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나라 안에서, 같은 업종의 회사끼리 신경전을 벌이는 유치한 라이벌관계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한국이 아시아의 리더로서 아시아 모든 나라의 공존공영을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 p.173
일본은 고유의 수준높은 문화를 가지고 있던 문명국가 조선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메이지 유신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일본이 조선 통신사 일행의 에모 막부 방문이라는 '선전문화의 세례'를 얼마나 환대했던가), 아니 어쩌면 그 고려 때문에 더더욱 세계에서 가장 악랄한 식민지 정책을 폈다.
간단히 뒤집어서 일본 사람들이, 태평양전쟁 패배 후 일본에 진주한 미 맥아더 사령부가 일본인에게 모두 미국식 이름을 짓도록 했다고 생각해 보면 어떻까. 미국은 아직까지도 오키나와에 해군 기지를 갖고 '점령'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72년까지도 미국식 교통법규가 시행되었지만, 미국은 일본인에게 톰 크루즈나 존 웨인, 엘리자베스 테일러 같은 이름을 강요하지 않았다.
--- p.71
이 책은 포항 제철 건설 현장에서 12년 동안 일했고 86년부터 일본의 종합 상사 도멘의 서울 지점장으로서 일해 온 그 동안의 경험을 되돌아 본것입니다. 내가 겪고 내 나름의 눈으로 본 한국, 한국 경제, 한국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처음에는 책 제목을 한국 사람이 되고 싶은 일본인으로 할까 했습니다. 그만큼 나는 한국을 좋아합니다. 한국인은 60년대 이래의 한강의 기적을 이뤄 낸 놀라운 힘을 가진 민족입니다. 내가 한국 경제나 한국에 대해 싫은 소리를 한 것도 한국인의 저력을 믿기 때문입니다.
--- 머리말
나는 시민단체, 볼런티어들의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활동을 대단히 높이 평가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활동도 미국이면 미국, 일본이나 한국이면 그 나라에 맞는 것이어야 한다. 그 나라의 풍토와 민족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정신대로 끌려갔던 어느 서양 여성은 그 상처를 이기고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해 주는 남자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다가, 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그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되살려 증언을 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도 보았지만 한국이나 중국 같은 동양권에서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
볼런티어들이 그 점을 과소평가한 대목을 없을까. 이미 할머니가 된 당사자들은 가장 친한 사람들에게도, 자녀들이나 손자들에게도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가슴 속 깊이 묻어 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 p.83
그리고 또 하나, 한국의 샐러리맨들은 대단히 독립심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 어느 회사 영업부에서 몇 년인가를 일했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회사를 그만 두겠다고 한다. 말로는 친척의 사업을 돕는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자기가 독립해서 회사를 차린 것이다. 영업일을 하면서 경험도 생기고 돈도 조금 마련하고 더구나 거래처들을 다 꿰뚫었다고 생각되면, '내 사업을 하자'고 독립하는 것이다. 거래처의 사장님들에게서 한국에는 그런 경우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 p.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