳이 되물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나도 알지. 내가 너를 몰라? 지금 보이스프로덕션부터 시작해서 전투적인 건 알겠는데, 살살 좀 하자.”
살살? 강주혁이 웃었다. 그야말로 쓸데없는 단어였다. 살살 해서는 주혁이 이 자리에서 얻어갈 것이 없기 때문. 슬쩍 미소 짓던 주혁이 장황수에게 꽂혔던 시선을 거두며 무심하게 답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속내는 달랐다.
‘살살? 이제 시작인데 뭔 살살.’
--- p.66
순간 눈이 커진 김수열 사장을 보며 주혁이 웃었다.
“보이스프로덕션은 곧 세분화 작업을 진행합니다. 거기서 파생된 매니지먼트 부분은 더욱 세세하게 쪼갤 생각입니다. 가수, 배우, 개그맨 등등. 분야마다 전문 팀을 따로 붙여서 운영할 생각입니다. 가수 쪽은 김수열 사장님이 맡아주세요. 아, 작곡가도 포함입니다. 이미 한 명 있기도 하고.”
“그, 그렇게 거대하게!”
이미 놀란 상태였지만, 더욱 소스라치게 놀란 김수열 사장이 외쳤다. 보통 국내 매니지먼트 회사는 그 정도까지 하진 않으니까. 하지만 강주혁의 생각은 달랐다.
“남들과 똑같으면 결국 똑같을 뿐이니까요.”
“허…….”
“그리고 마지막.”
마지막이라는 말에 김수열 사장이 마른침을 삼켰다.
“이 모든 일은 최대한 비밀에 부쳐졌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만능엔터테이너〉가 끝날 때까진. 일단 큰 건은 이 정돕니다. 자잘한 부분은 차후 의논하시고. 어떠십니까? 저랑 같이하시겠습니까?”
“……”
김수열 사장은 강주혁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어서 질투를 느꼈다. 저 당당함에, 저 뭔지 모를 자신감에. 어쩌면 순간적으로 그릇 차이를 느낀 건지도 몰랐다. 그런 김수열 사장이 주혁에게 물었고.
“사장님이 그리신 목표, 어디까지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강주혁이 간단하게 대답했다.
“일단, 국내에선 모든 분야에서 정점에 설 생각입니다만. 다음은 그때 가서 생각해볼까 합니다.”
--- p.128
말을 마친 주혁이 수첩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가장 앞장으로 넘겨, 차례차례 미래 정보를 되새겼다. 초기 로또를 줍는 정보의 김진구부터 영화 [폭풍] 그리고 애니메이션 [폭풍전야]의 정보까지, 쭉 이어서 확인한 주혁이 읊조렸다.
‘이렇게 보면 전혀 연관이 없는데.’
실제로 모르는 사람이 보면 수첩에 적힌 미래 정보들은 제각기 따로 노는, 연관성 없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다만.
‘여기에 내가 끼면 전부 연결이 돼.’
각기 다른 미래 정보에 강주혁이 끼어들면 전부 연결되는 구도였다. 마치 강주혁 자체가 잃어버린 퍼즐 조각인 것처럼.
--- p.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