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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학 교수의 어른이 되어 처음 만나는 한자
중고도서

이명학 교수의 어른이 되어 처음 만나는 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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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386g | 140*205*17mm
ISBN13 9788934993230
ISBN10 8934993235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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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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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는 우리의 문자가 없던 시절 그 공백을 메워주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언어생활을 원활하게 한 ‘모양이 다른, 또 다른 우리 문자’라고 생각합니다. ‘한글’과 ‘한자’가 수레의 두 바퀴처럼 균형을 이루며 조화롭게 발전해 나갈 때 우리의 언어생활은 더욱 풍요로워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자 공부의 목적은 유식함을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말을 정확하게 하고 우리글을 바르게 쓰기 위해서입니다.
--- pp.8~9

처음 이 물건을 접한 사람은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뭐라 이름을 지을지 골똘하게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영어로는 Spring인데 아직 영어가 생소한 사회에서 그대로 ‘스프링’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는 Spring이 ‘둥글게 말려 있는 것’을 보고 불현듯 ‘용의 수염’을 떠올렸습니다. 용은 상상 속의 동물로, 실제로 본 사람은 없으나 그림 속 ‘용의 수염’은 동서양 모두 끝부분이 돌돌 말려 있습니다. 이 점에 착안하여 Spring을 ‘용의 수염처럼 생긴 쇠붙이’ 즉 ‘용수철’이라 이름했습니다. 아이디어가 용수철처럼 통통 튀듯 발랄하지요?
--- pp.26~27

매일 아침 방송되는 어느 교양 프로그램에서 축의금이 얼마가 적당한지를 다루기에 흥미롭게 보고 있었습니다. 리포터가 이런저런 예를 들면서 설명을 마치고는 흰 봉투를 높이 들고 결혼식장으로 들어가는 멋진 장면을 연출하며 방송을 마치더군요. 그 마지막 장면을 보며 하마터면 외마디 비명을 지를 뻔했습니다. 리포터 손에 들려 있는 봉투에는 ‘부의賻儀’라고 한자로 쓰여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봉투에 ‘석 자[祝結婚]’면 결혼식, ‘두 자[賻儀]’면 상갓집에서 쓰라 했겠습니까? ‘웃픈’ 현실입니다.
--- p.70

언어라는 것이 참 묘합니다. 같은 의미임에도, 어휘에 따라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다른 단어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사골국’ 종종 드시지요? 겨울이 다가올 때나 몸이 허하고 기력이 달릴 때 한 번씩 커다란 솥에 끓여 먹곤 합니다. 사골국은 ‘四骨국’(소의 네 다리뼈로 끓인 국)이라고 쓰는데요, 개인적인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사골국은 한자어보다 한글로 써야 훨씬 그럴듯해 보이는 단어 같습니다. 한글 ‘사골국’은 뽀얀 국물이 끓고 있는 느낌이 드는데 한자어 ‘四骨국’은 뭔가 허전해 보입니다. 한자어라고 다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 p.105

빌딩 앞에 ‘출차 주의’라는 낯익은 표지판을 봅니다. 한글 전용은 ‘차가 나오니 조심하세요’가 되겠지요. 만약 표지를 ‘한글 전용’으로 바꾸려면 글자 수가 배로 늘어날 겁니다. 비용도 더 들고 가독성도 떨어질 테지요. 정신 놓고 읽고 있다가 차에 부딪힐지도 모를 일입니다. 한자어는 조어력造語力, 즉 말을 만드는 힘과 가독성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경제적입니다.
한자로 쓸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왜 이 복잡한 글자를 쓸 줄 알아야 합니까?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기본적인 한자 교육은 하지 않고 행정 편의상 한자어를 한글로 일방적으로 써놓은 것이 과연 올바른 정책인지, 그건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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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안으로 관찰한 모양새뿐 아니라 심안으로 헤아려 만들어낸 한자어의 세계가 경이롭다. 세상의 모든 글자는 건축물과 같은 조형미를 갖췄고, 열면 세상과 인간에 대한 통찰과 이야기가 들어 있다. 책의 목차는 일상에서 흔히 접하면서도 정확히 뜻을 몰라 추측이나 상상의 몫으로 떠넘긴 한자어인 동시에 필요하고 쓸모 있는 또 다른 어휘로 확장할 수 있는 손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열고 들어가 편안하게 구경하듯 경험하면 좋겠다. 한자어의 원리를 깨우친 기분이 들어 내내 흐무뭇할 것이다. 책을 덮은 후엔 다시 열고 싶어질 것이다. 이번에는 종이와 펜을 옆에 두고.
- 유선경 (『어른의 어휘력』 작가)
“아침에 체조와 세수 후 기온을 보니 섭씨 12도였다. 보온성이 좋은 양말과 양복을 입고 배낭을 메고 출근길에 올랐다.” 보통 사람들의 일상일 터인데, 이 두 문장 속에 한자어가 열한 개나 들어 있다. 그중에는 이 책을 통해 한자어임을 처음 알게 된 것도 있고, 무심결에 사용하는 단어의 유래를 알게 된 것도 있을 테다. 한자 ‘법(法)’이 수(?=水)와 거(去)가 합쳐진 본질을 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쉽게 읽고 일상에서 능수능란하게 활용할 수 있는, 흥미와 지식을 동시에 얻는 책이다.
-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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