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는 제품 개발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협력이나 전략적 선택에서도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그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하거나 협력을 요청할 일이 생기면 전화를 거는 것조차 번거롭다고 생각했는지 직접 그 사람의 집 앞으로 달려갔다. 그만큼 신속하게 움직인 것이다.---p.37
대학을 그만둔 후 전공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어진 잡스는 대신 흥미로운 교양 과목을 청강했다. 당시 리드 대학교는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서체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 과목을 들은 것이다. (중략) 이때 배운 내용은 당장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로부터 10년 뒤에 첫 번째 매킨토시를 개발할 때 잡스와 그의 팀은 서체 관련 지식을 적극 활용하여 세계 최초로 아름다운 서체를 갖춘 컴퓨터를 만들어냈다.---p.62
잡스는 마우스의 모양과 컴퓨터 본체의 크기, 심지어 나사 하나의 위치까지도 회사의 운명과 직결된다고 믿었다. 어떤 사람은 그를 ‘태생적인 완벽주의자’라고 평한다. 그는 무슨 일을 하든지 끝장을 보고, 디테일까지도 놓치지 않고 꼼꼼히 집중하여 살폈다. 그는 완벽하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했다.---p.73
잡스가 애플의 복귀를 결정한 것은 개인적인 야심도, 혹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복수를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자신이 직접 일구고 세운 신화가 잿더미로 변하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컴퓨터 제국’을 구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만 했다. 사실 애플에 도움이 된다면 잡스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나설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그의 삶에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안겨주는 일이었기 때문이다.---p.92
잡스는 다른 사람의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심지어 “훌륭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피카소의 명언을 인용하며, “우리는 다른 사람의 위대한 작품을 훔치는 것을 부끄러워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p.122
세대교체 주기가 짧고 급박하게 변화하는 컴퓨터 산업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려면 잡스처럼 끈기 있게 전적으로 몰입하는 정신이 필수인지도 모른다. 1990년대는 전 세계가 인터넷 열풍에 휩싸인 시기다. 이때 사람들은 너도나도 인터넷 관련 회사를 창업하기 바빴다. 그러나 그 가운데 최근까지 살아남고 성과를 올린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잡스는 그 이유를 일에 전념하지 못하고 ‘두 마음을 품은 것’에서 찾았다. ---p.139
잡스는 애플에 가장 적합하고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 악역을 자청했다.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쉽지 않은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 탓에 잔인하다거나 저열하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이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 바로 어떤 상황을 끈기 있게 살펴보며 깊이 이해하기보다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조급한 심리다. 이러한 심리에 빠지면 겉모습에 현혹되어 본질을 놓칠 수밖에 없다. ---p.159
“사람들은 집중이란 집중할 것에 ‘예스’라고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다른 좋은 아이디어 수백 개에 ‘노’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집중이다.” 잡스의 이러한 생각은 제품을 향한 엄격한 요구, 그리고 애플 고객에 대한 깊은 책임감으로 나타났다.---p.191
작은 실수에 개의치 않는 것은 잡스가 실수에 대처하는 여러 가지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 잡스를 잘 아는 사람은 사실 그가 자신의 실수와 행동에 매우 신경을 썼다고 말한다. 겉으로는 오만해 보일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지만, 내면적으로는 자신의 실수와 잘못에 대한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고치려 하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p.222
잡스가 고난과 위기에 대처한 방법은 별다른 것이 아니었다. 끝까지 견디고 인내하며 지속하고 또 지속한 것뿐이었다. “승리 앞에서 뒷걸음질하면 결국 실패를 떠안게 된다. 그러나 고난 속에서도 지속하면 결국 승리에 이르게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