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전등을 들고 밖으로 나간 멜리사는 깜짝 놀라서 문 옆에 가만히 서 있었다. 하늘이 꼭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 찬 커다란 검은색 그릇 같았다. 분명 수백만 개는 넘을 거야, 멜리사는 생각했다. 엄마 말이 맞았다. 정말 근사했다. 동네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많은 별들이 반짝거렸다. 멜리사는 현기증이 나서 어지러워질 때까지 머리를 뒤로 젖히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멜리사가 화장실로 가는 동안 수많은 별들이 짜증 나는 모기들로 바뀌었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끔찍하지는 않았다. / 50~51쪽
“불이 좀 났어. 부엌에서. 뜨거운 기름에 덴 자국이야.”
멜리사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멜리사는 입을 꼭 다물고 숨을 천천히 쉬었다. 하나……, 둘……, 셋…….
“진짜? 엄청 아팠겠다.”
멜리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 부엌이 다 탄 거야”
부엌뿐이겠니, 트레일러가 전부 탔단다.
“응.”
“와.”
앨리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멜리사는 앨리스가 당황하는 기색을 보일 거라 생각했다. 아니면 멜리사에게 동정의 눈길을 보내든가. 솔직히 이게 더 끔찍했다. 하지만 앨리스는 그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멜리사를 바라보았다. / 117쪽
멜리사는 잠시 엄마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스토브에 불을 붙이고, 제이 스트로크로 노를 젓고, 낚싯대로 낚시를 하고, 지금은 거머리까지 떼어 냈다. 엄마는 또 뭘 알고 있을까? 만약 멜리사가 엄마를 그린다면, 이제는 더 이상 선 하나로 쓱쓱 그리지 않을 것이다. 통나무집의 통나무들을 그릴 때 하나하나 세세하게 명암을 넣었던 것처럼, 엄마도 그렇게 표현할 것이다. / 143쪽
앨리스는 반바지와 윗도리를 벗고 빨간 수영복만 입은 채 다이빙 포즈를 취하며 말했다.
“다섯까지만 세 줘.”
멜리사는 마른 입술에 침을 바른 뒤 수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멜리사는 앨리스가 막판에 뒤로 물러날 거라고 생각했다. 머뭇거리는 앨리스의 등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앨리스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시더니 두 팔을 날개처럼 쫙 펴고 뛰어내렸다.
잠시 후 첨벙 소리가 들렸다.
멜리사는 기다렸다. 그리고 큰 소리로 앨리스를 불렀다.
“앨리스?” / 166쪽
앨리스가 봉투를 뜯는 멜리사를 유심히 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멜리사는 그 안에서 손으로 직접 만든 카드를 한 장 꺼냈다. 카드 앞면에는 ‘멜리사, 생일 축하해.’라는 글이 커다랗게 적혀 있었다. 카드를 열었다. 빳빳한 20달러짜리 지폐가 두 장 들어 있었다.
엄마와 멜리사가 동시에 그걸 봤다. 멜리사가 말했다.
“앨리스, 난 돈이 필요 없어. 그리고 이건 너무 많아.”
“단짝 친구의 생일이 매일 돌아오는 건 아니니까.”
단짝 친구라니. 멜리사는 그 말에 감동을 받았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 196쪽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