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reak. 1-04
[게으름 피우는 시간을 확보해 놓으면, 삶이 한결 여유로워진다]
| 일에 짓눌려 죽기 싫다면, 게으름도 좀 피울 줄 알아야 한다
“예전에는 셋이 하던 일을 지금은 둘이 하고 있어서 죽겠어요.”
이 또한 요즘 자주 듣게 되는 푸념 중 하나다. 최근 경제 상황으로 인해 정리해고 등으로 인력을 감축시키거나 빈자리를 새로 충원하지 않다 보니, 자연스레 남은 인원에게 업무가 과중되는 상황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한 업무에 짓눌리다 보면 타성에 젖은 업무습관으로 인해 비효율적이고 생산성이 낮은 노력을 하게 되곤 한다. 또한 과적재 트럭이 사고를 일으키기 쉬운 것과 같이, 일과 스트레스의 과적재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우리를 망가트리는 근원이 된다.
그러므로 일에 짓눌려 죽기 싫다면, 우선순위가 낮은 일은 생략하고 가장 중요한 일이나 자신 및 가족의 건강과 관련된 일처럼 중요도가 높은 안건에 중점을 두는 것, 이른바 ‘효과적으로 일을 대충하는 방법’ 또는 ‘게으름 피우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앞으로의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삶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 휴가나 휴식 시간은 적극적으로 쟁취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게으름을 권하면, 대다수가 이러한 반응을 보이곤 한다.
“제가 게으름을 피우면 동료들한테 피해가 가잖아요.”
“해야 할 일이 산더민데 어떻게 게으름을 피워요.”
“안 돼요, 게으름을 피우면 그만큼 일이 밀려서 저만 손해인걸요.”
특히 회사나 조직에게 잘 보이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사람일수록 게으름을 잘 피우지 못하고, 사방팔방에서 밀어닥쳐오는 의무들에 짓눌려버린다.
또한 정당한 휴가를 사용하는 것조차 마치 죄를 짓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휴가서를 제출하는 사람에게 ‘뭐야, 엄청 한가한가 보지?’라며 적의에 가까운 불만을 품는 사람도 있다.
(중략)
성실함을 미덕으로 생각해온 이 사회에서 실제로 ‘게으름’은 마치 죄악처럼 치부되어 왔다. 그래서 ‘게으름을 피우는 방법’이라는 나의 말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게으름은 오히려 나와 타인에게 더욱 큰 이득을 가져오는 현명한 휴식 방법이다.
나는 1시간이든 30분이든, 일정한 시간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것도 넓은 의미의 ‘게으름’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간 동안 그냥 멍하니 있어도 좋고, 주말이나 장기 휴가의 일정을 짜보거나 자신과 가족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이 게으름 피우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시간 관리가 기초가 되어야 한다. 일을 하는 평일은 물론 가족을 위해 봉사하느라 바쁜 휴일에도 반드시 ‘게으름’을 위한 시간을 마련해두자. 그리고 가능하다면 일정표에 어느 정도의 공백을 표시해 놓는 것이 좋다. 또 ‘이날의 절반은 기분전환 하는 데 쓰도록 하자.’라고 마음먹었다면, 회사에 미리미리 반차를 신청하고 일정표에 잘 보이게 표시해 놓자. 어떤 업무도 그 시간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시간 도둑’으로부터 ‘게으름 시간’을 보호하는 것이다.
‘게으름’이라는 개념과는 거리가 먼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는 “성과를 올리는 자는 일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그들은 시간으로부터 출발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시간 배분과 시간 관리를 가장 먼저 생각하라는 뜻의 이 말을 확대해석해 보자면, ‘게으름 피울 시간을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게으름 좀 피워도 괜찮다. 적당히 게으름을 피울 줄 알아야 오히려 나도, 일도 편해진다.
● Break. 4-01
[마음을 내려놓으면 사람을 대하는 것이 훨씬 편해진다]
| 사람을 만난 날이면 왜 이렇게 지치는 걸까?
우리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나, 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참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현대 우울증의 원인 중 대인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많은 환자들이 나를 찾아와 ‘사람’을 대하는 것이 너무 어렵고 힘들다고 토로하곤 한다. 또 2014년 한국의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자살실태조사에서도 2번째로 많은 자살시도 원인이 ‘대인관계 스트레스31.2%’로 나왔고, 직장 내 스트레스에 대한 한 설문조사에서는 90%가 이를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았을 정도다.
여기에는 사람과의 어긋난 관계로 인한 문제도 있겠지만, 사람을 대하면서 얻는 정신적인 피로도 때문에 생기는 문제도 있다.
‘아……,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난 날은 여지없이 녹초가 돼버린다니까…….’
‘사람들과 부대끼는 일이 제일 힘든 것 같아.’
특정한 인물이든 아니든 누군가를 만나고 온 날이면 내 안의 모든 에너지를 다 써버린 것 같은 느낌, 아마 누구나 경험해보지 않았을까?
|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 잘 보이고 싶은 욕망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 어렵고 힘든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문제다. 상대는 ‘나’와 다른 ‘남’이기 때문에 의식하며 생활할 수밖에 없고, 타인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 잘 보이고 싶은 욕망 등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불편한 사람을 만나거나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을 만나면 저절로 긴장이 되고 경계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나도 외래진료를 여러 번 했던 환자와 만나는 것보다 새로운 환자를 진찰할 때 ‘어떤 사람일까?’ 하는 마음에 평소보다 더 긴장하게 된다.
‘신경 쓰느라 지친다’는 감정은 타인을 섬세하게 배려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지나친 배려는 오히려 자기 자신을 힘들게 한다. 배려심이 너무 강한 나머지, 불안과 긴장 수준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좋은 사람이고 싶다’는 마음은 사람이 본래 가진 감정이겠지만, 조금은 그 부담을 내려놓는 것이 어떨까? ‘지나치게 신경 쓴다’에서 ‘신경 쓴다’ 정도로, ‘완벽한 사람이고 싶다’에서 ‘인상이 나쁘지 않은 사람이면 된다’ 정도로 수준을 낮추면 사람을 대하는 일이 훨씬 편해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나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하는 사회에서 타인과 마주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생기는 것은 너무 힘들고 지치는 일이다. 그래서 4장에서는 ‘인간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휴식 방법을 중점적으로 생각해보고자 한다.
● Break. 5-04
[반드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
| 해도 해도 끝나지 않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지 않은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말이 있다. 출처를 찾아보니, 14세기 영국의 시인 제프리 초서(Geoffrey Chaucer)가 쓴 『캔터베리 이야기』에 “Never put off till tomorrow what you can do today.”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이 대사는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까지 영향을 미쳐서,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부담이 되고 있다.
오늘 중에 가능한 일은 오늘 중으로 끝내고 내일까지 남기지 않는 것이 이상적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 대사대로 행동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매일같이 밤늦게까지 야근을 해야 하는 등 아무리 일해도 끝나지 않을 ‘끝없는 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에는 과도한 근면성이 자신을 괴롭히고, 결과적으로 생산성을 떨어뜨리게 만들기도 한다. 게다가 바쁜 와중에 갑자기 생기는 일이나 요청에도 응해야 한다.
| 어떤 것을 하고, 어떤 것을 하지 말아야 할까?
회사를 다니다 보면 상사로부터 종종 “이번 주 중에 이 자료를 만들어 둘 수 있을까?”라고 갑작스럽게 요청받는 경우가 생긴다. 이로 인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일의 페이스가 흐트러지고, 마음속에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놀람, 당황, 분노 등의 감정을 수반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만족하시도록 잘해내야지!’라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임할 수도 있겠지만, 대개는 부담감으로 인해서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게 된다. 또 ‘하루라도 빨리 끝내야만 해.’ 하는 초조한 마음에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 부탁 받은 일부터 바로 착수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이러한 충동적인 감정에 근거한 행동이나 판단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전체적인 그림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할 일이 많은 현대인에게는 일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 자체가 고민이 되어서, 정말로 중요한 것들은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웃지 못 할 병목현상을 경험한 사람도 많지 않을까?
우리는 일반적으로 ‘한다’라는 결정만 강조하게 되지만 ‘안 한다’, ‘쉰다’도 어렵고 중요한 결정이다. 수많은 작업을 늘어놓고 우선순위를 매기는 일은, 지쳐있는 머리로 하기에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단순하게 ‘한다’, ‘안 한다’라는 2가지로 해야 할 일들을 먼저 판단하고, 그것을 마감일에 맞춰서 다시 생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 급하지 않은 일은 천천히 하는 것이 훨씬 잘 해결된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일을 할지 안 할지를 긴급한 정도에 따라 ‘지금 당장’, ‘오늘 중으로’, ‘내일 한다’는 3가지로 구별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즉시 해야 할 일’, ‘일각을 다투는 일’에 해당하는 것은 확실하게 구분하기 쉽지만 ‘오늘 중에 할 일’, ‘내일 해도 되는 일’에 해당하는 안건이 무엇인가는 충동적이 아니라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중요도는 높지만 긴급도가 낮은 일이라면, 오늘은 푹 쉬고 내일 제대로 마무리하는 편이 일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냉정한 머리로 생각해서 ‘중요하긴 하지만 급한 건 아니다’라고 생각되면, 그 일은 그날 하지 않아도 괜찮다. 적극성을 발휘하여, 당당하게 휴식을 취하도록 하자. 이렇게 생각해 나가다 보면, ‘지금 즉시’, ‘일각을 다투는’ 일 이외에 지금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은 의외로 많지 않다.
빠르고 어설프게 마친 일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의사가 자주 하는 상투적인 멘트 중에 ‘상태를 두고 봅시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로 느껴지지만, 급하지도 않은데 자꾸 대응을 바꾸거나 이것저것 손을 대면 오히려 치료가 혼란스러워져서 상태를 악화시키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러한 말을 하는 것이다.
명의는 긴급 시에 냉정하고 신속하게 치료를 하지만, 꾹 참을 필요가 있을 때에는 놀랄 정도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다’, ‘안 한다’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일의 긴급성을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하자.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