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는 2003년, 카메론은 유로파 바다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지구의 심해와 연결지어 영화로 다루고 싶어 했다. 카메론 팀은 대서양과 태평양 해저를 탐사하며 생명체가 어떻게 어두운 심해에서 생존하는지 탐구할 예정이었다. 심해 환경이 유로파 바다의 조건과 유사할 가능성을 헤아려보려 했던 것이다. 내게 주어질 역할은 해양 탐사와 지구 밖 생명체 탐색의 연결고리를 제시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탐사할 심해 열수구는 깊은 대양의 생명체를 위해 마련된 화학적 오아시스로, 지구 너머에서 거주 가능한 환경을 찾는 탐색에 지침을 제공했다.”
--- p.11
“지금 둥근 창 밖으로 보이는 광경은 어느 우주 생명체가 ‘우리집’이라고 착각할 만하다. 깊고 어둡고 한없이 적막해 보이는 해저가 사실은 생물학자에게 최고의 연구 장소일지 누가 알겠는가. 최근 태양계를 탐사한 결과로 미루어보면, 이 우주에 지구 같은 행성은 드물지만(운이 좋으면 태양계당 하나 정도) 얼음에 뒤덮여 하늘이나 대기와는 완전히 차단된 깊은 바다를 품은 천체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 p.19
“생명 현상은 믿을 수 없이 드문 현상인가? 아니면 조건만 맞는다면 언제 어디에서나 생명이 발생할 수 있는가?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과연 생물학적 우주인가?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이 위대한 실험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과연 생명이 태양계의 먼바다를 차지하고 있을지 탐구하고 확인할 장비와 기술을 비로소 갖추었기 때문이다.”
--- p.31
“무지개를 원소와 연결하고 우주선의 베이비시터가 되고 공항 보안검색대에 집착하여 찾아낸 증거가 모두 모여 유로파 내부의 바다를 증명했다. 분광학은 얼음 표면을, 중력 데이터는 물로 된 두꺼운 바깥 껍질층을, 자기계 데이터는 대규모의 짠 바다로 가장 잘 설명되는 지표 근처의 전도층을 찾아냈다. 유로파에서 외계 바다를 발견하는 데 필요했던 세 조각짜리 쉬운 퍼즐이었다. … 한마디로 말해 지금 이 순간 유로파의 바다는 존재한다. 그리고 수십억 년 동안 거기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 p.143
“바다세계는 적어도 생명의 기원 가설을 시험할 수 있는 곳이다. 어느 쪽이든?저곳에서 생명을 찾아내든 아니든?우리는 생명이 어디에서 어떻게 기원하고 수십억 년 전 지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배우게 될 것이다.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지를.”
--- p.225
“유로파, 엔셀라두스, 타이탄, 심지어 은하 어딘가에 있을 얼음 덮인 행성의 바다 안에 지적인 생명체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 얼음은 너무 두꺼워서 빛이 바다에 조금도 닿을 수 없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별도, 신화에 영감을 줄 별도 없다. 다만 빙하가 리듬에 맞춰 금이 가고 삐걱거리며 나는 소리가 있다. 이 삐걱대고 갈라지는 화음이 신화의 밑바탕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그렇다면 그들의 신화는 별빛이 아니라 소리, 얼음껍질이 깨지는 소리에서 시작될 것이다.”
--- p.303
“언젠가 우리가 생명의 주기율표를 작성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우주에서 발견한 각양각색 생명체를 잇고 연결하는 틀 말이다. 물, 탄소, DNA, RNA, ATP, 단백질에 기초한 지구의 생명체는 생명의 지도를 그린 우주 퀼트의 한 조각에 불과하며, 그 퀼트를 통해 다양한 조건의 행성에서 발생한 생화학적 진화의 우연적이고 수렴적인 특성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명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시대를 초월한 질문에 대답하기 시작할 것이다.”
--- p.307
“지구의 바다와 지구 밖 바다의 탐사는 사실 밀접하게 연결된 과제이다. 인간은 화성에서 탐사 차량을 운전하기 훨씬 전에 화성을 닮은 장소에서 먼저 시험했다. 외계 바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유로파, 엔셀라두스, 타이탄의 바다에 로봇 잠수정을 파견하기 전에 지구의 심해에서 먼저 기술을 개발하고 시험해야 한다. 로켓에 실을 만큼 작고 가벼운 것을 만들 경지에 이르려면 한참 멀었지만, 이런 기술의 발달은 지구 밖 바다의 탐험을 준비하는 동시에 지구에서의 탐험 능력을 발전시킨다는 훌륭한 이점이 있다.”
--- pp.359~360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이 수천 년까지는 아니지만 수 세기 동안 고심해온 질문에 답할 도구와 기술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이 시대를 산다. 우리는 혼자인가? 앞으로 몇 세기 뒤, 우리 후손이 역사의 지금 이 순간을 갈릴레오와 코페르니쿠스 혁명에 버금가는 경외감을 지니고 돌아보길 바란다. 그들이 과거를 돌아보았을 때 인간이 우주선을 만들어 처음으로 우주에 생명이 있음을 밝힌 것이 바로 이 시기였다고 말하길 소망한다.”
--- p.377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의 나무는 사실 더 거대한 생명의 나무에서 뻗어나온 일개 잔가지임이 드러날지도 모른다. 우주 전체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아름다움을 연결하는 장엄한 생명의 나무 말이다. 밤하늘 지평선 위에서 밝은 한 점의 빛으로 존재하는 목성을 보면서, 이 아름다운 행성과 그 아름다운 위성으로의 귀환이 다시 한번 우주에서 인간의 자리를 옮기는 혁명을 일으킬 것인지 몹시도 궁금하다. 유로파, 그리고 우리 태양계의 많은 외계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 p.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