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혁명을 꿈꾸는 유쾌한 게릴라들의 이야기 - 연구 공간 <수유+너머>
--- 허순용(sellavy@yes24.com)
인생을 정말 재밌게 살 수는 없을까? 돈에 쫓기지 않고 미래에 대한 불안에 떨지 않고, 하루 하루 생생하고 뿌듯하게, 열렬한 가슴과 텅 빈 마음으로, 그렇게 살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같이 모여 공부도 하고, 밥도 먹고, 탁구나 등산도 하고, 좌우간 많은 것을 함께 나누며 인생의 벗으로 산다면 어떨까? 무척 재밌지 않을까? 이 책은 실제로 그러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경험담과 그 안에서 배운 바, 그리고 비전을 써 내려간 책이다.
연구 공간 <수유+너머>를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처음 이 곳은 소박하게 출발했다.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함께 공부하면서 삶에 대한 생각과 마음을 나누던 조그만 공간이었다. 그러던 것이 사람들도 점점 늘고, 문제 의식도 점점 확대되어 다루지 않는 주제가 없게 되었다. '진정 배움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사는 것이 즐겁고 행복한 걸까?' '웃음이란 무엇이며 관계란 무엇일까?' '생명과 기계는 정말 어떻게 다른 것일까?' 그러면서 단순한 연구 집단을 넘어 삶의 공동체로 변모해갔다. 그러기를 5년. 그동안 그 안에서는 온갖 일들이 벌어졌다는데, 재밌는 것은 앞으로 더 신기하고 더 즐겁고 더 웃긴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진정한 배움의 의미와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 즐겁게 살고 싶고 많은 친구를 가지고 싶은 사람들, 가난하지만 당당하고 싶은 사람들, 지식과 지혜에 목마른 자들, 허전한 가슴에 밤길 걷는 사람들, 자의식이 너무 강해 타인들 앞에서 자신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 사람들...그런 사람, 그런 당신들이 보아야 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삶의 모델을 보여준다. 나눔으로서 확장되고 만남으로써 나아가는 그러한 삶의 모델을.
고미숙은 이 연구공간 <수유+너머>를 직접 만들고 이끌어 왔던 사람으로, <수유+너머>의 역사와 내용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게다가 그녀의 입담은 너무나 싱싱하여 문장 하나 하나가 펄떡 펄떡 뛴다(그녀는 에너자이너다). 인문학도답게 자신들이 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끝없이 궁구하며, 더 새롭고 더 즐거운 삶을 찾아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신나게 들려준다. 이 신명난 여성의 얘기를 듣고 있으면 누구라도 <수유+너머>로 달려가고 싶을 것이다. 그래, 그것도 괜찮겠다. 하지만 당신이 살고 있는 곳을 또 하나의 <수유+너머>로 만든다면 그야말로 이 책의 진정한 독자라 할 것이다.
이 책의 대미를 장식하는 저자의 문장을 인용하며 나의 소개 글도 끝을 맺고자 한다.
"중심은 많을 수록 좋다. 별이 많을수록 밤하늘이 찬란한 것처럼. 나는 감히 꿈꾸어 본다. 전국 방방곡곡에, 그리고 지구촌 곳곳에 크고 작은 코뮌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를! 길이 길을 만들고,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 삶이 온통 길이 되기를!
사람들이 한 곳에서 다른 낯선 곳으로 건너갈 수 있는 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