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성은 “둘이면 좋아도, 셋이면 너무 많다”는 속담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자면, 복잡성 과학은 “상호작용하는 개체들의 집합에서 창발하는 현상에 대한 연구”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군중이야말로 이른바 창발 현상emergent phenomenon의 완벽한 예시이다. 군중의 행태야말로 상호작용하는 사람들의 집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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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여기서도 여러분은 군중의 의도를 미리 알아채려 시도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 역시 모두 그렇게 하려고 하고 있는 만큼, 당연히 모두 승자가 될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한정된 자원(좋은 가격)을 두고 경쟁하는 개체(투자자)의 집합으로 이뤄진, 이상적인 복잡계 사례를 또 하나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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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성에 관한 정량적인 이론 탐구의 밑바탕에 깔린 철학은, 우리가 어떤 개체들의 집합체가 만들어 낼 것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꼭 개체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이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단순한 조각들이 단순한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하더라도 엄청나게 다양한 현실적인 결과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복잡성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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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먹임이 정보의 형태일 경우가 특히 더 그런데, 이는 정보가 손에 잡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통에서의 운전자나 시장에서의 거래자는 계속해서 자신과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기 때문에, 우리는 왜 교통 체증과 시장 폭락이 어떤 분명한 이유 없이도 갑자기 나타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마술적 요소는 정보의 되먹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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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이 기호나 생각, 신념, 행동의 측면에서는 복잡한 게 사실이지만, 각각이 복잡한 행동방식이 집단으로 뭉쳐졌을 경우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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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사람들은 예컨대 퇴근할 때 어느 길로 갈지 말지, 붐빌지 모르는 술집에 갈지 말지, 특정한 주식을 살지 말지 등을 놓고 고민한다. 사실 이런 ‘할지 말지’ 질문은 우리가 의식을 하건 못하건 간에 항상 부딪치게 되는 일반적인 의사결정들의 일부이다. 우리가 내려야 하는 많은 의사결정은 세부적으로 보면 매우 복잡하지만, 결국은 항상 모두 ‘할지 말지’ 유형의 의문으로 귀결된다. 좀 더 공식화하면, 이들은 ‘0 또는 1 고르기’문제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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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일단의 사람들 사이에서 루머가 쫙 퍼져 나간 경우를 상상해 보자. 아니면 어떤 종류의 바이러스가 퍼져 나간 경우를 상상해도 좋다. 이 가운데 세 명의 사람에만 집중해서 고약한 바이러스가 퍼졌다고 가정하자. 사람 A와 B는 아직 감염되지 않았지만, C는 감염된 상태이다. 만약 당신이 A라면, 어제 저녁에 B가 당신을 만나기 전에 C를 만났는지 혹은 당신을 만난 뒤에 C를 만났는지 여부는 정말로 중요해진다. B가 당신을 먼저 만나고 C를 만났다면 안심해도 좋겠지만, 그 반대라면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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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은 각 환율들이 트리 위에 군집을 이루는 것에 변화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외환시장이 빠르게 변화한다고 하더라도, 트리에는 수년씩이나 지속될 수 있는 링크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런 놀라운 발견은 외환시장에도 어떤 탄탄한 구조가 있음을 보여 준다. 이처럼 외환시장은 모종의 자율적인 기계처럼 스스로를 유지한다. 그야말로 진짜 복잡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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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컴퓨터 모형은 ‘소프트웨어 솔로’들 사이에 관계가 맺어질 수 있는 가상의 사회, 즉 파트너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의 시나리오를 모사했다. 여기에는 공간적인 네트워크가 도입되어 행위자들이 그 안에서 움직이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사회적 연결망 역할을 하도록 유도했다. 그들은 처음에 거의 같은 수의 남성과 여성을 집어넣고 시뮬레이션을 시작했다. 각 사람에게는 개인적 ‘선호 리스트’가 주어져 이를 근거로 사회적 연결망을 돌아다니다가 만나게 되는 예비 파트너가 얼마나 이상형과 비슷한지 판단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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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나 그 이상의 진영이 가담하는 전쟁은, 일국의 정규군이든 반란군이나 게릴라 또는 불법 무장단체이든 훨씬 더 복잡하다. 2장과 8장에서 이야기했듯이 쩔쩔맴이 일어날 수 있다. 만약 A가 B를 미워하고 B는 C를 미워한다면, 그럼 A는 항상 C를 좋아해야 하는가? 꼭 그러리라는 법이 없다. 사랑도 그러하듯이 증오는 매우 다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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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감기에서 비롯된 연구 과제는 바이러스, 뉴스, 루머와 같은 것들이 연결된 인간 군집들로 이루어진 복잡한 네트워크를 통해 전파되어 나가는 방법에 대한 귀중한 통찰을 제공해 주었다. 특히 이 연구는 공동체 내부와 공동체들 사이의 연결성의 차이가 전파 패턴 을 결정짓는 데 지배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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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조할 점은, 각각의 양자 장갑이 잠시 오른쪽이 되었다가 왼쪽이 되는 식으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장갑은 동시에 오른쪽이기도 하고 왼쪽이기도 하다. 마치 두 개의 평행 우주처럼 동시에 두 가지 가능한 세상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우리는 지금껏 이 책에서 보아왔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특정한 유형의 창발 현상, 즉 복잡성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야말로 유령의 장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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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성 과학이야 말로 ‘거대 과학’이다. 하지만 모든 이전의 거대 과학과는 달리, 복잡성 과학은 우리 자신의 건강, 재산, 생활양식부터 우리 사회 전체의 안전과 번영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에서도 엄청나게 중요하다. 복잡성이야 말로 모든 과학의 과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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