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No), 기업이 안 움직이면 개인이라도 해독하고 비워야지요. 그러려면 먼저 ‘이것은 자연스러운 것인지?’ 스스로 물어야 합니다. 자연성(Naturalness)은 수십만 년 동안 자연 속에서 살아왔던 우리 몸이 원래 좋아하는 것들입니다. 걷고 춤추고 노래하고 좋은 사람과 이야기 나누고 맛있게 먹고 뭔가를 직접 만들고 우주, 생명 같은 더 큰 기원(Origin)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자연성에 가까운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왜’를 물어야겠지요. 왜 일하는 거지, 왜 승진해야 하지? 그러면 중요한 것과 작은 것을 가릴 여유가 생길 겁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5년을 쉬면서 저는 이것을 절감했습니다. 여유가 생겨야 공감하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습니다. 공감과 감정이입은 생명체 중에서도 인간에게 가장 발달한 능력입니다. 너무 바쁘고 늘 채우다 보면 이게 무뎌지는 게 현대병. 반짝반짝하면서 인간 중심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아이디어 그룹인 아이데오(IDEO)의 작업 방식인 ‘디자인 씽킹’ 시작이 관찰―공감―감정이입이라고 합니다.
--- p.34, 「마 부장 해독하기」 중에서
갓뎀 혁신은 어떤가요? 혁신의 혁(革) 자는 고기 가죽을 펴서 사람에게 좋게 만드는 것을 뜻합니다. 제 기억으로는 1990년대 중반부터 바꾸라, 혁신하라는 주문이 터졌습니다. 고 이건희 회장이 ‘제2 창업’을 선언하면서 “아내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 주문하고, 또 하버드 경영대학원 크리스텐슨 교수가 1997년에 ‘와해성 혁신’을 제시했습니다. 그로부터 25년이 흘렀는데도 주변에서 혁신적인 문화, 혁신적인 사람들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10번 시도 중에 1개만 성공하는 것이 혁신인데, 8~9번의 실패와 그 후환이 두려우니 다 엉덩이들을 뺍니다. 조직은 구글, 넷플릭스, 테슬라 등을 말하면서 창조적 실패를 구슬려 보지만 이 말을 믿고 움직인 혁신가들은 대체로 승진 명부에 없습니다.
--- p.49, 「뻥 세상을 잘 살아간다는 것-이태석 신부를 추모하며」 중에서
제가 제주에 있을 때 만난 한 디자이너는 잘나가던 회사를 접고 제주도로 이민을 왔습니다. 쉬면서 일하려고요. 그들 쉼이 단순히 쉼은 아닐 것입니다. 그건 70세까지 사이클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쉼입니다. 우리는 간과하지만 쉼은 곧 경쟁력이고 전략입니다. 착각하지 말기 바랍니다. 주말에 쉬는 건 쉬는 게 아닙니다. …… 비움이 있어야 채움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들었을 테지만 대부분은 채움만 추구합니다. 달도 찼다가 기울고 지구도 낮과 밤이 교대로 돌아갑니다. 우리의 일, 우리의 쉼도 그와 같은 이치일 것인데 정신없이 채움, 채움, 채움, 낮, 일, 낮, 일로만 달립니다. 그러다 보니 심각한 부작용이 생깁니다. 창조가 다수의 것이 아니라 쉬는 사람들 소수의 것이 되고 사회 다수는 노동 강박증에 시달리다 보니 자기 삶에 대한 자존감이 약해집니다.
--- p.62~63, 「25년 만의 졸업 」 중에서
적자(適者, Fittest)에게는 늘 기회가 열리는 것이 세상의 마법입니다. 또 다른 기회가 열릴 겁니다. 2050년 넷제로 사회, 그리고 그에 대응하는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 사회가 옵니다. 수많은 새 일자리와 생각거리,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기업에 있거나 프리랜서거나, 젊거나 나이 들거나, 여자거나 남자거나 모두에게 적용됩니다. 단, 직시하면서 손은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다 힘들면 물어보십시오. “너 약해졌니?”
--- p.81, 「세상을 직시하며 준비하고 있어야」 중에서
그러니 다른 인재를 받아들이는 파르마콘 경영은 예나 이제나 지혜로운 일인 겁니다. 중세 유럽의 기독교에는 ‘악마의 옹호자(Devil’s Advocate)’ 전통이 있었다고 합니다. 성인(聖人)으로 인정하고 추대하는 심사 때 의무적으로 몇 사람이 반대 의견을 제시하게 해 형식적이기 쉬운 추대 과정을 공론의 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때 반대자가 바로 악마의 옹호자입니다. 인텔의 창업자 앤디 그로브 회장은 중요한 임원 회의가 있을 때 반대 의견을 말할 외부인을 악마의 옹호자로 참석시켰답니다. 임원들은 외부인이 토의 안건에 강력한 반대 의견을 들은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의견들을 내놓았습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스스로 악마의 옹호자 노릇을 했다고 합니다. 직원들은 변덕쟁이에 예리한 스티브 잡스를 두려워했고 증오했지만, 그들은 세상을 바꾸는 물건을 만들어냈습니다.
--- p.110~111, 「파르마콘 경영」 중에서
저는 힘들 때면 가끔 매머드를 사냥하는 원시인들을 상상합니다. 원시시대에 작디작은 직립 원숭이가 자신보다 몇십 배나 거대한 매머드를 사냥하는 것은 비현실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비현실적인 원숭이가 결국 지구를 지배했고, 덩치는 크지만 썩은 고기만 먹은 독수리는 인간에게 쫓겨 다니고 기생충의 역사는 인간보다 길어도 여전히 기생충일 뿐입니다.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은 원숭이는 지금도 바나나에 만족하며 나무에서 꽥꽥거리고 있습니다. “현실적이지 않은 것들이 현실을 결정한다”는 역설을 습지의 두꺼비들은 기억해야 합니다.
--- p.129, 「MCN-세상을 바꿔나가는 사람들」 중에서
양이 선의 기준이 된 것은 먹을 것이 곧 선이었던 고대인의 기준이었습니다. 선과 악은 시대의 기준을 피할 수 없습니다. 조선시대에야 놀부가 나쁘겠지만 자본주의 시대에는 오히려 흥부가 비판을 받습니다. 앞으로 선의 기준은 파괴적 개발, SKY 캐슬, 뚱뚱한 성장이 아니라 우리 행성 지구의 지속 가능성입니다. 땅바닥이 꺼지고 매일 흙먼지 폭풍 몰아닥치고 청년은 범죄자가 되고 도시의 90%가 경제적 난민이 된다면 혼자서 억만금을 가지고 AI 비서 시켜서 포르쉐 자율주행하면 뭐합니까? 그래서 100년 후 우리 후세가 최소한 지금 같은 환경에서 살 수 있게 해주자는 겁니다.
--- p.214~215, 「악에 대하여- Don’t be evil」 중에서
세계적인 융복합 혁신센터인 MIT 미디어랩의 창업자 니콜라스 네그로폰테는 “창조는 기본적으로 비효율적”이라고 했습니다. 가장 효율적인 생명체는 사실 기생충입니다. 창조나 생산을 할 필요가 없이 남이 만든 것에 몰래 빨대만 꽂으면 됩니다. 아주 효율적이죠. 대신 그 대가로 기생충 소리를 듣습니다. 숙주가 죽으면 기생충도 죽습니다. 동물들이 동물원에 있는 것도 꽤 효율적이죠. 그냥 어슬렁 쇼만 하면 먹이, 안전을 다 책임져 주니까요. 그러나 그 삶에 자유와 진화는 없습니다. 영장류가 직립으로 바꾸고 평원으로 나올 때 그의 삶은 무척 위험해졌고 나무에 붙어서 열매를 따 먹는 것보다 훨씬 비효율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위험을 무릅쓴 결과 생태계의 지배자가 되었습니다.
--- p.155~156, 「미래 사회는 효창성으로 재자」 중에서
지자체도 지속 감수성이 높은 도시를 차별화된 목표로 추진하고, 학교도 지속 감수성 교육을 해야 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특히 교회가 욕을 많이 봤는데 지상의 구원을 원한다면 기독교도 해야 합니다. 숫자와 평가를 좋아하는 인간들이니 ‘지속 감수성 지수(index)’를 개발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청와대도 디지털 뉴딜, 그린뉴딜만 추상적으로 말하지 말고 청와대 내부부터 실천해서 매년 지속 감수성 지수를 발표해야 합니다. 해묵은 성장과 분배, 진보와 보수의 딜레마도 이제는 지속 감수성 내에서 풀어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코로나19는 그 경고의 시작입니다. 늘 빨랐던 한국은 이제 지속 감수성 이슈를 빨리 이행해야 합니다.
--- p.218~219, 「지속 감수성에 대하여」 중에서
불시에 오는 영상통화와는 달리 지정된 시간에 동의한 여러 사람이 같이 참여하는 화상 사회는 김혜성 교수의 지적처럼 여러 상징적 장치를 통해서 자기 기호와 지향성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제가 화상 회식에 아프리카 탈과 그림을배경에 놓은 것처럼요. 기호를 드러낸다는 것은 주체의 관심, 연결, 지속의 의미를 담는 표시행위이죠. 이 기호 드러냄을 통해서 우리는 화상 공동체 사회의 다수 상대와 비교적 ‘느슨하며 약한(Loose & Weak)’ 터치가 가능해집니다. ‘약한 연대 효과(Weak-tie Effect)’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러면 우리는 느슨하고 편하게 화상 사회를 맞이할 수 있게 됩니다.
--- p.237, 「화상 사회」 중에서
문제는 공무원이 느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이 제대로 일하게 만드는 제도와 문화의 정착입니다. 공무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승진입니다. 승진하려면 임기 중 혁신보다는 무사고여야 합니다. MCN 공무원은 진짜로 미친놈 됩니다. 민원을 무서워하고 평가를 무서워하고 고리타분한 규정집을 신봉합니다. 그래서 출근할 때 영혼을 빼놓고 나온다는 자조의 소리가 나옵니다. 그들의 문제는 구조적으로 많지만 하나는 그들이 규정을 달달 외운 시험으로 들어온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이미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정만 열심히 숭배한다는 것이죠.
--- p.248, 「지구특별시와 특별한 공무원」 중에서
말보로 담배는 송도에서 록 페스티벌을 했는데 처음 3년은 내리 폭우가 쏟아져서 수십억씩 들인 돈이 그야말로 허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꾸준히 했습니다. 이게 소문이 나서 더 긍정의 불씨가 됐고 한국을 대표하는 록 페스티벌이 됐습니다. 동아제약 바카스 국토대장정도 해가 갈수록 신뢰가 쌓입니다. 이게 커뮤니티 4+1 요건인 P. I. C. E-S 중 C(Continuity), 꾸준함의 힘입니다.
한국은 목적성이나 정체성 이런 거는 잘 만들지만, 안타깝게도 지속성이 약합니다. 담당자가 바뀌었다고 틀어버리고, 환경이 바뀌었다고 축소하고, CEO 한마디에 훅 가버립니다. 지속성이 담보되려면 진정성이 필요합니다. 진정성은 구성원 모두가 철학과 방향성을 공유할 때만 가능합니다.
--- p.272~273, 「MCN의 커뮤니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