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제
한 민족을 죽이듯 언론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자유를 줌으로써.
--- p.11
쥐들 가운데 특히 큰 쥐인 이 자는 자신을 신문의 혼魂이라 자부하니 정부 내각도 필요하면 그를 만나야 한다. 그가 중요한 인물이라면 바로 이런 점이다. 편집국 기자들과 수다를 떨다 아이디어가 하나 떠오르면 무슨 대단한 사람인 양 각을 잡는다. 이른바 힘이 있거나 교활하다고 요약할 수 있는 자들은 보통 옆에 무희나 배우, 여가수를 끼고 있거나, 간혹 본부인을 끼고 있는데, 이 여자들이야 말로 신문을 움직이는 비밀 병기이다.
--- p.24~25
야당 편 신문의 주필은 정부가 무슨 일을 하든지 어디 흠잡거나 비난할 게 없나, 꾸짖거나 잔소리할 게 없나 찾기 급급하다. 반면, 여당 편 신문의 주필은 정부를 방어하기 급급하다. 전자는 항상 부정문이고, 후자는 항상 긍정문이다. 당마다 특유의 문체가 있지만, 미묘한 농담濃淡을 두어 약간의 색을 조정하는 정도다. 각 당에는 제3의 입장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쪽 편을 들건, 몇 년을 그렇게 쓰다 보면, 사설 담당자의 머리에는 못이 박혀 사물을 매번 같은 방식으로 보고 엇비슷한 문장을 쓰면서 평생을 살아간다.
--- p.33
명제
우선 때리고 변명은 나중에
파리 신문의 잡보는 거의 다 똑같다. 사설을 죄다 삭제하면 말 그대로 단 하나의 신문이 된다. 매일같이 상반된 결론을 끌어내기 위해 이런 일상적인 일을 하는 것이다. 결국, 이쪽저쪽 다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결론에 다다르지만, 그래야 신문이 존재할 수 있는 법이다.
--- p.58
공화파 정당은 이런 추종자들을 살피고 감시한다. 그들이 환상을 유지하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어느 날, 공화당원이 길에서 친구를 만났다. 이 친구는 민중사관을 가진 자였고 몸이 항상 앙상하고 빈약했다.
“매수됐군.”
공화당원이 친구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을 건넨다.
“내가?”
“그래! 왜 이렇게 살이 쪘어!”
--- p.87
이들은 프랑스라는 피부에 달라붙어 사는 기생충으로 공공의 부를 좀먹으며 사반세기를 살아왔다. 움직여야 또 움직여지니 프랑스라는 피부를 쓸데없이 찌르며 괴롭하온 것이다. 자기 허영심을 채우느라 영토 확장도 지연시키고, 정복 기회도 놓치고, 사익이 공익을 지배하는 현 정치 체제의 부끄러운 모습을 잊게 할 작정으로 근질근질한 피부를 괜히 들쑤셔놓은 것이다.
--- p.110
그는 이제 곧 시들고 한 물 간다. 그의 눈빛 역시 지성만큼이나 다 꺼져 있을 것이다. 천일야화에 나오는 나라에 가서 총영사가 되어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단호하게 문학을 내려놓고 지방에 가서 자리를 잡아 무슨 건물주가 되어 있거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편물점 주인이 되어 있을 수 있다. 언론계 은어에 따르면, 그 뱃속에는 무능감, 시샘, 질투, 절망 말고는 아무것도 들어 있는 게 없다.
--- p.152
허리춤에 손을 얹고 있거나 깃털 펜을 모자 위에 꽂고 가만히 서 있는 몇몇 자객들을 제외하곤 이 하위 종 대부분은 군소 신문사 편집기자로 있다. 파리에는 추문과 악담, 푸념만 써대는 신문사가 20여 개 있다. 이들 다수는 언론계에서 가장 경박한 축에 드는데, 명민하면서도 사악하다.
--- p.200
인간과 사물에 대한 끝없는 조롱 비평이 10년이 되다 보니 혈기를 넘어 뻔뻔해질 대로 뻔ㅃ?ㄴ해지게 되었다.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으며 왕실이라고 봐주지 않는다. 여성은 물론 재능 넘치는 작품과 천재적인 작가도 예외가 아니다. 권력과 음모, 중차대한 행위를 무너뜨리는가 하면, 화강암도 이가 나가게 하고 다이아몬드도 잘라냈다!
--- p.250쪽
어제는 평가절하 했던 자를 오늘은 칭찬하는 것을 보았다. 지난밤 아니면 작년에 결투했던 동료와 다시 동맹을 맺는 것도 보았다. 그것뿐인가? 말도 안 되는 학설을 두둔하는 것도 보았다. 그것뿐인가? 말도 안 되는 학설을 두둔하는 것도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신문을 계속 구독하는 것을 보면 강력한 희생정신의 발로인지 인간 대 인간으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 p.265
『기자 생리학』은 자신을 조롱한 자들에게 보내는 또 다른 조롱이자 풍자이며 명언이 솟구치는 풍자 문학의 전범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왠지 우울하고 쓰디쓰며 슬프기까지 하다. 그는 문단과 언론을 향해 복수의 펜을 휘갈기지만, 그 화살은 마치 자신에게 겨누는 듯 가학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감 넘치는 발자크는 열정적이고 낙천적이며, 예리하고 단호하다. 이 괴물 같은 작가는 가장 심신이 지치고 곤경에 처했을 때 더욱 고무되어 탁월한 글을 뽑아냈다.
--- 「저자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