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라는 광풍이 일본 열도를 휩쓸고 있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도 모르는 소시민들은 대일본제국의 영광을 위해 애젊은 젊은이들과 자기 자식마저 죽음으로 내몬다. 평등과 박애의 사상을 생활의 신조로 하여 부지런히 사는 주인공 겐의 아버지는 몇 안 되는 부자들을 위해 대다수 가난한 서민들을 죽음과 빈곤으로 내모는 전쟁에 반대하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비국민이라는 꼬리표와 이웃의 따가운 눈총, 경찰의 조사, 그리고 감옥살이였다. 또 그의 다섯 아이들도 학교나 공장, 동네에서 비국민 자식으로 손가락질과 누명을 뒤집어쓰기 일쑤였다. 큰아들 고오지는 아버지의 만류를 뿌리치고 ‘비국민’이 아님을 보이겠다며 군대에 자원입대하게 된다. 전쟁이 계속될수록 일거리는 없고 식량난이 가속화되어 겐의 가족은 메뚜기를 잡아먹으며 겨우 겨우 생존을 유지해 간다.
그러던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시키에 원폭이 떨어졌다.
길고 긴 일본의 비인간적인 전쟁은 미국의 원폭이 투하되고 9일 만에 일본이 항복을 선언함으로써 끝이 난다. 그러나 국민에게는 이날부터 지옥 같은 고통의 나날이 시작된다. 부모도 형제도 당장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등을 돌린다. 범죄가 난무해도 경찰의 위신은 땅에 떨어져갈 뿐이었다. 살아남은 사람들, 그들에게는 무슨 짓을 해서든 살아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있을 따름이었다.
전쟁이 끝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방사능으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겐의 엄마도 원폭병으로 앓게 되어 미국의 ABCC란 곳에 찾아가 보지만, 치료는커녕 단지 원폭에 대한 실험재료로 취급당할 뿐이었다. 치료할 돈을 구하기 위해 겐과 의형제를 맺은 류타는 깡패들의 도박판을 털고 깡패들의 복수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경찰서 창살 안으로 들어간다. 류타가 소년원에 있는 사이, 겐과 그의 가족, 친구들은 고철을 모아 하루하루를 연명해가며 양장점을 차릴 꿈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류타의 의붓아버지는 원폭의 후유증으로 결국 쓰러졌고, 그가 쓴 소설을 책으로 출판하기 위해 겐은 인쇄소마다 뛰어다니지만, 얻은 것은 냉담한 거절뿐이었다. 전쟁이 끝난 후 참전주의자들은 평화의 전사로 이름을 바꾸고, 깡패와 손을 잡고 미국에 아부하며 서민들 위에 군림하고, 미국은 원폭 문제에 대해 함구령을 내려놓은 상태였던 것이다.
한편, 류타는 소년원을 탈출하여 겐과 의형제가 살고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겐이 살던 집마저 평화도시건설이라는 미명 아래 헐리게 되고, 형제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전쟁이 끝난 지 8년이 지났어도 사람들은 원폭후유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양장점을 만들 꿈을 키우던 나추에 누나도 세상을 떠나고, 우연히 알게 되어 사랑하게 된 미쭈꼬마저 떠났다. 깡패들의 마수에 걸린 주먹밥, 류타와 가추코도 하나둘 떠나고 결국 겐은 혼자가 된다. 그리고 겐은 전 세계에 감동을 주는 그림을 공부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