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칵테일 듀오, 물과 마티니
마티니 얘기를 꺼내놓고 보니 이언 플래밍 원작의 책과, 영화 《007 카지노 로얄》 속 한 장면을 얘기하지 않으면 서운할 것 같다. 이 장면에서 제임스 본드는 진과 보드카를 둘 다 사용하여, 유사 버전의 마티니를 만들어낸다. 그는 유사 마티니를 만든 뒤 바텐더에게 한마디를 건네기도 한다. 그 칵테일이 곡물 베이스의 보드카로 만든 것보다 더 맛이 좋을 거라고. 아무튼 이 유사 버전은 나중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의 이름을 따서 ‘베스퍼’라고 이름 붙여지게 되었다. 제임스 본드의 레시피는 계량컵으로 고든스 진 3잔과 보드카 1잔, 여기에 달콤함을 더하기 위해 와인 베이스의, 식전주로는 최고로 꼽힐 만한 키나 릴레(Kina Lillet) 반 잔을 넣는다. 그야말로 영국의 첩보요원에게 모험의 시동을 걸어주기엔 제격인 알코올 3종 세트가 아닐까 싶다. 아, 물론 진은 꼭 고든스를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 본문 중에서
압생트, 마법의 초록요정
압생트는 대체로 도수가 상당히 높은, 알코올함량 70% 이상의 포도 베이스의 브랜디를 중성 주정으로 이용해, 가장 중요한 웜우드뿐만 아니라 회향풀과 초록색 아니스 열매를 비롯한 기본적 풍미 원료와 함께 재증류시키는 식으로 제조한다. 다수의 압생트 제품이 병에 담기 전에 인공색소를 섞어 초록색을 내지만, 고급 압생트 상당수는 압생트의 트레이드마크인 이 초록색을 알코올에 담그는 식물의 비율을 통해 보다 생생하고 자연스러운 빛깔로 우려낸다. 사실, 고급 압생트를 햇빛이 정면으로 비치는 곳에 놔둬보면, 천연 엽록소가 햇빛에 반응하면서 빛깔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직접 확인하기 위해 정말로 압생트를 햇빛에 놓아두는 일만큼은 참아주길 바란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