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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나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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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나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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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3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440쪽 | 632g | 148*210*30mm
ISBN13 9788996172826
ISBN10 8996172820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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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별개라고 해도, 식민지 국민이니만큼 나는 서구의 자식이었다. 그리고 어쨌거나 영국은 내가 성인이 되어 스스로 선택한 삶의 터전이었다. (…) 아무튼 런던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건 책상 앞이었고, 주변세계와는 야트막한 관계만을 유지했다. (…) 탈레반과 이슬람 근본주의자를 담당하는 미국대사관의 고압적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우리’와 ‘그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그 인간들’, 즉 탈레반이 특별손님인 오사마 빈 라덴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수염을 기르고 아프간 모자를 쓴 내 모습이 ‘그들’(철옹성 같은 대사관의 벽 너머에서 비자를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과 비슷했는데도, 미국인들은 내 소속을 의심하지 않았다. 나는 ‘우리’의 일원이었다. 이 외딴 곳의 위태로운 초소에서도 볼링장과 칵테일바와 사무실 벽에 걸린 바비큐파티 사진으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강력한 제국주의 문명의 일원이었다.

가장 극단적인 힌두교 이론가들조차, 종국에는 지하드주의자와는 달리 서구의 지식과 권력에 도전하거나 저항하길 원치 않았다. 그들은 있는 그대로의 세상, 서구가 장악한 그 세상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그 안에서 자신들이 운신할 틈새를 찾았다. 그들은 무엇보다 교활한 물질주의자들이었다. 서구와의 이런 실용적인 협력관계야말로 지난 150년 동안 새로운 힌두 르네상스를 창출한 힘이었다.

정치적 자유는 얻었는데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문화를 잃어버렸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우리가 폭력을 거부하는 건 그 때문입니다. 달라이 라마께서 티베트 사람들이 폭력을 사용할 경우 지도자의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말씀하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비폭력은 우리가 애써 지키고 있는 티베트 문화와 결코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브라만 세력, 달리트의 목소리, 인도의 통합. 전부 일정한 현실을 담고 있는 말들이었다. 하지만 의미를 너무 부풀린 나머지 그 말을 들먹이는 정치인들의 단순한 의도를 잊기 쉬웠다. 그리고 정치인들이란 자신이 하는 말을 늘 잘 알고 있는 건 아니며, 표현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결국 개인의 영달이라는 같은 목적을 위해 떠들고 싸우는 종족들이었다. 정치인들이 오용한 말들은 거의 숫자에 버금가는 중립성을 획득했다. 그 말들은 어지러운 선거정치판 어디에나 끼워 넣을 수 있었고, 선거정치는 사회경제적으로 억눌린 사람들이 신분상승을 꾀할 수 있는 점점 더 솔깃한 방법이 되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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